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리그 리뷰 — DC가 어벤져스를 따라잡으려다 벌어진 일
2017년 11월, DC 코믹스 최고의 히어로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가 개봉했습니다.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까지 — 원래라면 DC 팬들이 수십 년을 기다려온 꿈의 라인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기대만큼의 흥분보다 "뭔가 많이 잘린 것 같은데?"라는 의문만 남긴 채 극장을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로튼 토마토 40%, IMDb 6.1점 — 화려한 얼굴값에 비해 냉혹한 성적표입니다.
줄거리 — 슈퍼맨 없이 지구를 지켜라
슈퍼맨이 죽은 직후의 지구. 배트맨(브루스 웨인)은 다가오는 거대한 위협을 감지하고 뿔뿔이 흩어진 메타 인간들을 찾아 나섭니다. 원더우먼, 스피드스터 플래시, 해저 왕국의 아쿠아맨, 사이버네틱 인간 사이보그를 모아 팀을 결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편 아포칼립스 행성의 전사 스테픈울프는 세 개의 마더박스를 합쳐 지구를 정복하려 합니다.
6명이 힘을 합쳐도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배트맨 팀은 결국 금지된 선택을 합니다 — 마더박스를 이용해 죽은 슈퍼맨을 되살리는 것. 부활한 슈퍼맨이 어느 편이 될지는 영화 최대의 긴장감 포인트입니다.
잘 만든 부분이 분명히 있다
갤 가돗의 원더우먼은 이 영화에서도 압도적으로 존재감이 강합니다. 오프닝 테러리스트 장면부터 액션씬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슈퍼히어로로 화면을 지배하죠.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는 코미디 센스가 살아있어서 답답한 전개 사이에서 숨통을 틔워줍니다. "이게 첫 번째 범죄야!"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영화 최고의 장면 중 하나예요.
빠른 전개와 밝은 톤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작 <배트맨 대 슈퍼맨>이 너무 어둡고 무겁다는 비판을 받았기에, 웨던이 가져온 마블식 유머와 경쾌한 리듬은 분명 대중 친화적입니다. 120분 안에 팀 결성부터 클라이맥스까지 일사불란하게 달리는 속도감은 나름 명확한 장점이에요.
아쉬운 점 — 너무 많이 잘렸다
문제는 그 빠른 전개가 결국 "대충 빨리 끝낸 것"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사이보그의 서사는 거의 사라졌고, 아쿠아맨도 액션 요원 이상의 인물이 아닙니다. 빌런 스테픈울프는 목적과 동기가 너무 단순해서 위협감이 없어요. 무엇보다 6명의 영웅이 처음 만나는데, 그 만남이 전혀 감동적이지 않습니다. MCU가 <어벤져스>까지 10편을 깔아두고 이룬 것을 이 영화는 120분 안에 해결하려 했으니, 애초에 무리였을지도 모릅니다.
헨리 카빌의 윗입술 CGI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촬영 중 수염을 밀 수 없었던 카빌의 콧수염을 CG로 지웠는데, 그 결과물이 너무 어색해서 오히려 시선을 빼앗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작은 문제 같지만 슈퍼맨의 주요 장면들마다 계속 눈에 밟힙니다.
- 갤 가돗 원더우먼 — 이 영화 최고의 존재감
- 에즈라 밀러 플래시의 코미디 타이밍이 살아있음
- 120분의 빠른 전개, 지루하지 않음
- 전작보다 밝고 경쾌한 톤으로 대중 접근성 향상
- 클라이맥스 슈퍼맨 부활 장면의 긴장감
- 사이보그 서사 대부분 삭제 — 캐릭터 반쪽짜리
- 빌런 스테픈울프의 목적·동기가 너무 단순
- 팀 결성의 감동이 없음, 만남이 너무 기계적
- 헨리 카빌 콧수염 CG — 슈퍼맨 얼굴이 계속 어색
- 빌드업 없이 팀업부터 들이밀어 감정이입 불가
스나이더 컷(2021)과 비교하면
2021년 공개된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스나이더 컷)는 러닝타임 4시간에 사이보그 중심의 감정선을 복원하고, 다크사이드를 비롯한 더 넓은 세계관 설정을 담아냅니다. RT 71%, IMDb 8.1점으로 극장판과 현격한 차이를 보입니다. 이 리뷰는 극장판만 다루지만, DC 팬이라면 스나이더 컷이 사실상 "원래 의도된 영화"에 가깝다는 점을 참고하세요. 다만 4시간이라는 부담은 각오해야 합니다.
총평
망작은 아닙니다. 다만 이 캐릭터들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너무나 아쉬운 작품입니다. 가볍게 히어로 영화 한 편 보고 싶다면 충분히 볼 만하지만, DCEU에 진지하게 투자하려는 분이라면 극장판보다 스나이더 컷을 먼저 볼 것을 권합니다.
서두름의 대가
마블은 <아이언맨>(2008)부터 시작해 10년, 18편의 개별 영화를 거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를 만들었습니다. 관객이 각 캐릭터를 충분히 사랑하게 된 다음에야 팀업 무비의 감동이 터졌죠. DC는 그 과정을 극단적으로 생략했습니다. 맨 오브 스틸(2013) → 배트맨 대 슈퍼맨(2016) → 저스티스 리그(2017), 단 3편 만에 6명의 팀을 만들었으니까요.
더 결정적인 문제는 제작 과정의 혼란이었습니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면서 조스 웨던이 후반 연출을 맡았고, 두 감독의 비전이 충돌한 결과물이 바로 이 극장판입니다. 스나이더의 어두운 서사 영화와 웨던의 밝은 팝콘 영화가 하나의 작품 안에서 어색하게 공존하는 느낌이 드는 건 그래서입니다. "두 감독의 합작"이 아니라 "두 감독의 충돌"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 실패 덕분에 스나이더 컷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이 탄생했고, 팬들의 요구로 감독판이 공개된다는 영화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입니다. 저스티스 리그(2017)의 흑역사는 그 자체로 하나의 흥미로운 할리우드 산업 이야기입니다.
- DC 캐릭터들이 한 화면에 모이는 것 자체를 즐기고 싶은 분
- 가볍게 히어로 액션 영화 한 편 보고 싶을 때
- 스나이더 컷 보기 전 비교 감상용으로
- 갤 가돗 원더우먼의 액션씬이 보고 싶은 분
- 탄탄한 서사와 캐릭터 빌드업을 기대하는 분
- DCEU를 진지하게 처음 접하는 분 (스나이더 컷부터 추천)
- 강력한 빌런의 위협감을 원하는 분
- 헨리 카빌 CG 콧수염이 한번 눈에 들어오면 못 빠져나오는 분
정작 제일 인상적인 건 콧수염 CG였다
진지한 DC 팬이라면 스나이더 컷(2021)을 먼저 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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