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Y 리뷰 — 한소희x전종서의 여성 누아르, 비주얼은 압도적인데?
"프로젝트 Y"는 2026년 1월 개봉한 한국 영화로, 영어 제목도 그대로 "Project Y"입니다. 한소희와 전종서가 투톱 주연을 맡은 범죄 누아르 장르인데요. 독립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로 주목받았던 이환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치며 기대를 한껏 모았지만, 막상 극장에선 14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는 실패했어요.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영화, 과연 볼 만한 걸까요?
줄거리 — 밑바닥에서 80억을 노리는 두 여자
미선(한소희)은 낮에는 꽃집을 운영하고 밤에는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이중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 절친이자 가족 같은 도경(전종서)은 업소 종사자들을 태우는 운전기사로 일하며 같이 동거 중이에요. 둘의 꿈은 단순합니다. 돈을 모아서 이 생활에서 탈출하는 것.
하지만 전 재산을 부동산 사기로 날리면서 모든 계획이 무너집니다. 벼랑 끝에 몰린 두 사람은 유흥가의 실세 토사장(김성철)이 숨겨놓은 80억 규모의 금괴 정보를 알게 되고, 위험한 도박에 뛰어들기로 결심하죠. 그 순간부터 돌이킬 수 없는 추격전이 시작됩니다.
프로젝트 Y의 장점 — 눈이 즐거운 영화
이 영화의 가장 확실한 무기는 비주얼입니다. 강남 밤거리를 배경으로 한 인공광 중심의 촬영이 정말 감각적이에요. 네온사인 아래 펼쳐지는 도시의 어둠을 질척하면서도 화려하게 담아냈는데, 스타일리시한 한국 누아르의 새로운 질감을 보여줍니다. 이환 감독이 독립영화에서 보여줬던 현실적 묘사를 장르적 감각으로 잘 변환한 부분이에요.
한소희와 전종서, 두 배우의 조합도 분명한 장점입니다. 한소희는 겉으로는 연약해 보이지만 내면에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미선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고, 전종서는 기존의 강렬한 이미지와 달리 유약하고 인간적인 도경을 보여줬어요. "델마와 루이스"를 떠올리게 하는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는 이 영화를 끌고 가는 핵심 동력입니다.
조연들의 캐릭터성도 눈에 띕니다. 김성철의 토사장은 전사(前史) 설명 없이 악한 면만으로 밀어붙이는데 그게 오히려 강렬하고, 김신록의 가영과 정영주의 황소 같은 인물들이 이야기에 생동감을 더합니다. 캐릭터 라이징 무비라는 감독의 의도가 가장 잘 살아난 부분이에요.
아쉬운 점
문제는 서사입니다. 감독 스스로 밝혔듯이 설명을 최소화하고 속도감을 살리는 연출을 추구했는데, 그 결과 이야기의 개연성이 많이 약해졌어요. 많은 인물과 굵직한 사건이 빠르게 지나가다 보니 정작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왜 이 상황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납득이 부족합니다.
특히 중반 이후 서스펜스가 유지되지 않는 구간이 길어요. 범죄 누아르라면 긴장감이 생명인데, 무드와 이미지로 설득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느슨함으로 이어진 느낌입니다. 영화가 끝나도 "프로젝트 Y"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모호하다는 관객 반응도 있었고요.
화류계라는 소재 선택도 논란이 됐습니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누아르를 표방했지만, 정작 여성 관객층에서 소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어요. 의도와 수용 사이의 간극이 꽤 벌어진 케이스입니다.
- 감각적인 영상미, 강남 밤거리의 네온 누아르
- 한소희·전종서 콤비의 색다른 케미
- 김성철·김신록·정영주 등 조연의 강렬한 존재감
- 독립영화 감성을 상업영화로 확장한 시도
- 108분 러닝타임, 부담 없는 길이
- 서사의 개연성 부족, 설명 최소화의 부작용
- 중반 이후 긴장감이 빠지는 느슨한 전개
- 무드 중심 연출이 서스펜스를 상쇄
- 화류계 소재에 대한 관객 거부감
- "프로젝트 Y"의 의미가 끝까지 모호
비교 작품 — 델마와 루이스, 그리고 감독의 전작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실제로 두 여성이 사회의 벼랑 끝에서 범죄에 뛰어든다는 구조가 닮아 있습니다. 다만 "델마와 루이스"가 로드무비의 해방감을 줬다면, "프로젝트 Y"는 도시 안에서의 갇힘과 질척함에 더 가깝습니다.
이환 감독의 전작 "박화영"이나 "어른들은 몰라요"를 좋아했던 분이라면, 이번 작품에서 그 하이퍼 리얼리즘적 질감이 많이 희석된 걸 느끼실 거예요. 감독 본인도 상업영화로 넘어오면서 기존 방식에서 무엇을 가져가고 버릴지 고민했다고 밝혔는데, 그 절충이 양쪽 모두를 완전히 만족시키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한소희의 "마이 네임"이나 전종서의 "콜" 같은 작품의 강렬함을 기대하고 갔다면 체감 온도가 다를 수 있어요.
총평
눈은 즐겁지만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입니다. 비주얼과 배우의 아우라만으로 108분을 버틸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탄탄한 서사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환 감독의 다음 작품이 더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따라오지 못했다
한소희·전종서 팬이라면 한 번쯤 볼 만합니다.
탄탄한 스토리를 원하신다면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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