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리뷰 — 역대 최악의 영화라는 전설, 직접 확인해봤다

2019년 12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전설적인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영화 "캣츠(Cats)"가 개봉했습니다. 감독은 <레 미제라블>(2012)로 아카데미를 석권한 톰 후퍼, 출연진은 제니퍼 허드슨, 주디 덴치, 이드리스 엘바, 테일러 스위프트, 이안 맥켈런까지 초호화 캐스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지금 인터넷 역사에 전혀 다른 이유로 남아 있습니다. IMDb 2.8점, 로튼 토마토 19%, 골든 래즈베리상 최악의 영화·감독·각본 3관왕—캣츠는 "역대 최악의 영화" 논쟁에서 매우 진지하게 거론되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영화
Cats
캣츠
Cats · 2019
장르
뮤지컬 · 판타지 · 드라마
개봉
2019.12.25 (한국 12.25)
러닝타임
110분 · 전체 관람가
원작
앤드루 로이드 웨버 동명 뮤지컬 (1981)
주연
제니퍼 허드슨 · 주디 덴치 · 이드리스 엘바 · 테일러 스위프트
감독
톰 후퍼

줄거리 — 고양이들이 하늘로 올라갈 한 마리를 뽑는다, 그게 전부다

런던의 어느 골목에 젤리클(Jellicle)이라고 불리는 고양이 부족이 살고 있습니다. 매년 한 번, 이 부족의 고양이 중 딱 한 마리가 선택되어 "헤비사이드 레이어(Heaviside Layer)"라는 천국으로 올라가 새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 각 고양이들은 자신이 선택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노래와 춤으로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게 거의 전부입니다. 뚜렷한 갈등 구조나 주인공의 성장 서사는 극히 희박합니다. 원작 뮤지컬이 원래 그런 구조인 데다, 영화는 이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보여주기"에만 집중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줄거리"보다 훨씬 더 많이 거론되는 건 따로 있습니다.

문제는 고양이가 아니라 고양이-인간 합성체라는 것

이 영화를 전설로 만든 건 바로 시각효과입니다. 제작진은 배우들의 얼굴과 몸에 고양이 털·귀·꼬리를 합성하는 "디지털 퍼(Digital Fur Technology)"를 선보였는데, 결과는 심각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였습니다. 인간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어딘가 어긋난 존재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자 관객들은 웃음과 공포 사이 어딘가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도 제작사는 "패치된 버전(VFX 수정판)"을 극장에 다시 배포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습니다. 즉, 미완성 VFX 상태로 극장에 걸렸다는 뜻인데, 수정 이후에도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건진 것은 음악입니다. 원작 뮤지컬의 명곡들, 특히 제니퍼 허드슨이 부르는 "Memory"는 정말 감동적입니다. 허드슨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누가 뭐라 해도 칭찬받는 요소예요. 눈물 콧물 범벅인 채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 최고의 순간입니다.

아쉬운 점

스토리 자체가 없다시피 합니다. 원작 뮤지컬도 이야기보다 "쇼"에 가까운 작품인데, 영화는 그 특성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데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공연장에서 살아 숨 쉬는 뮤지컬의 에너지가 화면 안에서는 불쾌한 존재들의 행진으로 변환되어버렸거든요. 비율 감각도 이상해서, 고양이가 인간 크기인지 실제 고양이 크기인지 장면마다 제각각이라 보는 내내 혼란스럽습니다.

그나마 장점
  • 제니퍼 허드슨의 "Memory" — 영화 유일의 진심 어린 순간
  • 앤드루 로이드 웨버 원작곡의 클래식한 아름다움
  • 초호화 캐스팅이 만들어내는 아이러니한 볼거리
  • 친구들과 같이 보는 B급 감상 체험으로는 최고 수준
아쉬운 점
  • 불쾌한 골짜기 정점 — 인간도 고양이도 아닌 존재들
  • 서사 구조 사실상 전무, 그냥 "노래 모음"
  • VFX 미완성 상태로 개봉, 극장 패치 초유의 사태
  • 장면마다 들쭉날쭉한 고양이/인간 비율 감각
  • 래즈베리 3관왕이 말해주는 모든 것

원작 뮤지컬은 어떨까 — 진짜는 따로 있다

1981년 초연 이후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히는 원작 <캣츠>는 T.S. 엘리엇의 시집을 기반으로 한 독특하고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영화 때문에 뮤지컬 자체가 나쁘다는 인상을 받기 쉽지만, 무대에서 경험하는 캣츠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뮤지컬에 관심이 생겼다면 영화 말고 공연 실황 영상으로 먼저 접해보시길 적극 권합니다.

총평

종합 평점
캣츠 (2019)
1.5
/ 5.0
재미
3.5
스토리
1.5
연기·노래
6.5
영상미
2.0
몰입도
2.0

단순한 망작이 아닙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특별한 망작입니다. 이 불편하고 당혹스러운 경험 자체가 어떤 의미에서는 유일무이합니다.

Analysis — 왜 캣츠는 단순한 망작이 아닌가

불쾌한 골짜기, 그리고 뮤지컬의 본질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1970년에 제시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은 이렇습니다. 인간을 닮은 대상이 어느 수준까지는 호감도가 올라가다가, 너무 비슷해지되 완벽하지 않을 때 오히려 극심한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것이죠. 캣츠의 디지털 퍼 기술은 바로 그 골짜기의 가장 깊은 곳에 착지했습니다. 인간 배우의 표정과 감정은 그대로인데, 몸은 고양이 털과 귀로 덮인 존재들이 화면 안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광경은 뇌가 처리하기 어려운 시각적 충돌을 만들어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뮤지컬의 본질과 영화의 본질이 충돌한다는 점입니다. 공연장에서 캣츠가 작동하는 건, 관객이 무대라는 "약속된 허구의 공간" 안에서 비현실적인 존재들을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반대입니다. 카메라는 현실을 포착하는 도구이고, 관객은 현실감을 기대합니다. 현실감을 기대하는 매체에 무대의 비현실성을 그대로 이식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캣츠는 그 실패를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보여준 역사적 사례입니다.

이 작품, 나한테 맞을까?
O  이런 분께 추천
  • 역대급 망작 체험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
  • 친구들과 함께 소리 지르며 보는 B급 파티 무비로
  • 제니퍼 허드슨의 "Memory" 한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분
  • 영화사의 흑역사를 제대로 체험하고 싶은 마조히스트형 시네필
X  이런 분은 패스
  • 원작 뮤지컬을 소중히 여기는 캣츠 팬
  • 불쾌한 시각적 자극에 예민하거나 멀미를 느끼는 분
  • 서사 없는 영화를 견디기 어려운 분
  • 고양이를 사랑해서 보려는 분 (이건 고양이 영화가 아닙니다)
"
인류가 만든 가장 당혹스러운 110분
그런데 Memory는 진짜 좋다
단순한 망작을 넘어, 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전설적 실패작
볼 거라면 혼자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볼 것을 강력 권장합니다
😨 불쾌한 골짜기 🎭 뮤지컬 원작 🏆 래즈베리 3관왕 🐱 고양이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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