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 리뷰 — 로버트 드 니로, 스코세이지가 만든 영화사 최고의 고독
1976년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 감독이 연출하고 폴 슈레이더(Paul Schrader)가 각본을 쓴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는 영화사에 영원히 새겨진 이름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트래비스 비클(Travis Bickle)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고독과 소외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예요. 197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Palme d'Or), 아카데미 작품상 포함 4개 부문 후보, IMDb Top 250 영화에 오래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줄거리 — 밤의 뉴욕, 혼자인 남자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 트래비스 비클(로버트 드 니로)은 만성 불면증으로 밤을 보낼 곳이 없어 택시 운전사로 취직합니다. 야간 근무를 하며 뉴욕의 밤거리를 누비는 그는 도시의 부패와 타락에 집착하면서 점점 더 깊은 고독과 망상 속으로 빠져듭니다. 자신의 일기에 "쓰레기를 쓸어버릴 진짜 비가 와야 한다"고 적을 정도로요.
두 명의 여자가 그의 세계에 들어옵니다. 대선 후보 캠프에서 일하는 아름다운 베치(시빌 셰퍼드)에게 집착에 가까운 감정을 품지만 처참하게 거절당하고, 포주에게 착취당하는 열두 살 소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만나면서 그녀를 "구원"하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힙니다. 트래비스는 스스로를 이 도시의 구원자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 — 영화사를 바꾼 연기
"You talkin' to me?" 거울 앞에서 가상의 적에게 말을 거는 이 장면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즉흥 연기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본에는 그냥 "거울 앞에서 총을 연습한다"고만 되어 있었어요. 나머지는 모두 드 니로가 현장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가 트래비스를 연기하는 방식은 특별합니다. 트래비스는 명백히 불안하고 위험한 인물이지만, 드 니로는 그를 괴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진짜 고통받는 사람으로 표현하죠. 그래서 불편합니다. 그의 분노와 고독이 이해는 되는데 동의할 수는 없는 그 미묘한 경계선에서 관객은 영화 내내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조디 포스터도 충격적입니다. 당시 열네 살이었던 포스터가 연기한 아이리스는 단순한 구원받아야 할 피해자가 아닙니다. 자기 나름의 논리와 세계관이 있는 인물이에요. 역할의 특수성 때문에 실제 심리 상담사가 촬영 기간 동안 상주했다고 합니다.
아쉬운 점
트래비스 비클이라는 인물이 불쾌한 수준을 넘어 일부 관객에게는 도저히 동행하기 어려운 존재라는 점은 알아야 합니다. 그의 시선에 담긴 여성 혐오, 인종적 편견은 영화가 의도적으로 담은 비판적 시선이지만, 그걸 감상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불편합니다. 또 1970년대 뉴욕이라는 시대적 맥락 없이 보면 분위기와 템포가 현대 영화에 익숙한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어요. "왜 아무것도 안 일어나지?"라고 느끼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겁니다.
- 로버트 드 니로의 역대급 즉흥 연기 — "You talkin' to me?"
- 버나드 허먼의 유작 스코어, 뉴욕의 밤을 소리로 완성
- 마이클 채프먼의 촬영 — 70년대 뉴욕 거리의 질감이 살아 있음
- 스코세이지의 카메라가 트래비스의 심리를 시각화하는 방식
- 14세 조디 포스터의 충격적이고 완전한 연기
- 반세기가 지나도 현대에 적용되는 주제 의식
- 트래비스의 시선에 담긴 편견, 불쾌한 수준으로 불편함
- 느린 템포 — 현대 영화에 익숙한 관객은 지루할 수 있음
- 결말의 영웅화 처리가 영화의 비판 의식과 충돌한다는 해석도 있음
- 70년대 맥락 없이 접근하면 생경할 수 있음
비슷한 계보의 작품들
택시 드라이버는 스코세이지와 드 니로가 함께 만든 "분노한 고독한 남자" 시리즈의 정점입니다. 같은 해 출발선에서 등장한 작품들, 그리고 이후 이 영화의 영향을 직접 받은 작품들로는 "분노의 주먹"(Raging Bull, 1980), "킹 오브 코미디"(The King of Comedy, 1982), 그리고 훨씬 나중의 "조커"(Joker, 2019)까지 이어집니다. "조커"의 감독 토드 필립스는 택시 드라이버를 직접 레퍼런스로 밝혔습니다. 소외된 개인이 사회를 향해 폭발하는 구조, 그 계보의 원형이 이 영화에 있습니다.
총평
쾌적한 영화는 아닙니다. 트래비스 비클과 함께 113분을 보내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불편하고 불쾌한 경험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이 영화의 힘입니다. 보고 난 뒤 한동안 이 인물이 머릿속에 남는다면, 그게 바로 이 영화가 의도한 것입니다.
트래비스 비클은 왜 지금도 무섭게 유효한가
트래비스 비클을 "미친 사람"으로 처리하면 편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끝내 그 편의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각본가 폴 슈레이더는 각본을 쓸 당시 실직하고 이혼하고 차 안에서 생활하던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트래비스는 극단적으로 과장되었을 뿐, 근본적으로 정상적인 사회 진입에 실패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고독, 거절, 소외 — 이 감정들은 누구에게나 낯설지 않습니다.
영화가 지금도 새롭게 읽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2010년대 이후 등장한 "인셀(incel)" 문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증폭되는 사회적 분노, 외로움을 폭력으로 연결 짓는 서사들 — 트래비스 비클의 후계자들은 반세기 뒤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코세이지는 1976년에 이미 이 인물 유형의 해부도를 그려놓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아이러니도 중요합니다. 트래비스의 폭력적 행동이 사회로부터 "영웅"으로 다시 정의됩니다. 결과가 좋았다는 이유로. 이것이 영화의 가장 냉소적인 질문입니다. 행위의 결과가 의도와 과정을 정당화하는가? 우리가 뉴스에서 매일 보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 영화사의 걸작을 하나씩 챙겨보는 분
- 스코세이지·드 니로 콤비의 정점을 보고 싶은 분
- 인물 심리 분석을 즐기는 분
- 불편함을 감수하며 묵직한 메시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분
- 빠른 전개와 명확한 선악 구도를 원하는 분
-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하며 보는 스타일의 분
- 폭력 장면에 민감한 분 (클라이맥스 상당히 강렬)
- 가볍고 즐겁게 볼 오락 영화를 찾는 분
반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무서운 영화
트래비스 비클은 지금도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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