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 리뷰 — 노멀 피플이 좋았다면, 이건 반드시 봐야 합니다
"원 데이(One Day)"는 2024년 2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영국 로맨스 드라마입니다. 데이비드 니콜스의 2009년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1988년 대학 졸업식 날 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매년 같은 날(7월 15일)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20년에 걸쳐 따라가는 구조예요. 공개 첫 주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기록했고, 로튼 토마토 91%라는 압도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노멀 피플"이 좋았던 분이라면, 이 작품은 거의 필수 시청이에요.
줄거리 — 매년 7월 15일, 같은 날의 다른 두 사람
1988년 7월 15일, 에든버러 대학 졸업식 날 밤. 노동자 계층 출신의 야심찬 문학도 엠마 몰리와 부유한 집안의 파티보이 덱스터 메이휴는 처음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아서즈 시트 언덕을 걸으며 서로의 꿈을 이야기하죠. 엠마는 작가가 되고 싶고, 덱스터는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리고 둘은 각자의 길로 떠납니다.
이후 14개 에피소드는 매년 같은 날인 7월 15일(영국의 세인트 스위든스 데이)에 이 두 사람을 찾아갑니다. 덱스터는 로마에서 방탕한 생활을 하고, 엠마는 런던의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한쪽이 잘 나갈 때 다른 쪽은 바닥을 치고, 서로 다른 사람과 연애하고, 가까워졌다가 또 멀어지기를 반복해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 둘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는 감정이 관객의 가슴을 계속 조여옵니다.
원 데이가 특별한 이유 — 시간이라는 이름의 연출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는 구조 자체입니다. 1년에 딱 하루만 보여주니까, 나머지 364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시청자가 상상으로 채워야 해요. 그래서 에피소드가 넘어갈 때마다 "어? 지금 뭐가 바뀐 거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1년 사이에 머리 스타일이 바뀌고, 옷차림이 달라지고, 말투가 변하는 걸 보면서 시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는 구조예요.
두 주연 배우의 연기가 이 구조를 완벽하게 뒷받침합니다. 암비카 모드는 20대 초반의 자신감 없는 문학도에서 30대의 당당한 작가로 변해가는 엠마를 연기하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 에피소드마다 미세하게 달라져요. 자세, 말투, 눈빛의 깊이까지. 레오 우달 역시 눈부시게 매력적이던 20대 파티보이가 인생의 타격을 맞고 겸손해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냅니다. 특히 어머니와의 씬에서 보여주는 감정 연기는 이 사람이 왜 "화이트 로터스 시즌2" 이후 주목받았는지를 확실히 보여줘요.
그리고 사운드트랙이 정말 미쳤습니다. 원작 소설가 데이비드 니콜스가 직접 두 캐릭터의 "레코드 컬렉션"을 설정해 놨고, 음악 감독과 함께 시대별 선곡을 완성했어요. 88년의 애시드 하우스부터 90년대 브릿팝(Blur, The Cranberries, Suede), 2000년대 인디록까지 —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시대가 귀로 들려옵니다. 영국 음악 팬이라면 이 OST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해요.
아쉬운 점
초반 1~3화에서 두 주인공의 케미가 즉각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어요. "이 두 사람이 왜 서로한테 끌리는 거지?"라는 의문이 드는 구간이 분명 있습니다. 이건 의도된 설계이긴 한데(처음부터 완벽한 커플이 아니라 서서히 연결되는 관계니까), 참을성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4화 그리스 휴가 에피소드부터 확 바뀌니 거기까지는 버텨보시길.
또 하나, 1년에 하루만 보여주는 구조의 양날의 검이 있어요. 중간중간 "이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하면서 정보가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덱스터의 중반부 몰락 과정은 좀 더 보고 싶은데 건너뛰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결말은... 스포일러 없이 말하자면,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노멀 피플의 열린 결말이 안타까웠다면, 이건 그보다 더 강력한 감정적 충격이 올 수 있어요.
- 매년 같은 날만 보여주는 독창적 구조가 중독성 있다
- 암비카 모드 & 레오 우달, 20년의 성장을 설득력 있게 연기
- 80~2000년대 영국 음악으로 채운 역대급 사운드트랙
- 시대별 의상·소품·배경이 섬세하게 고증되어 있다
- 회당 30분, 14화 — 주말 하루면 완주 가능한 분량
- 초반 1~3화 케미가 느리게 올라온다
- 1년 건너뛰기 구조상 정보 공백이 답답할 수 있다
- 결말의 감정적 충격이 상당히 크다 (마음의 준비 필수)
- 덱스터 중반부 몰락 과정이 좀 더 보고 싶었다
- 영국 문화 코드에 익숙하지 않으면 일부 유머가 안 와닿을 수 있다
노멀 피플과 비교 — 영국식 로맨스의 쌍벽
"노멀 피플"을 좋아한 분이라면 이 드라마를 안 볼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두 작품은 끊임없이 비교되고 있어요. 둘 다 영국 제도 출신 소설 원작, 둘 다 서로 다른 계층의 남녀가 오랜 시간 엇갈리는 이야기, 둘 다 "왜 타이밍이 맨날 안 맞는 거야!" 하고 외치게 만드는 구조.
차이점이 있다면, 노멀 피플은 10대 후반~20대 초반의 학창 시절에 집중하는 반면, 원 데이는 20대부터 40대까지 20년을 관통합니다. 그래서 노멀 피플이 "첫사랑의 강렬함"을 다룬다면, 원 데이는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사랑의 무게"를 다뤄요. 또한 노멀 피플의 결말이 열려 있는 데 반해, 원 데이의 결말은... 글쎄요, 준비가 됐다면 직접 확인하시길. 두 작품 모두 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원 데이가 더 울었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에요.
참고로, 이 소설은 2011년 앤 해서웨이 주연 영화로 한 번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로튼 토마토 35%로 처참하게 망했습니다. 같은 원작인데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수 있나 싶을 정도예요. 2시간짜리 영화에 20년 이야기를 우겨넣으려다 보니 감정선이 완전히 날아갔거든요. 드라마 버전이 14화로 풀어낸 건 이 원작에 맞는 올바른 선택이었습니다.
총평
주말 오후에 틀어놓으면 밤까지 14화를 다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웃기다가 울리고, 답답하다가 가슴이 먹먹해지는 — 20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묵직한 감정의 롤러코스터예요. 노멀 피플, 플리백(Fleabag), 데이지 존스 앤 더 식스 같은 작품이 좋았다면 이건 반드시 목록에 넣으세요.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었다
감정적 충격에 대비하고 시청하세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