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밥 리뷰 — 몬스터를 요리해 먹는 판타지, 2024년 최고의 애니?

"던전밥"은 2024년 1월부터 6월까지 방영된 일본 TV 애니메이션으로, 영어 제목은 "Delicious in Dungeon"입니다. 쿠이 료코의 동명 만화(전 14권, 완결)를 원작으로 한 판타지 요리 모험극인데요. 던전 앤 드래곤(D&D)의 이니셜을 패러디한 영문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정통 던전 크롤링에 몬스터 요리를 결합한 전무후무한 장르의 작품입니다. 로튼 토마토 비평가 점수 100%,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드 16개 부문 후보 — 2024년 가장 많이 회자된 애니메이션 중 하나예요.

TV 애니메이션
Delicious in Dungeon
던전밥
ダンジョン飯(던전메시) · 2024
장르
판타지 · 요리 · 모험 · 코미디
방영
2024.01~06 · 넷플릭스 독점
편수
시즌1: 24화 (연속 2쿨)
원작
쿠이 료코 만화 (전 14권, 완결)
제작
트리거(TRIGGER) · 감독 미야지마 요시히로
음악
미츠다 야스노리 · 츠치야 슌스케

줄거리 — 여동생을 구하려면, 드래곤을 먹어야 한다

모험가 라이오스 일행은 던전 깊은 곳에서 레드 드래곤에게 전멸당합니다. 여동생 파린은 일행을 탈출시키면서 자신은 드래곤에게 잡아먹히고, 라이오스는 파린이 소화되기 전에 반드시 구출하겠다고 결심합니다. 문제는 돈도 식량도 전부 잃었다는 것. 파티 대부분이 이탈한 상황에서 라이오스는 기상천외한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몬스터를 잡아먹으면서 가자." 엘프 마법사 마르실, 하프풋 자물쇠장이 칠착과 함께 다시 던전으로 내려가고, 거기서 몬스터 요리 전문가인 드워프 센시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던전 먹방 모험'이 시작됩니다. 슬라임 수프, 바실리스크 로스트, 걸어 다니는 버섯 전골, 미믹 조림, 그리고 최종 목표인 레드 드래곤 스테이크까지 — 매 화 새로운 마물이 식탁에 올라옵니다.

던전밥이 특별한 이유 — 먹방 판타지 그 이상의 깊이

처음 보면 "몬스터로 요리하는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진짜 실력은 세계관의 밀도에 있습니다. 작가 쿠이 료코는 위저드리 시리즈에서 영감을 받아 던전의 생태계를 과학적으로 설계했어요. 마물 하나하나에 독립된 생태와 식성이 있고, 던전 자체가 하나의 순환하는 생태계로 작동합니다. "이걸 먹을 수 있다면 어떤 맛일까?"라는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는 작품이에요. 실제로 애니메이션 제작진은 전문 푸드 디자이너 모미치 마오와 협업해서, 마물 요리가 '징그럽지만 맛있어 보이는' 절묘한 비주얼을 완성했습니다.

트리거라는 제작사 선택도 신의 한 수였습니다. 킬라킬,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 같은 역동적인 작품으로 유명한 트리거지만, 이번에는 미야지마 감독의 성향에 맞춰 정적이고 분위기 있는 연출을 택했어요. 화려한 액션보다는 요리 과정의 디테일과 캐릭터 표정의 미묘한 변화에 공을 들인 결과, 음식 장면은 진짜 침이 고이고 전투 장면은 필요한 순간에만 터집니다.

음악을 맡은 미츠다 야스노리는 크로노 크로스의 작곡가예요. 원작자 쿠이 료코가 직접 지명했다고 하는데, 던전의 신비로운 분위기와 따뜻한 식사 장면의 온도차를 음악으로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오프닝을 맡은 BUMP OF CHICKEN의 "Sleep Walking Orchestra"도 작품의 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요.

아쉬운 점

가장 많이 지적되는 건 초중반의 긴장감 부족입니다. 여동생이 드래곤에게 먹혔는데 급하게 달려가야 할 상황인데, 일행은 매 층마다 느긋하게 요리해 먹고 있거든요. '맛있게 먹는 장면'과 '여동생 구출의 절박함'이 톤으로 충돌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물론 이건 원작의 구조적 특성이기도 한데, 시청자에 따라 "이 사람들 진짜 급한 건 맞아?"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트리거 팬들 사이에서는 "트리거답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기존 트리거 작품들의 넘치는 에너지와 화려한 작화 대신, 정적이고 절제된 연출이 대부분이라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라이오스의 몬스터 집착이 캐릭터의 가장 큰 특성인데, 이게 24화 내내 반복되면서 일차원적으로 느껴진다는 평도 있어요.

