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리뷰 — 미야자키 하야오 유작, 난해한가 걸작인가?

미야자키 하야오는 2013년 <바람이 분다>로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하고, 7년을 작업해 2023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원제: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 The Boy and the Heron)를 내놨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역사상 최대 제작비, 예고편 한 편 없는 완전한 신비주의 마케팅, 그리고 개봉 후 쏟아진 극단적 평가 — "미야자키의 유작 같은 걸작"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가 동시에 나온 영화예요.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이 작품, 넷플릭스에서 지금 볼 수 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 극장판
THE BOY AND THE HERON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 · 2023 · 미야자키 하야오
장르
모험 판타지 · 자전적 이세계
개봉
2023.07.14 (일본) · 2023.10.25 (한국)
러닝타임
124분 · 전체 관람가
원작·각본
미야자키 하야오 (완전 오리지널)
주요 성우
야마다 히타스나 · 기무라 타쿠야 · 스다 마사키
음악
히사이시 조
국내 시청 넷플릭스
외부 평점
RT 97%
메타크리틱 95점
Cast — 핵심 인물 (성우)
1
마키 마히토 야마다 히타스나
어머니를 도쿄 대공습으로 잃은 열한 살 소년. 아버지의 재혼으로 시골 외가로 이사하고, 왜가리를 따라 이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신의 소년 시절을 반영한 인물.
2
아오사기 (왜가리) 스다 마사키
마히토 앞에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왜가리. 얄밉고 장난기 많지만 결국 마히토를 이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3
히미 아이미 요시오카
이세계에서 만나는 불의 능력을 가진 소녀. 서사의 핵심 반전을 담고 있는 인물로,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이 영화 감정의 정점이다.
4
큰할아버지 쇼우이치로우 마스무네
탑 속 이세계를 창조하고 유지해온 노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자신의 노년, 혹은 스승 타카하타 이사오에 대한 오마주로 읽히는 인물.

줄거리 — 탑 속 이세계, 왜가리가 이끄는 길

1943년, 태평양 전쟁이 한창인 도쿄. 열한 살 마히토(야마다 히타스나)는 대공습의 불길 속에서 병원에 있던 어머니 히사코를 잃습니다. 3년 후, 군수업자인 아버지 쇼이치(기무라 타쿠야)는 히사코의 여동생 나츠코와 재혼하고, 마히토는 시골 외가로 내려갑니다. 새 어머니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있던 마히토 앞에 한 마리 왜가리(스다 마사키)가 나타납니다. "어머니가 살아 있다"고 속삭이며요.

저택 뒤 숲 속의 무너져 가는 탑. 마히토는 실종된 나츠코를 찾아 그 탑 안으로 들어가고, 시간과 공간이 뒤엉킨 이세계와 맞닥뜨립니다. 와라와라라 불리는 흰 생명들이 하늘로 올라가 인간으로 태어나는 세계, 펠리컨 무리가 그것을 잡아먹는 세계, 그리고 불꽃을 다루는 소녀 히미가 기다리는 세계. 마히토는 그곳에서 지브리 전작들의 단편들을 하나씩 다시 만납니다 — <센과 치히로>의 이세계, <모노노케>의 숲, <라퓨타>의 붕괴, <하울>의 시간 이동이 한 공간 안에 겹쳐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설명하려 들지 않습니다. 마히토의 모험은 논리보다 감각으로 흘러가고, 이세계의 규칙은 관객에게 끝내 온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불친절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호불호 지점이면서, 동시에 미야자키가 의도한 것이기도 합니다. "정답이 없는 세계를 살아가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모든 것을 설명해버리면 모순이니까요.

장점 — 이것이 미야자키가 마지막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

먼저 비주얼. 지브리 역사상 최대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이라는 것을 화면이 그대로 증명합니다. 이세계 속 와라와라들이 DNA 이중나선을 그리며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 히미의 불꽃이 밤하늘을 가르는 장면, 그리고 탑의 세계가 무너지는 순간 — 미야자키 하야오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통틀어도 가장 세밀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 이 작품 안에 있습니다. 1컷 1컷이 완성된 그림입니다.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이번에도 이야기보다 먼저 감정을 건드립니다. 오프닝을 여는 수채화 같은 피아노, 이세계를 배회하는 현악의 불안감, 그리고 히미와 마히토가 함께 있는 장면의 따뜻한 오케스트레이션 — 설명이 없어도 감정을 읽게 만드는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이 영화의 감정적 공백을 상당 부분 채워줍니다.

그리고 왜가리. 스다 마사키가 성우를 맡은 이 얄미운 새는 이 영화에서 가장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능청스럽고, 겁쟁이이고, 때로는 마히토보다 더 무서워하면서도 끝까지 곁에 있습니다. 무거운 자전적 영화에 숨통을 틔워주는 핵심 캐릭터예요.

