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리뷰 — 비트다케시 원작, 스마트폰 없이 사랑하는 법에 관한 일본 로맨스
비트다케시가 처음 써낸 연애소설을 영상화한다는 소식만으로도 화제였다. 갱스터 영화와 거친 개그로 기억되는 그 이름이 로맨스를 쓴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반전이었으니. 2023년 10월 개봉한 <아날로그(アナログ)>는 니노미야 카즈나리와 하루의 첫 공동 주연으로, 스마트폰도 SNS도 없이 매주 목요일 같은 자리에서만 만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디지털이 빨라질수록 느린 것들이 더 간절해진다는 것을, 이 영화는 소리 없이 말한다.
줄거리 — 매주 목요일,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사람
손으로 그린 설계도와 직접 만든 모형에 고집이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토루. 그가 직접 내장 공사를 마친 단골 찻집 '피아노'에서 어느 날 미유키를 만난다. 말수가 적고 우아하며, 무엇보다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여자. 연락처를 교환하는 대신 두 사람은 약속 하나를 맺는다. 매주 목요일 저녁, 이 찻집에서 만나자.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그 외의 시간에 사토루는 미유키를 오로지 머릿속에서만 생각한다. 디지털로 빈틈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만남은 더 소중해진다. 계절이 바뀌고 목요일이 쌓일수록 사토루는 미유키에게 프로포즈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바로 그날, 미유키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음 주도, 그 다음 달도.
왜 그녀는 사라졌을까. 사토루가 결코 묻지 않았던 미유키의 과거, 그리고 그녀가 끝내 말하지 못했던 비밀이 천천히 밝혀진다. 영화는 그 이유를 드러내는 방식에서 비트다케시 특유의 반전을 담는다.
이 영화가 빛나는 것들 — 속도를 잃은 사랑의 질감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쓸데없는 서두름이 없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일주일에 한 번의 만남으로만 쌓이고, 카메라는 그 반복을 지루하지 않게 담아낸다. 찻집 테이블 너머로 건네지는 시선, 처음에는 조심스럽다가 점점 편안해지는 거리감, 웃음이 터지는 타이밍의 변화. 이 세밀한 감정의 축적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다.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도 작위적이지 않다.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강하게 감정을 터뜨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표정의 결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표현하며, 하루는 흰 옷의 佇まい와 특유의 투명한 분위기로 미유키가 왜 사토루를 끌어당기는지를 납득시킨다. 찻집 씬 네 명이 함께하는 거실 장면처럼 편안하게 흘러가는 장면들은 아드리브처럼 보일 만큼 자연스럽다는 호평이 많다.
영상미도 서사의 톤과 잘 어울린다. 카페, 해변, 부두. 두 사람의 데이트 장소들은 전부 자연광 아래 조용하고 아름답게 담겼고, YOASOBI의 ikura가 이 영화를 위해 쓴 주제가 「With」는 후반부에 적절하게 감정을 밀어올린다.
아쉬운 점
비트다케시 원작이라는 기대치가 역설적으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원작 소설이 갖는 '의외의 로맨티스트 비트다케시'라는 흥미로운 긴장감이, 영화에서는 다소 전형적인 일본 순애보 영화의 문법으로 평탄해지는 면이 있다. 결말의 처리 방식도 감동적이긴 하지만 "너무 잘 마무리된 것 아닌가" 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부 관객이 지적하는 편집의 이음새 문제도 소소하게 거슬리는 순간들을 만든다.
미유키라는 인물이 철저히 사토루의 시선을 통해서만 보인다는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그녀의 내면을 더 일찍, 더 직접적으로 보여줬다면 후반부의 감정이입이 더 깊었을 텐데 싶은 지점이 있다.
- 서두르지 않는 감정의 속도 — 목요일이 쌓이는 만큼 사랑의 질감이 살아난다
- 니노미야 카즈나리 × 하루의 자연스러운 케미 — 강요되지 않은 온기
- 흰색을 기조로 한 정돈된 영상미와 로케이션
- ikura(幾田りら) 작사·작곡 주제가 「With」 — 후반부 감정과 정확히 맞닿는다
- 비트다케시 첫 연애소설의 반전 감성이 살아있는 결말
- 비트다케시 원작의 독특한 긴장감이 전형적 일본 순애보 문법으로 평탄해지는 느낌
- 미유키의 내면이 후반부까지 거의 드러나지 않아 감정이입이 늦게 형성됨
- 결말이 지나치게 깔끔하게 정리된다는 반응 — 현실감보다 동화에 가까운 마무리
- 일부 장면 편집에서 장면 전환의 이음새가 눈에 띄는 경우가 있음
총평
어른의 순애보를 이 영화는 흰빛으로 그린다. 자극 없이, 서두르지 않고, 목요일이 돌아올 때마다 조금씩 마음을 더 열어가는 두 사람. 비트다케시 원작의 기대치 때문에 오히려 과소평가받을 수 있는 영화지만, 로맨스 장르 본연의 감각 — 기다림의 설렘,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 그리고 뒤늦게 밝혀지는 진심 — 을 아름답게 구현한다는 점에서 조용한 걸작에 가깝다.
디지털 과잉 시대, '느린 사랑'은 왜 더 간절해지는가
비트다케시가 2017년 이 소설을 발표했을 때, 스마트폰과 SNS가 이미 인간관계의 기본값이 된 지 오래였다. 그 시대에 그는 '서로의 번호를 모른 채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는' 연애를 썼다. 이것은 단순한 레트로 취향이 아니다. 연결이 과잉될수록 역설적으로 '기다림'이라는 행위 자체가 사라지고, 그와 함께 기다리는 동안 쌓이는 감정의 농도도 희박해진다는 진단이다.
영화 속 사토루와 미유키가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사랑이 더 순수해서가 아니라, 채울 수 없는 빈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목요일과 목요일 사이의 6일 동안 사토루는 미유키에게 연락할 수 없다. 그 시간 동안 그는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다. 현대 연애가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으로 촘촘하게 채워지며 잃어버린 것이 바로 이 '생각의 시간'이다. 영화는 그것을 로맨스의 밀도라고 부른다.
비트다케시라는 이름이 붙은 이 이야기가 왜 그토록 의외로 느껴지는지도 여기에 있다. 폭력과 반항의 아이콘이 '기다리는 사랑'을 썼다는 반전 자체가, 사실 디지털 시대를 가장 예리하게 꿰뚫는 시선이었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것이 가장 급진적인 저항이 되는 시대를, 이 영화는 조용하고 아름답게 증명한다.
- 빠르지 않은 일본식 순애보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
- 니노미야 카즈나리 또는 하루의 팬 — 두 배우의 케미 정점
- OST를 중시하는 분 — ikura의 「With」는 단독으로도 들을 만한 명곡
- 도시적이고 차분한 영상미의 일본 영화를 찾고 있는 분
- 비트다케시의 의외성과 로맨티스트적 면모가 궁금한 분
- 빠른 전개와 극적인 갈등 구조를 원하는 분 —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느리다
- 비트다케시 특유의 날카롭고 거친 에너지를 기대한 분
- 여주인공의 내면이 초반부터 충분히 드러나야 몰입되는 분
- 해피엔딩의 동화적 마무리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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