넷플릭스 독점이라는 점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매주 1화씩 공개하는 방식이었지만, 크런치롤이나 다른 플랫폼에서는 볼 수 없어서 접근성 면에서 아쉬웠던 분들이 있어요. (이후 크런치롤에서도 만화 서비스가 시작되긴 했습니다.)

장점
  • 압도적인 세계관 — 던전 생태계를 과학적으로 설계한 밀도
  • 마물 요리 비주얼이 징그러우면서도 진심으로 맛있어 보임
  • 미츠다 야스노리 음악 + BUMP OF CHICKEN OP의 완벽한 조합
  • 후반부로 갈수록 깊어지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성장
  • 원작 완결작 — 시즌2로 완결까지 갈 수 있는 안정감
아쉬운 점
  • 초중반 요리와 구출 사이의 긴장감 불균형
  • 트리거치고는 정적인 연출, 역동적 작화 기대 시 아쉬움
  • 라이오스의 몬스터 집착이 반복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
  • 넷플릭스 독점으로 접근성 제한
  • 초반 3~4화의 진입 장벽 — 여기를 넘기면 빠져듦

코노스바, 방랑 밥과는 어떻게 다를까?

같은 판타지 세계의 '먹방' 요소를 공유하지만 세 작품의 결이 전부 다릅니다. "코노스바"가 이세계물을 비꼬는 캐릭터 개그 코미디라면, "방랑 밥"은 현대 식재료로 이세계 먹방을 찍는 힐링물이고, "던전밥"은 판타지 세계의 식문화를 다큐멘터리처럼 파고드는 정통 모험극이에요. 비유하자면 코노스바는 시트콤, 방랑 밥은 쿡방, 던전밥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판타지 편입니다. 세 작품 중 스토리와 세계관의 깊이에서는 던전밥이 압도적이고, 단순한 웃음에서는 코노스바가, 편안한 힐링에서는 방랑 밥이 각각 독보적이에요.

총평

종합 평점
던전밥
4.5
/ 5.0
재미
8.5
스토리
9.0
연기
8.5
영상미
9.0
몰입도
9.0

2024년 최고의 애니메이션을 꼽으라면 확실히 후보에 올라야 할 작품입니다. 크런치롤 어워드에서 16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면서도 수상은 하나도 못 했다는 게 오히려 화제가 되었을 정도로, 작품성과 대중적 인지도 모두를 잡았어요. 초반 3~4화의 진입 장벽만 넘기면 던전 깊숙한 곳까지 빠져드는 몰입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원작이 14권으로 완결된 만큼, 시즌2에서 완결까지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큰 매력이에요.

"
먹는다는 건 산다는 것이고,
산다는 건 던전을 내려가는 것이다
판타지를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 그림에 약하고,
치밀한 세계관 덕질에 빠질 준비가 된 분에게 추천합니다
🍖 몬스터 먹방 🗡️ 정통 던전 판타지 🎵 미츠다 야스노리 OST 📖 원작 완결 안정감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러브 비트윈 라인즈 리뷰 — 극본살인 게임에서 시작된 중국 로맨스, 볼 만할까?

권총 리뷰 — 가짜 환관과 가짜 황제의 권모 로맨스, 숏드라마의 한계를 넘다

옥을 찾아서 리뷰 — 한국 넷플릭스 뚫은 첫 중드, 무엇이 달랐나

듄 파트 1 & 2 리뷰 — 빌뇌브의 SF 서사시, 파트 3 정보까지 총정리

사운드트랙 #1 리뷰 — 짝사랑이 음악이 되는 4부작 힐링 로맨스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2 통합 리뷰 — 한국판 '언니들의 술자리',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아무르 리뷰 — 칸 황금종려상·아카데미 수상, 사랑의 가장 어두운 얼굴

폭탄 리뷰 — 일본 아카데미 석권, 사토 지로 '10원 대머리'의 탄생

헤어질 결심 리뷰 — 칸 감독상 수상작, 박찬욱 최고작일까?

블랙 스완 리뷰 — 완벽을 향한 욕망이 자신을 삼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