아쉬운 점

친절하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친절하지 않습니다 — 그러나 그것이 모든 관객에게 통하지는 않아요. 이세계의 논리는 끝내 설명되지 않고, 큰할아버지가 마히토에게 요구하는 것의 의미는 사전 정보 없이 바로 읽히지 않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맥락(타카하타 이사오와의 관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전쟁 체험)을 모른 채 보면 영화의 절반을 놓치는 느낌입니다. 대중성을 완전히 포기한 예술가의 마지막 선언이라는 점에서 존경스럽지만, 처음 보는 관객이 혼자 다 소화하기엔 벅찬 영화예요.

장점
  • 지브리 역사상 최고 수준의 작화 — 1컷 1컷이 완성된 그림
  • 히사이시 조 음악, 서사를 넘어 감정을 직접 운반
  • 왜가리(스다 마사키) 캐릭터 — 영화 전체의 숨통
  • 지브리 40년 필모그래피의 압축된 집대성
  •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고백 — 이 맥락이 보이면 영화가 달라짐
아쉬운 점
  • 의도적으로 불친절한 서사 — 첫 관람에서 길을 잃기 쉬움
  • 사전 맥락(감독의 생애, 타카하타 이사오) 없으면 절반을 놓침
  • 대중성을 포기한 선택 — 기존 지브리 팬들도 당황할 수 있음
  • 이세계 규칙의 설명 부재 — 개연성 측면에서 불만족

총평

종합 평점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4.2
/ 5.0
재미
7.2
스토리
7.5
연기
9.0
영상미
9.8
OST
9.5
몰입도
7.8

영웅담은 재밌지만 자서전은 재밌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끝내 대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해 만든 영화예요. 모든 것이 최고 수준인데 모든 것이 친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4.2입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와 관람 경험이 이렇게까지 다른 작품은 드뭅니다.

Analysis — 이 작품이 말하는 것

불친절함이 곧 메시지다 — 미야자키 하야오의 유언장을 읽는 법

이 영화를 읽는 열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이 영화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서전입니다. 소년 마히토는 어린 시절 군수업자 아버지 밑에서 전쟁을 겪은 미야자키 자신이고, 탑 속 이세계를 유지하는 큰할아버지는 스튜디오 지브리를 함께 일군 파트너이자 2018년 세상을 떠난 타카하타 이사오 감독의 형상으로 읽힙니다. "나쁜 피가 섞인 작품을 만들어라"는 큰할아버지의 유언은, 미야자키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말이기도 합니다.

둘째, 이세계의 불완전함은 버그가 아니라 의도입니다. 미야자키는 2023년 다큐 '프로페셔널'에서 "인생은 올바르고 아름다운 것만 있는 게 아니니까, 더러운 부분까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직접 밝혔습니다. 논리 없이 무너지는 이세계, 설명 없이 등장하는 존재들 — 그것은 인생이 원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센과 치히로>가 이세계를 성장의 공간으로 사용했다면, 이 작품은 이세계를 무너지는 것으로 씁니다. "어른이 만든 세계는 결국 붕괴하고, 다음 세대가 새로운 불완전함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 명제입니다.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관객은 마히토가 탑 밖으로 나오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합니다. 탑 속 이세계는 미야자키의 70년 상상력이고, 관객은 그것을 나와 각자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은 영화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당신에게 도착합니다.

이 작품, 나한테 맞을까?
O  이런 분께 추천
  • 지브리 팬 — 오마주를 찾아가는 재미만으로 값어치 있음
  •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메시지가 궁금한 분
  • 난해해도 영상과 음악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분
  • 두 번 이상 보는 것을 즐기는 분 (첫 번째보다 두 번째가 훨씬 풍부)
X  이런 분은 패스
  • 토토로, 치히로처럼 유쾌한 지브리를 기대한 분
  • 이야기가 논리적으로 설명되길 원하는 분
  • 지브리를 처음 접하는 분 (다른 작품 먼저 추천)
"
영화가 끝난 뒤에야
질문이 당신에게 도착한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관객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향해 만든 영화.
불친절하고, 그래서 오래 남는다.
🌳 지브리 집대성 🏆 아카데미 수상 🪶 왜가리와 소년 🎤 히사이시 조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러브 비트윈 라인즈 리뷰 — 극본살인 게임에서 시작된 중국 로맨스, 볼 만할까?

권총 리뷰 — 가짜 환관과 가짜 황제의 권모 로맨스, 숏드라마의 한계를 넘다

옥을 찾아서 리뷰 — 한국 넷플릭스 뚫은 첫 중드, 무엇이 달랐나

듄 파트 1 & 2 리뷰 — 빌뇌브의 SF 서사시, 파트 3 정보까지 총정리

사운드트랙 #1 리뷰 — 짝사랑이 음악이 되는 4부작 힐링 로맨스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2 통합 리뷰 — 한국판 '언니들의 술자리',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아무르 리뷰 — 칸 황금종려상·아카데미 수상, 사랑의 가장 어두운 얼굴

폭탄 리뷰 — 일본 아카데미 석권, 사토 지로 '10원 대머리'의 탄생

헤어질 결심 리뷰 — 칸 감독상 수상작, 박찬욱 최고작일까?

블랙 스완 리뷰 — 완벽을 향한 욕망이 자신을 삼킬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