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은 처음이라 리뷰 — 계약결혼으로 시작한 이 시대의 진짜 로맨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2017년 tvN에서 방영된 16부작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영어 제목은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입니다. 집 없는 '홈리스' 드라마 보조작가와 대출에 짓눌린 '하우스푸어' 집주인이 계약결혼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요. 시청률 2%로 출발해 입소문만으로 동시간대 1위를 찍으며, 2030세대 사이에서 '인생 드라마'로 등극한 작품입니다. 넷플릭스, 티빙 등에서 지금도 시청 가능합니다.

tvN 월화드라마
Because This Is My First Life
이번 생은 처음이라
이번 생은 처음이라 · 2017
장르
로맨스 · 코미디 · 생활
방영
2017.10.09 ~ 11.28 · tvN
편수
16화 (회당 약 70분)
극본 / 연출
윤난중 / 박준화 · 남성우
주연
이민기 · 정소민 · 이솜 · 박병은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 MI

줄거리 — 집 때문에 시작된 계약결혼

88년생 윤지호(정소민)는 드라마 보조작가로 서울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랫동안 같이 살던 남동생이 여자친구를 임신시키면서 하루아침에 쫓겨날 처지가 됩니다. 서른 살 생일날, 갈 곳이 없어진 거예요.

한편 81년생 남세희(이민기)는 스타트업 앱 수석 디자이너로, 대출을 끼고 집을 샀지만 2048년까지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하우스푸어입니다. 월세를 받아야 대출을 감당할 수 있어서 하우스메이트를 구하는데, 서로의 이름 때문에 성별을 착각한 채 동거가 시작됩니다. 남자와 여자가 한 집에 살게 된 상황. 주변의 시선과 각자의 필요가 맞물리면서, 두 사람은 '2년 기한부 계약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가 2030 인생 드라마가 된 이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힘은 공감입니다. 서울 평균 집값 5억 시대, 월급쟁이가 평생 일해도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지호가 말하는 "달팽이가 부럽다, 걔네는 집에서 쫓겨날 일 없으니까"라는 대사 한 줄에 이 드라마의 톤이 다 담겨 있어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그걸 유쾌하게 풀어낸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세 쌍의 커플이 각각 다른 결혼관을 보여주는 구조도 탁월해요. 세희-지호는 수지타산의 계약결혼, 상구(박병은)-수지(이솜)는 비혼주의자들의 본능적 끌림, 원석(김민석)-호랑(김가은)은 7년 연애 끝에 결혼을 고민하는 현실 커플. 이 세 쌍이 비혼주의, 직장 내 성희롱, 남아선호사상, N포 세대의 고민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느 한 쌍에만 감정이입하는 게 아니라, 세 커플 모두에게 각자의 사연이 있어서 몰입이 됩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게 대사의 힘입니다. 윤난중 작가는 김연수, 도리스 레싱, 박준, 정현종 등 문학작품의 문장을 장면 곳곳에 배치했는데, 이게 작위적이지 않고 캐릭터의 감정과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대본집이 따로 출간될 정도로 대사 하나하나에 공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아쉬운 점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건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니게하지)와의 유사성 논란입니다. 계약결혼이라는 큰 틀, 집주인과 세입자라는 관계 설정이 겹치면서 방영 초기부터 표절 시비가 붙었어요. 제작사는 표절도 리메이크도 아니라고 밝혔고, 실제로 스토리 전개는 상당히 다르지만 — 윤난중 작가의 과거 작품들에도 일본 작품과의 유사성 논란이 있었던 전력이 있어서 찝찝함이 남는 건 사실입니다.

전개 속도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만난 지 20일 만에 계약결혼을 하고, 보름 뒤 결혼식, 거기서 며칠 만에 사랑을 자각하는 빠른 흐름이 설정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감정선이 급하다고 느낄 수 있어요. 특히 후반부에 옛 연인 정민(이청아)이 등장하면서 갈등을 만드는 부분은 전형적인 멜로 클리셰에 가까워서, 전반부의 신선함에 비하면 좀 아쉽습니다.

장점
  • 집값, 비혼, N포 세대 — 현실 공감 최상급
  • 세 커플의 각기 다른 결혼관이 만드는 입체적 구조
  • 문학을 녹여낸 대사가 장면마다 울림을 줌
  • 정소민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이민기의 절제된 표현
  • 고구마 없는 깔끔한 전개, 클리셰를 반전으로 풀어냄
아쉬운 점
  • 니게하지와의 유사성 논란이 작품 외적 찝찝함을 남김
  • 계약결혼→진짜 사랑까지의 감정선이 다소 급함
  • 후반 옛 연인 등장 갈등은 전형적 멜로 공식
  • 서브 커플 중 호랑-원석 라인 결말이 열린 편
  • 초반 시청률 부진으로 화제성 뒤늦게 터짐

니게하지와 비교 — 비슷한 듯 다른 드라마

2016년 일본 TBS의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니게하지)는 시청률 20%를 넘기며 사회현상을 만든 드라마입니다. 계약결혼이라는 설정이 같고, 방영 시기도 가까워서 비교가 불가피했어요. 하지만 니게하지가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생은 이 시대 청춘들의 주거 문제와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지호의 친구 세 명이 각각 다른 결혼관을 대변하는 구조는 니게하지에 없는 이 드라마만의 강점이에요. 니게하지를 재밌게 봤다면 이 드라마도, 이 드라마를 먼저 봤다면 니게하지도 각각 다른 매력이 있으니 비교 감상을 추천합니다.

총평

종합 평점
이번 생은 처음이라
4.0
/ 5.0
재미
8.2
스토리
7.8
연기
8.5
영상미
7.5
몰입도
8.5

표절 논란이라는 외적 잡음을 걷어내고 보면, 2017년 한국 드라마 중 가장 솔직하게 청춘의 삶을 이야기한 작품입니다. 웃기면서 뜨끔하고, 가볍게 시작했다가 마지막에는 눈물이 나는 그런 드라마예요. 서른 즈음이라면, 혹은 서른을 지나왔다면 한 번쯤 꼭 볼 만한 작품입니다.

"
괜찮아, 이번 생은 다 처음이니까
집값에 짓눌린 서른 즈음의 누군가에게,
웃으면서 울게 만드는 현실 밀착 로맨스
🏠 계약결혼 로맨스 💼 청춘 현실 공감 📖 문학적 대사 🐱 고양이 집사 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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