장난스런 키스 시리즈 순서, 일본판·한국판 어떤 걸 먼저 볼까?
같은 이야기가 30년 가까이 반복해서 만들어진 이유
다다 가오루가 1990년부터 1999년까지 별책 마가렛에 연재한 원작은 누적 3,500만 부를 넘겼습니다. 작가가 남편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그렸다는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고, 그래서인지 사건보다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시간의 축적으로 감정을 쌓아 올리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성적도 요령도 부족한 아이하라 고토코가 IQ 200의 이리에 나오키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하고, 집이 무너져 하필 그 나오키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는 시작점 하나만으로 각 나라의 제작사가 마음껏 변주할 여지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1999년 작가가 세상을 떠나면서 작품은 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리메이크를 부추긴 면이 있습니다. 원작의 뒷부분을 어디까지 가져와 어떻게 마무리할지가 각 버전의 선택지가 된 것입니다. 1996년 일본을 시작으로 2005년 대만, 2010년 한국, 2015년 태국까지 이어졌고, 2016년 대만 리메이크는 아시아에서 아홉 번째 영상화라는 문구를 내걸고 제작됐습니다.
일본 실사판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1996년 TV아사히판입니다. 1996년 10월 14일부터 12월 16일까지 전 9화로 방영됐고 평균 시청률 10.1%를 기록했습니다. 가시와바라 다카시와 사토 아이코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원작 연재가 한창이던 시기에 만들어진 데다 원작 자체가 미완이라 마지막 회가 매끄럽게 닫히지 않습니다. 참고로 훗날 대배우가 되는 나카마 유키에가 이 작품에 학생 역으로 나옵니다.
두 번째가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진 Love in TOKYO 계열입니다. 시즌1은 2013년 3월 29일부터 7월 19일까지 후지TV 계열에서 16화로 방영됐고, 후루카와 유키와 야하기 호노카가 주연입니다. 학원물로 알려져 있지만 교복이 나오는 것은 5화까지고 6화부터는 전원 대학생이 됩니다. 1996년판 두 주연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연출도 있어서, 사토 아이코가 10화에 간호사로, 가시와바라 다카시가 15화에 의사로 나옵니다. 시즌2는 2014년 11월 24일부터 2015년 4월 6일까지 역시 16화로 방영됐고 결혼 이후의 생활을 다룹니다. 소장용 디스크는 방송분과 편집이 다른 디렉터스컷이며 시즌2 기준 본편이 약 170분 늘어나 있습니다.
세 번째는 2016년부터 2017년에 걸쳐 공개된 극장판 3부작입니다. 사토 간타와 미사 레나가 주연이고 미조구치 미노루가 연출했습니다. 하이스쿨편이 2016년 11월 25일, 캠퍼스편이 2017년 1월 27일, 프로포즈편이 2017년 11월 25일에 개봉했습니다. 앞서 도쿄국제영화제 특별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드라마판 캐스팅이 원작 인상에 가까웠다고 여기는 팬들 사이에서는 영화판 배우 해석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았습니다. 세 계열은 배우도 제작진도 겹치지 않으니 순서대로 볼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2010년 한국판 장난스런 키스가 남긴 것
한국판은 2010년 9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MBC 수목 미니시리즈로 16부작 방영됐습니다. 고은님이 극본을, 황인뢰와 김도형이 연출을 맡았고 그룹에이트가 제작했습니다. 김현중이 백승조를, 정소민이 오하니를 연기했고 이태성이 봉준구, 이시영이 윤혜라, 홍윤화가 정주리, 윤승아가 독고민아 역으로 나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이후 주연급으로 올라선 배우들이 대거 모여 있는 라인업입니다.
편성 운은 나빴습니다. 꽃보다 남자 이후 김현중의 차기작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같은 시간대에 제빵왕 김탁구와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버티고 있었습니다. 초반 4%대에 머물다 두 작품이 끝난 뒤 8%대까지 올라섰으나, 이번에는 대물과 도망자를 만나 다시 밀렸습니다. 수치만 보면 아쉬운 성적이지만 종영 이후 국내외에서 꾸준히 다시 찾는 작품이 됐고, 지금은 정소민의 사실상 출세작으로 더 자주 언급됩니다.
또 하나 기억할 만한 것이 유튜브 특별판입니다. TV 본편과 다른 내용의 10분 분량 에피소드 일곱 편으로 구성돼 2010년 11월 2일부터 16일까지 공식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습니다. 지상파 드라마가 유튜브용 외전을 따로 제작한 것은 당시로서는 드문 시도였고, 국내보다 해외 팬 사이에서 반응이 좋았습니다. 국내에서는 웨이브와 왓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이 미완인데 결말은 어디서 확인할까
이 시리즈를 볼 때 가장 자주 부딪히는 질문입니다. 원작은 23권까지 나왔지만 완결되지 않았고, 실사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접었습니다. 끝까지 확인하고 싶다면 답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2008년 4월부터 9월까지 방영된 애니메이션 전 25화입니다. 원작자가 생전에 남겨둔 구상을 바탕으로 만화에서 그려지지 않은 뒷이야기까지 담아낸 사실상 유일한 완결편입니다. 그림체나 연출은 방영 시기의 한계가 있지만, 두 사람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알고 싶다면 여기가 정답입니다. 다른 하나는 대만판입니다. 2005년작이 원작 1권부터 10권까지를, 2007년 속편이 11권부터 23권까지를 나눠 맡아 원작 진도를 가장 성실하게 따라갑니다. 임의신은 이 속편으로 대만 금종상 주연여우상을 받았습니다.
어디서 시작하느냐가 절반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접근성과 분량, 완성도의 균형으로는 2013년 Love in TOKYO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가는 32화 코스가 가장 안전합니다. 원작을 충실히 따라가고 싶다면 대만 2005년작과 2007년 속편, 결말이 궁금하다면 2008년 애니메이션, 익숙한 배우로 편하게 보고 싶다면 2010년 한국판입니다. 2016년 대만 리메이크는 조회수는 크게 나왔지만 현지 평점이 낮고 혹평이 많아 굳이 먼저 손댈 이유는 없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2019년 개봉한 중화권 극장판은 한국에서 42만 명을 모아 국내 개봉 중화권 영화 흥행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같은 이야기가 한국 관객에게 여전히 통한다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어느 버전이든 뼈대는 같으니 하나를 보다가 취향에 맞지 않으면 다른 나라 버전으로 갈아타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습니다.
- 어느 버전으로 들어가도 기본 뼈대가 같아 중간에 갈아타기 쉽습니다
- 나라별로 각색이 달라 같은 장면을 비교하는 재미가 따로 있습니다
- 2013년 일본판은 두 시즌 32화로 고등학생부터 사회인까지 긴 시간을 담습니다
- 원작이 미완이라 실사판 대부분은 결말이 열려 있거나 각색으로 마무리됩니다
- 거절당한 뒤에도 계속 다가서는 설정이라 요즘 기준으로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1996년판과 극장판 3부작은 국내 정식 서비스를 찾기 어렵습니다
- 처음 보시는 분 — 2013년 Love in TOKYO 시즌1부터
- 결말까지 확인하고 싶은 분 — 2008년 애니메이션 전 25화
- 원작 진도를 성실히 따라가고 싶은 분 — 대만 2005년작과 2007년 속편
- 익숙한 배우로 편하게 보고 싶은 분 — 2010년 MBC 한국판
버전이 많다는 것은 고를 것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013년 시즌1 한 편만 열어보시면 나머지는 취향대로 골라 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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