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이 세상이 무대라면 분장실은 어디에 있을까 리뷰 — 미타니 코키 25년 만의 귀환, 볼 만할까?

"만약 이 세상이 무대라면 분장실은 어디에 있을까"는 2025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영어 제목은 "Pray Speak What Has Happened"입니다. 일본에서는 줄여서 '모시가쿠(もしがく)'라고 부르죠. 고바야시 닌자부로, 왕의 레스토랑, 가마쿠라도노의 13인 등 일본 엔터테인먼트의 전설적인 각본가 미타니 코키가 25년 만에 민방 골든타임 연속드라마로 복귀한 작품이라 방영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았습니다. 넷플릭스에서도 글로벌 공개되어 한국에서도 시청 가능합니다.

일본 연속드라마
Pray Speak What Has Happened
만약 이 세상이 무대라면 분장실은 어디에 있을까
もしもこの世が舞台なら、楽屋はどこにあるのだろう · 2025
장르
청춘 군상극 · 드라마 · 코미디
방영
2025년 10월 · 후지TV 수 22시
편수
전 11화 (초회 30분 확대)
원작
미타니 코키 완전 오리지널
주연
스다 마사키 · 니카이도 후미 · 카미키 류노스케
각본
미타니 코키 (三谷幸喜)

줄거리 — 쫓겨난 연출가, 스트립 극장에서 셰익스피어를 올리다

1984년 가을, 시부야. 극단 '천상천하'의 연출가 쿠베 미츠나리(스다 마사키)는 자신이 연출할 셰익스피어 '한여름 밤의 꿈' 초연 당일, 지나치게 독선적이라는 이유로 극단에서 쫓겨납니다. 갈 곳을 잃고 시부야 뒷골목 '하치분자카'를 헤매던 중, 어쩌다 스트립 극장 'WS 극장'에 조명 담당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죠.

때마침 풍영법 강화로 스트립 영업이 어려워진 WS 극장에 3주 안에 경영을 살리지 못하면 폐업이라는 통보가 떨어집니다. 쿠베는 "어차피 망할 거 셰익스피어나 올리자"는 무모한 제안을 하고, 연기라곤 해본 적 없는 댄서들과 극장 스태프를 끌어모아 극단 '쿠베시아터'를 결성합니다. 여기에 쿠베를 쫓아온 방송작가 지망생 호라이(카미키 류노스케), WS 극장의 간판 댄서 리카(니카이도 후미), 근처 신사의 무녀 쥬리(하마베 미나미) 등이 하나둘 합류하면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미타니 코키는 왜 이 이야기를 썼을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미타니 코키의 진심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가 대학 시절 시부야 극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경험을 토대로 한 반자전적 작품이에요. 작중 카미키 류노스케가 연기하는 호라이라는 캐릭터가 사실상 젊은 시절의 미타니 자신이라고 합니다. 2022년부터 각본을 쓰기 시작해 촬영 전에 이미 후반부까지 완성했다는데, 원래 느린 필력으로 유명한 미타니가 촬영 전에 각본을 끝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그리고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셰익스피어에 대한 러브레터입니다. 제목 자체가 셰익스피어의 '뜻대로 하세요'에 나오는 대사의 오마주이고, 등장인물 이름과 극중 가게 이름까지 전부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따왔습니다. 거리 이름 '하치분자카(八分坂)'의 영문 표기가 'Pray speak what has happened(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인 것도 재치 있는 설정이에요.

제작 규모도 장난이 아닙니다. 1984년 시부야를 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치바현 모바라시에 당시 건축물 배치 그대로 거대한 오픈세트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배우들이 세트 덕분에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니, 제작진의 정성이 화면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캐스팅의 깊이가 다르다

스다 마사키, 니카이도 후미, 카미키 류노스케, 하마베 미나미까지만 해도 이미 초호화인데, 여기에 이치하라 하야토, 코이케 에이코, 이노우에 순, 반도 야쥬로, 고바야시 카오루, 기쿠치 린코까지. 나레이션은 와타나베 켄이 맡았습니다. 일본 드라마 역사상 최정상급 배우들을 이만큼 한 작품에 모은 경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예요.

