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 리뷰 — 계약결혼으로 시작한 이 시대의 진짜 로맨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2017년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영어 제목은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입니다. 집 없는 '홈리스' 드라마 보조작가와 대출에 짓눌린 '하우스푸어' 집주인이 계약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시청률 2%로 출발해 입소문만으로 동시간대 1위를 찍으며, 2030세대 사이에서 '인생 드라마'로 등극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티빙 등에서 지금도 시청 가능합니다.
줄거리 — 집 때문에 시작된 계약결혼
88년생 윤지호(정소민)는 드라마 보조작가로 서울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같이 살던 남동생이 여자친구를 임신시키면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처지가 됩니다. 서른 살 생일날, 갈 곳이 없어진 거예요.
한편 81년생 남세희(이민기)는 스타트업 앱 수석 디자이너로, 대출을 끼고 집을 샀지만 2048년까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입니다. 월세를 받아야 대출을 감당할 수 있어서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데, 서로의 이름 때문에 성별을 착각한 채 동거가 시작됩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집에 살게 된 상황. 주변의 시선과 각자의 필요가 맞물리면서, 두 사람은 '2년 기한부 계약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2030 인생 드라마가 된 이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공감입니다. 서울 평균 집값 5억 시대, 월급쟁이가 평생 일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지호가 말하는 "달팽이가 부럽다, 걔네는 집에서 쫓겨날 일 없으니까"라는 대사 한 줄에 이 드라마의 톤이 다 담겨 있어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그걸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세 쌍의 커플이 각각 다른 결혼관을 보여주는 구조도 탁월해요. 세희-지호는 수지타산의 계약결혼, 상구(박병은)-수지(이솜)는 비혼주의자들의 본능적 끌림, 원석(김민석)-호랑(김가은)은 7년 연애 끝에 결혼을 고민하는 현실 커플. 이 세 쌍이 비혼주의, 직장 내 성희롱, 남아선호사상, N포 세대의 고민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느 한 쌍에만 감정이입하는 게 아니라, 세 커플 모두에게 각자의 사연이 있어서 몰입이 됩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대사의 힘입니다. 윤난중 작가는 김연수, 도리스 레싱, 박준, 정현종 등 문학작품의 문장을 장면 곳곳에 배치했는데, 이게 작위적이지 않고 캐릭터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대본집이 따로 출간될 정도로 대사 하나하나에 공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아쉬운 점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건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니게하지)와의 유사성 논란입니다. 계약결혼이라는 큰 틀,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관계 설정이 겹치면서 방영 초기부터 표절 시비가 붙었어요. 제작사는 표절도 리메이크도 아니라고 밝혔고, 실제로 스토리 전개는 상당히 다르지만 — 윤난중 작가의 과거 작품들에도 일본 작품과의 유사성 논란이 있었던 전력이 있어서 찝찝함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전개 속도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만난 지 20일 만에 계약결혼을 하고, 보름 뒤 결혼식, 거기서 며칠 만에 사랑을 자각하는 빠른 흐름이 설정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감정선이 급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특히 후반부에 옛 연인 정민(이청아)이 등장하면서 갈등을 만드는 부분은 전형적인 멜로 클리셰에 가까워서, 전반부의 신선함에 비하면 좀 아쉽습니다.
- 집값, 비혼, N포 세대 — 현실 공감 최상급
- 세 커플의 각기 다른 결혼관이 만드는 입체적 구조
- 문학을 녹여낸 대사가 장면마다 울림을 줌
- 정소민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이민기의 절제된 표현
- 고구마 없는 깔끔한 전개, 클리셰를 반전으로 풀어냄
- 니게하지와의 유사성 논란이 작품 외적 찝찝함을 남김
- 계약결혼→진짜 사랑까지의 감정선이 다소 급함
- 후반 옛 연인 등장 갈등은 전형적 멜로 공식
- 서브 커플 중 호랑-원석 라인 결말이 열린 편
-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화제성 뒤늦게 터짐
니게하지와 비교 — 비슷한 듯 다른 드라마
2016년 일본 TBS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니게하지)는 시청률 20%를 넘기며 사회현상을 만든 드라마입니다. 계약결혼이라는 설정이 같고, 방영 시기도 가까워서 비교가 불가피했어요. 하지만 니게하지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생은 이 시대 청춘들의 주거 문제와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호의 친구 세 명이 각각 다른 결혼관을 대변하는 구조는 니게하지에 없는 이 드라마만의 강점이에요. 니게하지를 재밌게 봤다면 이 드라마도, 이 드라마를 먼저 봤다면 니게하지도 각각 다른 매력이 있으니 비교 감상을 추천합니다.
총평
표절 논란이라는 외적 잡음을 걷어내고 보면, 2017년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솔직하게 청춘의 삶을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웃기면서 뜨끔하고, 가볍게 시작했다가 마지막에는 눈물이 나는 그런 드라마예요. 서른 즈음이라면, 혹은 서른을 지나왔다면 한 번쯤 꼭 볼 만한 작품입니다.
웃으면서 울게 만드는 현실 밀착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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