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집 리뷰 — 내 집 마련이 이렇게 설렐 일인가요?
"월간 집"은 2021년 JTBC에서 방영된 16부작 로맨틱 코미디로, 영어 제목은 "Monthly Magazine Home"입니다. 집에서 사는(live) 여자와 집을 사는(buy) 남자의 '내 집 마련 로맨스'라는 꽤 독특한 컨셉을 들고 나왔는데요. 부동산이라는 현실적인 소재에 로코를 얹은 시도가 신선하면서도, 시청률은 2~3%대에 머물며 조용히 종영한 드라마입니다. 그런데 종영 후에도 OST와 함께 꾸준히 회자되는 걸 보면, 이 드라마에는 숫자로 설명이 안 되는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줄거리 — 집을 대하는 두 가지 방법
나영원(정소민)은 리빙 잡지사 '월간 집'의 에디터입니다. 10년차 직장인인데 10년째 월세 살이 중이에요. 하지만 영원에게 집은 '돈'이 아니라 '안식처'입니다. 월세 집이라도 내 집인 양 정성껏 꾸미고 닦는 사람이죠. 그런데 어느 날,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몽땅 날려버립니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를 냉정하게 쫓아낸 새 집주인이, 다름 아닌 잡지사의 새 대표 유자성(김지석)이었던 겁니다.
유자성은 집을 오직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보는 남자예요. 개천에서 난 용으로, 낮에는 공부, 저녁에는 식당, 밤에는 대리운전, 주말에는 공사판을 뛰며 독학으로 부동산 재벌이 된 인물입니다. 집이 안식처라는 영원의 말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지만, 영원과 부딪히면서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여기에 영원을 짝사랑하는 연하남 신겸(정건주)까지 가세하면서 삼각관계가 펼쳐지죠.
월간 집이 매력적인 이유 — 부동산 로코의 신선함
'부동산'과 '로맨스'의 조합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월세, 전세, 경매, 재건축, 청약 같은 현실적인 키워드들이 로맨스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가난 거꾸로 해보세요, 난가?"라며 하루 만원 쓰기 프로젝트를 하는 영원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공감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내 집 마련의 절박함이 드라마 전체에 깔려 있죠.
분위기도 유쾌합니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연출한 이창민 감독과 '막돼먹은 영애씨', '혼술남녀'를 쓴 명수현 작가의 조합답게, 직장 내 웃음 포인트가 탄탄해요. 특히 김원해가 연기한 최고 편집장은 리코더를 들고 다니며 "침착하게 하겠습니다"를 외치는 극 중 최고의 예능 캐릭터입니다. 기생충, 부부의 세계, SKY 캐슬 같은 명작 드라마·영화의 패러디가 곳곳에 숨어 있는 것도 보는 재미를 더하고요.
OST도 빼놓을 수 없어요. 후이의 'Imagine', 곽진언의 '그런 날', WOODZ(조승연)의 'There for you', 백아연의 '그대를 조금 더' 등 가창곡은 물론이고, 배경음악의 퀄리티가 특히 좋아서 종영 후에도 여기저기서 애용될 정도입니다. 드라마 자체의 명성을 넘어서 OST가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 경우죠.
아쉬운 점
솔직히 이야기의 뼈대는 익숙합니다. 정반대 성격의 남녀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구조는 로코의 정석이긴 하지만, 그만큼 예측 가능하기도 하죠. 초중반까지는 부동산 소재의 신선함과 유쾌한 직장 코미디로 잘 끌고 가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나영원 아버지 관련 과거사가 갑자기 등장하면서 전개가 급해지고 분위기도 어색해집니다.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되긴 하지만, 그 과정이 다소 억지스러웠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또한 전작인 '로스쿨'(첫방 5.1%, 최종회 6.1%)에 비해 시청률이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동시간대 경쟁이 심하지 않았는데도 3%대에서 출발해 2%대로 주저앉았거든요. 로맨틱 코미디 장르 자체가 당시 시청률을 끌어내기 어려운 시기이기도 했지만, 드라마의 매력이 수치로 연결되지 못한 건 분명 아쉬움이 남습니다.
- 부동산 + 로맨스라는 신선한 소재 조합
- 직장인이라면 공감 100%인 현실적 에피소드
- 명작 패러디와 유쾌한 직장 코미디
- 종영 후에도 살아남은 웰메이드 OST와 BGM
- 김원해·채정안 등 개성 강한 조연들의 활약
- 로맨스 전개 자체는 다소 정석적이고 예측 가능
- 후반부 아버지 과거사 갈등이 갑작스러움
- 해피 엔딩까지의 과정이 급하게 마무리
- 전작 대비 반 토막 이하의 시청률
- 삼각관계가 중반 이후 힘을 잃음
정소민과 김지석 — 예상 밖의 케미
정소민과 김지석은 2013년 드라마 스페셜 이후 약 8년 만에 재회한 조합인데, 케미가 생각보다 잘 맞습니다. 정소민은 긍정적이고 털털하면서도 속 깊은 영원을 자연스럽게 살려냈고, 김지석은 차갑고 계산적이지만 점점 녹아내리는 자성의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어요. 특히 김지석의 츤데레 연기가 의외로 심장에 와닿는 장면들이 꽤 있습니다. 채정안이 연기한 비혼주의자 여의주 — 백만 원 넘는 월세를 내며 럭셔리 자취를 하면서 "보장되지 않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실을 담보 삼지 말자"고 외치는 캐릭터 — 도 인상적이에요.
총평
대단한 반전이나 강렬한 서사를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지만, 퇴근 후 편하게 틀어놓고 웃으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드라마를 찾는다면 딱 맞는 작품입니다. 부동산이라는 현실 소재를 로코에 녹여낸 시도 자체가 가치 있고, 그 안에서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를 따뜻하게 되짚어준 드라마예요.
이 드라마는 내 마음에 들어왔다
부동산 소재에 공감하는 월세족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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