특히 스다 마사키가 연기하는 쿠베는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면서도, 연극에 대한 순수한 열정만큼은 진짜인 복잡한 캐릭터입니다. 니나가와 유키오를 동경해서 화가 나면 재떨이를 던지려 하고, 거짓말도 서슴지 않지만, 그가 주변 사람들을 연극의 세계로 끌어들이면서 모두의 인생이 바뀌어가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에요. 니카이도 후미의 댄서 연기, 하마베 미나미의 무녀 역도 인상적이고요.

아쉬운 점

솔직히 이 드라마는 사람을 심하게 가립니다. 일본 내 시청률이 이를 증명하는데, 초회 세대 시청률 5.4%에서 출발해 계속 하락하며 최종회는 2.9%까지 떨어졌어요. 1984년 시부야라는 40년 전 배경, 셰익스피어 연극이라는 마이너한 소재, 소극장 붐이라는 특수한 문화를 다루다 보니 젊은 시청자층이 진입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초회가 30분 확대 스페셜이었음에도 등장인물 소개로만 끝나버린 것도 초반 이탈의 원인이 됐어요. 2화부터 본격적으로 재미가 붙는다는 평이 많은데, 1화에서 빠진 사람은 돌아오지 않은 거죠. 또한 주인공 쿠베에게 감정 이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극중 내내 독선적으로 돌진하는 캐릭터라 호불호가 확실해요.

장점
  • 미타니 코키의 진심이 담긴 반자전적 오리지널 스토리
  • 일본 최정상급 배우 총출동, 역대급 캐스팅
  • 1984년 시부야를 재현한 대규모 오픈세트의 완성도
  • 셰익스피어 오마주가 곳곳에 숨어 있는 디테일
  • 회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캐릭터와 이야기
아쉬운 점
  • 1화가 인물 소개로만 끝나 초반 진입 장벽이 높음
  • 80년대 시부야 + 셰익스피어, 소재가 대중적이지 않음
  • 주인공 쿠베의 독선적 성격에 감정이입 어려움
  • 중반 이후 전개가 느리게 느껴지는 구간 존재
  • 연극에 관심 없으면 몰입이 쉽지 않을 수 있음

왕의 레스토랑 팬이라면 — 미타니 코키 작품 비교

미타니 코키 팬이라면 '왕의 레스토랑'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겁니다. 몰락한 레스토랑을 천재 셰프가 되살리는 구조와, 몰락한 극장을 괴짜 연출가가 되살리는 구조가 닮아 있거든요. 실제로 일본 팬들 사이에서도 "레이와 시대의 왕의 레스토랑"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왕의 레스토랑이 한 화 완결형 에피소드로 가볍게 즐길 수 있었던 반면, 이 작품은 11화에 걸쳐 하나의 큰 이야기가 흘러가는 구조라 체감 온도가 꽤 다릅니다.

가마쿠라도노의 13인이나 사나다마루 같은 대하드라마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미타니 특유의 인물 군상극 매력을 이 작품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대하드라마만큼의 스케일보다는, 소극장 뒷골목의 따뜻한 온기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총평

종합 평점
만약 이 세상이 무대라면 분장실은 어디에 있을까
3.5
/ 5.0
재미
6.5
스토리
7.5
연기
9.0
영상미
8.5
몰입도
6.0

시청률로만 보면 아쉬운 결과지만, 끝까지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2025년 가을 드라마 중 가장 만족스러웠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마니아층의 지지가 확실한 작품입니다. 미타니 코키라는 거장이 64세에 자신의 청춘을 돌아보며 쓴 이야기라는 걸 알고 보면, 마지막 장면에서 느껴지는 여운이 남다릅니다.

"
이 세상이 무대라면
이 드라마는 분장실에서 피어난 꿈이다
연극을 사랑하거나, 미타니 코키의 이름에 반응하거나,
일본 드라마의 격이 다른 캐스팅을 즐기고 싶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 셰익스피어 오마주 🏙️ 1984년 시부야 ✍️ 미타니 코키 각본 🎬 초호화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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