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챠맨 크라우즈 리뷰 — "세계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히어로가 아니다, 우리들이다"
갓챠맨 크라우즈(GATCHAMAN CROWDS)는 1972년 타츠노코의 고전 히어로물 '과학닌자대 갓챠맨' — 한국 시청자에게는 독수리 오형제로 익숙한 — 의 이름을 빌려, 히어로 장르의 근본 전제를 정면으로 해체한 애니메이션이다. 2013년 여름 방영 당시 "갓챠맨인데 왜 변신 액션이 아니라 SNS 얘기냐"는 당혹감과 "2013년 애니 중 가장 도발적인 주제의식"이라는 찬사가 동시에 쏟아졌다. 그리고 그 혼란의 한복판에 이치노세 하지메라는, 히어로물 역사에서 본 적 없는 종류의 주인공이 서 있었다.
독수리 오형제가 SNS 시대로 전학 왔다 — 줄거리
2015년 타치카와시. 우주평의회 소속 J.J. 로빈슨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특수 부대 '갓챠맨'을 운영하고 있다. 갓챠맨은 NOTE라는 수첩 — 정신력을 실체화한 물체 — 을 통해 G슈트를 전개하고 정체불명의 외계 존재 '캇체'와 싸운다. 팀의 룰은 명확하다. 암네지아 이펙트로 일반인 눈에 보이지 않게 싸우고, J.J.의 지시에 따른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신입 멤버 이치노세 하지메가 들어온다. 하지메는 J.J.의 룰도, 갓챠맨의 관습도 개의치 않는다. 그녀는 캇체를 만나면 싸우기 전에 "얘기를 들어보자"고 한다. 한편 GALAX라는 거대 SNS 플랫폼이 있다. 십 대 천재 루이가 설계한 이 플랫폼은 크라우드 파워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재난이나 사건에 시민들이 직접 대응하게 한다. 슬로건은 간단하다. "세계를 업데이트하는 것은 히어로가 아니다. 우리들이다."
그리고 캇체는 이 GALAX와 대중의 심리를 동시에 이용해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기 시작한다. 기존 갓챠맨 팀은 캇체를 무력으로 처리하려 하지만, 하지메는 다른 길을 고집한다. 이 작품은 그 선택의 충돌을 통해 묻는다 — 히어로가 필요한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인가, 아니면 히어로가 필요 없게 된 세상이 더 나은 세상인가.
2013년 가장 도발적인 히어로 애니 — 장점
이 작품의 진짜 주인공은 하지메가 아니라 하지메가 대변하는 하나의 질문이다. 기존 히어로 장르는 위협이 오면 강한 개인이 나서서 해결하는 구조 위에 서 있다. 갓챠맨 크라우즈는 그 전제 자체를 거부한다. "한 명의 히어로에게 모두를 맡기는 것이 과연 건강한 사회인가." GALAX라는 SNS 플랫폼은 그 대안 실험의 무대이고, 루이는 그 실험의 설계자다. 2013년 —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사회 변화의 도구로 각광받던 시기 — 에 이 질문을 히어로 애니메이션 포맷으로 던진 것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선구적인 시도였다.
베르크 캇체는 근래 애니메이션 빌런 중 손꼽히는 설계다. 그는 "사악하기 때문에 나쁜" 존재가 아니다. 캇체는 대중 안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남의 불행을 즐기는 심리, 선동에 흔들리는 미성숙함의 집합체다. 즉, 캇체는 사회 문제 그 자체를 의인화한 것이다. 미야노 마모루의 연기는 이 복잡한 상징을 광기와 매력 사이에서 능수능란하게 다룬다. 캐릭터 디자인도 독특하다 — 젠더리스하고 다형적인 캇체의 외형은 그 자체로 "정해진 형태 없이 모든 곳에 있다"는 주제를 형상화한다.
비주얼 연출도 주목할 만하다. 나카무라 켄지 감독 특유의 그래픽 디자인 감각 — UI 인터페이스처럼 보이는 정보 화면, 팝아트적인 색감 — 이 SNS와 디지털 정보 사회라는 주제와 완벽하게 맞물린다. 갓챠맨 원작 특유의 조류 모티프 전투 슈트 디자인도 현대적으로 훌륭하게 재해석되었다.
