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래료 리뷰 — "이 어장은 내가 인수했다", 중국 로코의 교과서
"삼삼래료"는 2014년 중국에서 방영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영어 제목은 "Boss & Me"입니다. 소설가 구만(顾漫)의 인기 웹소설 《삼삼래치(杉杉来吃)》를 원작으로 한 직장 로맨스물인데요. 장쑤(江苏)위성TV에서 방영 당시 2014년 연간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그 기록이 무려 3년간 깨지지 않았습니다. 위성채널 재방송만 100회 이상이라는, 중국 현대 로맨스 드라마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에요. 넷플릭스와 Viki에서 한글 자막으로 시청 가능합니다.
줄거리 — 피가 맺어준 인연, 밥이 키운 사랑
평범한 회사원 설삼삼(薛杉杉)은 어느 날 갑자기 병원으로 호출됩니다. 알고 보니 자기 회사 대표 봉등(封腾)의 여동생이 출산 중 급히 수혈이 필요한데, 삼삼이 가진 희귀 혈액형 RH(-)AB — 일명 '판다 혈액형'이 딱 맞았던 거예요. 사실 삼삼이 이 대기업에 채용된 것도, 능력이 아니라 바로 이 피 때문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됩니다.
수혈 이후 봉등은 삼삼에게 '보혈'이라며 매일 돼지간 도시락을 보내기 시작하고, 이게 점점 둘만의 점심 시간으로 발전합니다. 차갑고 도도한 대표와 먹는 걸 세상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직원. 이 둘 사이에 밥으로 시작된 묘한 감정선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에요. 여기에 봉등의 소꿉친구 원려서의 등장으로 삼각관계까지 얹어지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굴러갑니다.
삼삼래료가 중국 로코의 교과서가 된 이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은 '순도 100% 달달함'입니다. 요즘 중국 드라마들이 자극적인 전개와 막장 요소로 뒤범벅되는 것과 달리, 삼삼래료는 처음부터 끝까지 건강한 로맨스를 유지해요. 낙태도, 불륜도, 기억상실도, 교통사고도 없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끼리 밥 먹고, 티격태격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전부인데 — 그게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거든요.
자오리잉(赵丽颖)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바보같은 여주'가 자칫하면 답답하고 짜증나는 캐릭터가 되기 쉬운데, 자오리잉이 연기하면 그냥 귀엽습니다. 동그란 얼굴로 맛있게 먹는 장면들이 진짜 먹방 그 자체예요. 이 드라마 이후 자오리잉은 중국 톱 여배우 반열에 올라 금응여신상까지 수상했는데, 그 시작점이 바로 이 작품이었습니다.
장한(张翰)도 의외의 수확이에요. 차가운 재벌 총수 캐릭터가 너무 뻔할 수 있는데, 삼삼 앞에서만 슬쩍슬쩍 무너지는 갭이 매력적입니다. 특히 한국 조형사가 왕복 비행하며 관리했다는 스타일링이 50만 위안(약 9천만 원) 수준이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비주얼 투자가 확실했어요. 덕분에 봉등의 코트 패션은 드라마 방영 당시 중국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습니다.
아쉬운 점
클리셰를 피하지는 못합니다. 부자 남자-가난한 여자, 상사-부하 로맨스라는 뼈대 자체가 워낙 전형적이라, 전개가 예측 가능한 구간이 꽤 있어요. 중반 이후 원려서와의 삼각관계 부분에서는 약간의 늘어짐도 느껴지고요.
또한 여주 삼삼의 캐릭터가 호불호가 갈립니다. 순수하고 긍정적인 건 좋은데, 때때로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어리숙한 모습이 답답할 수 있어요. 자기 주장이 약한 여주를 선호하지 않는 분에게는 초반이 특히 힘들 수 있습니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해요.
33화라는 분량도 양날의 검입니다. 한국 드라마 기준으로는 긴 편이고, 중간중간 원작에 없는 추가 에피소드가 들어가면서 약간의 물 탄 느낌이 있는 구간도 있어요.
- 막장 없는 순도 100% 건강한 로맨스
- 자오리잉의 사랑스러운 먹방 연기
- 남녀 주인공 케미가 자연스럽고 달달함
- 조연 캐릭터들도 매력적, 악역도 입체적
- 만화풍 삽입 연출로 가벼운 재미 추가
- 부자 남자+가난한 여자 클리셰가 뻔함
- 여주의 수동적 캐릭터에 답답함 가능
- 중반 삼각관계 파트에서 약간의 늘어짐
- 33화 분량, 원작 대비 추가 에피 존재
- 남주 장한의 표정 연기가 다소 단조로움
비교 작품 — 구만 원작 드라마 3종 세트
원작자 구만(顾漫)은 중국 웹소설계의 로맨스 여왕이라 불리는 작가입니다. 삼삼래료 외에도 《하이생소묵(何以笙箫默)》이 월리스 청·탕옌 주연으로, 《미미일소흔경성(微微一笑很倾城)》이 양양·정솽 주연으로 드라마화되었어요. 세 작품 모두 달달한 로맨스가 핵심인데, 삼삼래료가 가장 가볍고 코미디 색채가 강합니다. 한국 드라마로 치면 《김비서가 왜 그럴까》나 《힘쎈여자 도봉순》의 톤과 비슷한 위치라고 보면 돼요.
참고로 이 드라마는 2021년 태국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2021년 중화TV를 통해 방영되었습니다.
총평
스토리의 신선함보다는 실행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드라마입니다. 뻔한 설정이지만 캐스팅과 연출이 잘 받쳐주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작품이에요. 두뇌 풀가동 없이 편하게 달달한 로맨스를 즐기고 싶을 때 딱 맞습니다.
달달함만큼은 역대급이다
자오리잉의 먹방에 같이 배고파질 준비가 된 분에게 추천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