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리뷰 — 앤디 위어 원작의 시작,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비교해보면
앤디 위어의 SF 소설이 스크린에서 처음으로 살아 움직인 것은 2015년이었다. <마션 (The Martian, 2015)> — 맷 데이먼이 화성에 홀로 남겨진 우주인을 연기하고, 리들리 스콧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전 세계 6억 3천만 달러를 흥행하며 앤디 위어를 단번에 할리우드의 황금 원작자로 만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각본가 드류 고다드가 쓴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개봉하면서 두 작품을 나란히 들여다볼 기회가 생겼다.
줄거리 — 화성에 남겨진 남자의 과학적 생존기
2035년, NASA 아레스 III 임무팀은 화성 탐사 중 예상치 못한 강력한 모래폭풍을 만나 급히 철수를 결정한다. 그 혼란 속에서 우주인 마크 와트니는 파편에 맞아 사망으로 판정되고, 팀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남긴 채 지구로 향한다. 문제는 와트니가 살아 있다는 것이다. 4억 킬로미터 떨어진 화성에, 31일치 식량만 가진 채 혼자.
와트니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은 구조대가 도착하기까지 최소 수백 일. 그는 식물학자라는 전공을 살려 화성의 토양에서 감자를 키우고, 고장난 탐사선 패스파인더를 되살려 지구와 교신을 시작한다. 지구의 NASA는 와트니의 생존을 확인하고 구출 작전을 세우지만, 거리와 물리 법칙은 냉혹하다. 와트니가 자신을 구해야 할 시간이 주어졌고, 그 과정은 철저히 과학과 유머로 채워진다.
마션을 보는 경험은 지적으로 유쾌하다. 슬픔이나 공포보다는 문제 해결의 쾌감이 이 영화를 이끈다. 《캐스트 어웨이》가 고독의 무게를 탐구했다면, 마션은 고독조차 해결해야 할 엔지니어링 문제로 다룬다. 그 태도가 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다.
장점 — 리들리 스콧이 유머를 발견한 날
리들리 스콧이 《에이리언》과 《블레이드 러너》를 만든 감독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토록 경쾌하고 밝은 SF는 찾기 어렵다. 스콧은 드류 고다드의 영리한 각본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무거워질 수 있는 생존 서사를 팝콘 블록버스터의 리듬으로 조율하는 데 성공한다. 144분의 러닝타임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연출의 수완이다.
맷 데이먼은 이 영화에서 전혀 지루하지 않다. 독백과 영상 일지를 통해 홀로 스크린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와트니의 자조적인 유머와 연약한 인간성을 자연스럽게 병치한다. 화성의 황량한 붉은 풍경 위에서 아바의 노래를 틀어놓고 감자를 키우는 장면은,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를 한 컷으로 요약한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기어이 삶을 선택한다는 것.
앙상블 캐스팅도 훌륭하다. 치웨텔 에지오포, 제프 다니엘스, 크리스틴 위그, 도널드 글로버, 맥켄지 데이비스 — 각자의 역할이 선명하고, 지구 측 이야기가 화성의 긴장감을 희석하지 않으면서 균형을 잡는다. 아카데미 7개 부문 노미네이트는 과장이 아니다.
아쉬운 점
이 영화의 약점은 역설적으로 가장 큰 강점에서 온다. 너무 경쾌하고 너무 낙관적이다. 와트니가 직면하는 위기들은 실제로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임에도, 영화는 그 무게를 충분히 싣지 않는다. 관객이 와트니의 실패나 죽음을 진심으로 걱정하게 되는 순간이 드물다. 결말의 감동이 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처음부터 그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너무 강하게 심어져 있다. 또한 지구 측 장면은 뛰어난 배우들을 불러다 놓고 드라마적 밀도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평도 타당하다.
- 맷 데이먼의 자연스럽고 유쾌한 1인 생존 연기
- 리들리 스콧 특유의 임팩트 있는 비주얼 — 화성의 황량미가 압도적
- 과학적 사실성과 대중적 재미를 동시에 잡은 드류 고다드 각본
- 화성과 지구 두 무대를 균형 있게 다루는 편집 리듬
- 아바·글로리아 에스테판 등 선곡의 엉뚱한 유머 — 장르 문법을 가볍게 비틀다
- 지나치게 낙관적인 톤 — 위기의 실제 무게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 지구 측 앙상블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각본
- 감정의 최고조(climax) 직전까지의 긴장감 부족
- 원작 소설 대비 일부 과학적 세부 묘사 생략
총평
마션은 SF가 무겁고 어두워야 한다는 편견을 기꺼이 깨는 작품이다. 과학으로 문제를 풀고, 유머로 공포를 이기고, 인류의 집단지성으로 불가능한 구조를 해낸다는 이야기는 — 지금 다시 봐도 어딘가 반갑고, 또 필요하다.
- 과학 기반 SF를 좋아하지만 진지한 분위기는 부담스러운 분
- 맷 데이먼의 팬 — 그의 자연스러운 유머가 빛나는 작품
-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SF를 찾는 분 (PG-13)
-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보기 전 앤디 위어의 세계관을 맛보고 싶은 분
- 《인터스텔라》처럼 묵직하고 철학적인 SF를 기대하는 분
- 주인공이 진짜 위험에 처했다는 긴장감이 필요한 분
- 앙상블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느끼는 분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