아쉬운 점
이 작품 최대의 약점은 TV 방영 최종화(12화)의 마무리 처리다. 캇체라는 강렬한 빌런을 하지메가 마지막 한 화 만에 봉인으로 마무리하는 전개는 — 그 메시지가 아무리 의도적이라 해도 — 시청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감독이 디렉터즈 컷(12.5화)을 별도로 공개한 이유가 여기 있다. 온전한 작품 감상을 위해서는 디렉터즈 컷까지 시청해야 한다는 점이 접근 장벽이다. 또한 하지메 캐릭터는 처음부터 완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감정이입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 이 점은 의도된 설계지만, 장르를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거리감으로 작용한다. 1쿨(12화)이라는 짧은 분량 안에 담기에는 주제가 너무 많아, 일부 논의가 충분히 전개되지 못한 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도 있다.
- 히어로 장르의 근본 전제를 정면으로 해체하는 도발적 주제의식
- SNS·집단지성·대중 심리를 2013년 시점에서 예리하게 담은 시대성
- 베르크 캇체 — "악당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 자체"라는 빌런 설계
- UI·팝아트 감성의 비주얼이 디지털 사회 주제와 완벽히 맞물림
- 미야노 마모루의 압도적인 캇체 성우 연기
- TV판 최종화(12화) 마무리가 허탈 — 디렉터즈 컷 필수 시청
- 완성된 가치관을 가진 하지메에게 감정이입하기 어렵다는 반응
- 1쿨 분량에 주제를 너무 많이 담아 전개가 다소 급한 느낌
- 액션·전투 비중을 기대했던 시청자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음
총평
갓챠맨 크라우즈는 불완전하다. TV판 단독으로는 미완성에 가깝고, 디렉터즈 컷을 더해야 비로소 작품이 말하려는 것의 윤곽이 드러난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을 감수하고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2013년에 이 질문을 이 형태로 던진 애니는 전무후무하다.
재미(7.8)와 몰입도(8.2)가 스토리(8.6)·연기(8.8)에 비해 낮은 것은 이 작품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전투 쾌감보다 사유를 요구하는 작품이고, 모든 시청자에게 같은 속도로 열리지 않는다.
히어로는 왜 필요한가 — 2013년의 질문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
갓챠맨 크라우즈의 핵심 테제는 감독 나카무라 켄지가 직접 밝힌 두 가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정보화 사회에서 모든 분야가 세분화되어 한 사람이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우리는 "한 명의 우수한 지도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맹신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 두 관찰은 히어로 장르 전체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베르크 캇체는 이 맥락에서 다시 읽혀야 한다. 그는 단순한 외계 악당이 아니라, 대중이 집단적으로 품고 있는 미성숙한 욕망 — 남의 불행을 즐기고, 자신의 행동 책임을 타인에게 넘기고, 선동에 쉽게 휩쓸리는 심리 — 의 총합이다. 갓챠맨이 캇체를 무력으로 처치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 욕망을 처치할 수는 없다. 다만 흡수하거나 공존하는 수밖에 없다 — 그것이 하지메가 선택한 방법이다.
GALAX라는 SNS 플랫폼은 2013년의 트위터, 2016년의 팟캐스트 정치 운동, 2020년의 BLM 시위 조직, 그리고 그 이면의 가짜 뉴스 확산까지를 동시에 예언한다. 집단 지성은 실제로 강하고, 그리고 실제로 위험하다. 갓챠맨 크라우즈는 그 양면을 동시에 긍정하면서도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 답을 주지 않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의 가장 정직한 선택이다.
- 히어로물에 식상하고 "히어로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관심 있는 분
- SNS·집단지성·대중 심리 같은 사회적 주제를 애니로 접하고 싶은 분
- 독특한 비주얼 연출과 캐릭터 디자인을 중시하는 분
- 미야노 마모루의 연기를 좋아하는 분 — 이 작품 캇체는 커리어 하이급
- 시원한 액션과 변신 전투를 기대하는 분 — 전투 비중이 매우 낮음
-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며 보는 스타일의 분 — 하지메는 성장형 주인공이 아님
- TV 최종화 단독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길 원하는 분
- 독수리 오형제 원작 팬으로 클래식 갓챠맨을 기대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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