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드 래소 리뷰 — 축구를 몰라도 빠져드는 애플TV+ 힐링 코미디
2020년 애플TV+가 선보인 테드 래소(Ted Lasso)는 처음에는 황당한 전제처럼 들린다. 미식축구밖에 모르는 미국인 코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팀을 맡는다? 축구 팬도 아니고, 전술도 없고, 심지어 영국 문화도 낯선 아저씨가 주인공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는 스포츠 드라마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축구장을 빌린다. 2021년 에미상 코미디 시리즈 부문 작품상을 거머쥐며 스트리밍 시대의 대표 힐링 드라마로 자리 잡았다.
줄거리 — 축구장에서 펼쳐지는 인간 탐구
AFC 리치먼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가상 구단이다. 구단주 레베카 웰튼은 이혼 후 전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팀을 망하게 만들 계획을 세우고, 그 일환으로 미국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미식축구 감독 테드 래소를 데려온다. 테드는 축구 규칙도 모르고, 오프사이드도 모르고, 런던 교통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안다.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드라마의 갈등은 승패가 아니다. 레베카는 테드를 도구로 썼다는 죄책감과 그를 신뢰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흔들린다. 노장 로이 켄트는 선수 생명의 끝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 유망주 제이미 타트는 자아와 팀플레이 사이에서 반복해서 넘어진다. 테드 자신도 항상 웃는 아저씨가 아니다. 그는 공황장애를 앓으며, 아들과 멀어진 아버지이며,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매일 애쓰는 사람이다.
스크럽스의 빌 로렌스가 공동 제작에 참여한 만큼, 이 드라마의 체감은 의학 드라마보다 직장 시트콤에 가깝다. 다만 웃음 뒤에 항상 무언가를 남긴다. 쉬트 크릭(Schitt's Creek)을 좋아했다면, 혹은 오피스(The Office)의 마이클 스캇에게서 의외의 위로를 받은 적 있다면, 테드 래소는 그 계보의 정점에 있다.
왜 이 드라마가 전 세계를 울렸나
테드 래소의 가장 큰 강점은 낙관주의를 순진하게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테드의 긍정은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열린 태도를 유지하기로 선택한다. 시즌2에서 테드가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드러내는 장면은 이 시리즈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밝은 척하는 것과 진짜로 괜찮은 것이 다르다는 것, 그 둘을 드라마가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들을 붙잡는다.
캐릭터 앙상블의 완성도도 예사롭지 않다. 로이 켄트는 시즌1에서 조연처럼 등장해 시즌2부터 사실상 공동 주연을 맡는다. 브렛 골드스틴의 연기는 에미상을 두 번 수상했고, 욕설로만 이루어진 대사가 어떻게 감동이 될 수 있는지를 매화 증명한다. 해나 워딩엄의 레베카는 초반 빌런 역할에서 출발해 시리즈 최고의 성장 서사를 가진 인물로 발전한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한복판에 첫 방영된 타이밍도 작품의 위상을 높였다. 사람이 사람에게 친절하다는 것,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함께한다는 메시지가 그 시기에 특히 크게 울렸다. 시즌1 RT 92%, 시즌2 RT 98%라는 수치는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넘어 무언가 필요한 걸 정확히 건드린 작품에게 붙는 숫자다.
아쉬운 점
시즌3는 명백히 흔들린다. 이전 두 시즌에서 치밀하게 쌓아 올린 캐릭터 아크들이 시즌3에 들어서면 각자의 서사를 처리하느라 분산된다. 12화 분량에 담기에는 인물이 너무 많아졌고, 일부 에피소드는 본편보다 단편 옴니버스에 가깝다. 나테의 복귀 과정이 지나치게 수월하게 봉합된다는 비판도 타당하다. 분명히 시즌1~2와는 밀도 차이가 있다. 다만 그럼에도 시즌3는 이 시리즈가 왜 사랑받았는지를 잊지 않고 마무리 짓는다. 완벽하지 않지만, 따뜻한 끝맺음이다.
- 낙관주의를 순진하게 포장하지 않는, 깊이 있는 정서 설계
- 에미상을 휩쓴 앙상블 캐스팅 -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두 빛난다
- 각 인물의 성장 아크가 독립적으로도, 교차해서도 완성도 높게 전개
- 축구를 전혀 몰라도 즐길 수 있는 접근성
- 진부한 웃음보다 캐릭터에서 나오는 유머, 감동과 자연스럽게 연결
- 시즌3에서 등장인물 과잉으로 인한 집중도 저하
- 나테의 서사 봉합이 다소 급하고 단순하게 처리됨
- 국내에서 애플TV+ 구독 없이는 시청 불가 - 접근성 장벽
- 시즌3 일부 에피소드가 본편보다 사이드 스토리 느낌
- 교훈성이 강해 특정 시청자에게는 다소 설교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
총평
테드 래소는 스트리밍 시대가 낳은 가장 좋은 의미의 "착한 드라마"다. 착하다는 것이 무기력하거나 밋밋하다는 의미가 아닌, 사람을 믿는 일에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아는 종류의 착함. 시즌3에서 다소 힘이 빠지긴 했어도 시즌1~2만으로도 충분히 명작 목록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다.
테드 래소는 스포츠 드라마의 문법을 버리고, 인물의 문법을 택했다
스포츠 드라마의 공식은 단순하다. 약자가 강자를 이긴다. 훈련, 좌절, 재기, 극적 역전승. 관객은 경기 결과에 감정을 걸고, 클라이맥스는 항상 마지막 골이나 마지막 타석이다. 테드 래소는 이 공식을 처음부터 포기한다. AFC 리치먼드는 시즌1에 강등된다. 이긴 것이 없다. 그럼에도 시즌1 피날레에서 시청자들은 운다.
이 드라마의 서사 엔진은 승패가 아니라 관계의 변화다. 레베카가 테드를 믿기로 결심하는 순간, 로이가 처음으로 키이리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 나테가 처음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순간 - 이 장면들이 이 드라마의 실제 클라이맥스다. 축구는 그 변화들이 일어나는 배경일 뿐, 이야기의 목적이 아니다. 장르 팬에게는 이것이 배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입문자에게 이것은 해방이다. 규칙을 몰라도 된다. 결과를 몰라도 된다. 그냥 이 사람들을 보면 된다.
같은 이유로 테드 래소는 "스포츠 드라마 역대 최고작" 보다 "현대 시트콤 역대 최고작"이라는 평에 더 어울린다. 이 작품의 계보는 리그(The League)나 슬래머덩크가 아니라 스크럽스,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 쉬트 크릭이다. 약자가 이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선택한다는 이야기. 그 선택이 반복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본체다.
- 스포츠를 전혀 모르지만 따뜻한 드라마를 원하는 분
- 웃기면서 울리는, 감정의 결이 있는 코미디를 찾는 분
- 캐릭터 성장 서사에 특히 몰입하는 분
- 쉬트 크릭, 파크스 앤 레크리에이션을 좋아했던 분
-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 경기 장면을 기대한다면
- 메시지가 앞서는 드라마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
- 애플TV+ 구독 없이는 시청 자체가 불가
-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플롯을 선호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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