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스터먼트 오브 앤 리 리뷰 — 셰이커 교단 창시자의 열광,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커리어 베스트

2025년 가장 강렬한 영화 중 하나가 의외의 곳에서 왔다. 18세기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종교 지도자, 미국 땅에 유토피아를 세우려 했던 한 여성의 이야기다. 감독 모나 패스트볼드(Mona Fastvold)와 각본가 브래디 코벳(Brady Corbet)이 함께 만든 <더 테스터먼트 오브 앤 리>(The Testament of Ann Lee, 2025)는 서치라이트 픽처스 배급으로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경쟁 부문에 진출한 역사·뮤지컬 드라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연기한 앤 리는 스크린 위에서 떨고, 노래하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선다. 그것이 이 영화의 전부이자, 전부를 넘어서는 무언가다.

극장 개봉작 · 역사 뮤지컬 드라마
The Testament of Ann Lee
더 테스터먼트 오브 앤 리
2025 · UK / USA
장르
역사 · 뮤지컬 · 드라마 · 전기
개봉
2025.12.25 (미국 한정 개봉) · 서치라이트 픽처스
러닝타임
137분
원작
오리지널 각본 (실화 기반)
주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 루이스 풀만 · 토마신 맥켄지
감독
모나 패스트볼드
외부 평점
IMDb 7.0
RT 87%
Metacritic 79
Cast -- 핵심 인물
1
앤 리 (Ann Lee) 아만다 사이프리드 (Amanda Seyfried)
셰이커 교단의 창시자. 혼인의 고통, 네 아이의 죽음, 박해를 거쳐 '여성 그리스도'로 추앙받는 18세기 실존 인물.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스크린을 압도한다.
2
윌리엄 리 (William Lee) 루이스 풀만 (Lewis Pullman)
앤의 오빠이자 정신적 버팀목. 그가 있는 장면마다 앤의 광기와 신성함 사이 어딘가에 인간적인 온기가 스며든다. 풀만의 조용한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3
메리 파팅턴 / 내레이터 (Mary Partington) 토마신 맥켄지 (Thomasin McKenzie)
앤의 핵심 추종자이자 영화 전체의 내레이터. 맥켄지의 목소리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앤의 생애를 증언한다. 내레이션 억양이 다소 불안정하다는 지적도 있다.
4
에이브러햄 스탠더린 (Abraham Standerin) 크리스토퍼 애벗 (Christopher Abbott)
앤의 남편이자 대장장이. 폭력적이고 성적으로 착취적인 결혼 생활은 앤이 독신주의와 영적 순결을 교리로 삼게 되는 근본 동인이 된다.

줄거리 -- 영국의 광신자에서 신대륙의 예언자로

18세기 영국 맨체스터. 앤 리는 퀘이커 분파인 '셰이킹 퀘이커(Shaking Quakers)'의 일원으로 종교적 황홀경 속에서 자란다. 기도 중에 몸을 떨고, 춤을 추고, 노래하며 신을 만나는 공동체다. 앤은 그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게 신에게 닿으려 하는 사람이고, 곧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네 아이를 모두 잃은 뒤, 남편의 학대로부터 신앙으로만 살아남으면서 앤은 스스로를 '여성 그리스도'라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독신과 금욕, 평등과 공동 노동을 핵심 교리로 삼은 셰이커(Shakers) 교단이 그렇게 탄생한다.

1770년대, 앤은 소수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건너간다. 독립전쟁의 혼란 속에서 중립을 고수한다는 이유로 박해받고, 나체로 폭행당하고, 마녀로 몰리기도 한다. 그러나 셰이커 공동체는 살아남는다. 앤이 죽을 무렵, 뉴욕 주 북부의 작은 마을은 자급자족하는 신앙 공동체로 자리를 잡는다. 영화는 그 생애를 40여 년에 걸쳐 137분에 담아낸다.

이 영화는 전기물의 문법을 따르지만, 기록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패스트볼드가 원하는 것은 앤 리가 느꼈을 것을 관객이 직접 느끼는 일이다. 설명 대신 신체, 서사 대신 음악, 이해 대신 체험. 셰이커 찬송가 12곡 이상이 다니엘 블룸버그의 새 음악과 뒤섞이며 영화를 가득 채우고, 셀리아 롤슨홀의 안무는 기도를 춤으로 번역한다. 그것이 이 영화의 방식이다.

장점 -- 신체가 곧 예배인 순간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는 그냥 좋은 수준이 아니다. 사이프리드는 앤 리의 확신과 고통, 신성과 인간성을 동시에 쥐고 있다. 셰이커 찬송가를 부르는 클로즈업 장면에서 카메라는 수 분간 그녀의 얼굴을 떠나지 않는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흡수하게 되는 순간, 이 영화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진다. 평단이 '커리어 베스트'라고 부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초이스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이 결코 과한 평가가 아니다.

영상미는 이 영화의 또 다른 기둥이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18세기 영국과 신대륙의 풍경은 디지털이 흉내 낼 수 없는 입자와 질감을 가진다. 미술감독과 촬영감독이 공들인 흔적이 장면 곳곳에서 드러난다. 어둡고 거친 노동의 공간과 황홀경 속 빛나는 예배 장면의 대비는 시각적으로 선명하다. 공간 자체가 신학이다.

다니엘 블룸버그의 음악은 이 영화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셰이커 찬송가의 소박하고 직선적인 멜로디를 현대적 감수성으로 재조율하면서, 전통과 현재 사이 어딘가에 이 영화만의 음악적 언어를 만들어냈다. 노래가 대사를 대신하고, 춤이 감정을 대신하는 순간들은 뮤지컬 영화가 가장 잘 기능할 때의 그것이다. 종교적 황홀경을 이보다 설득력 있게 소리와 움직임으로 구현한 영화를 찾기 어렵다.

아쉬운 점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앤 리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깊이다. 패스트볼드는 그녀의 신앙과 행위를 정면으로 긍정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캐릭터를 평평하게 만든다. 앤이 왜 셰이킹 퀘이커의 교리에 처음 끌렸는지, 왜 사람들이 그녀를 따랐는지, 그 설득의 과정이 부족하다. 대인 관계의 화학 반응이 약하고, 사이프리드를 제외한 다른 배우들이 빛날 공간이 좁다. 40여 년을 137분에 담으면서 앤의 생애는 큰 사건의 요약처럼 흐르고, 한 사람의 내면을 따라가는 긴장감이 중반부에서 느슨해진다. 내레이션 구조도 양날의 검인데, 이야기를 정리해주는 동시에 관객이 장면 속으로 직접 뛰어들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장점
  •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압도적인 커리어 베스트 연기 — 클로즈업 한 장면으로 영화사에 남을 수준
  • 필름 카메라의 질감과 18세기 미술 고증이 만들어낸 시각적 완성도
  • 셰이커 찬송가와 다니엘 블룸버그 음악의 완벽한 결합 — OST만으로도 경험할 가치 있음
  • 종교적 황홀경을 신체와 안무로 표현하는 방식 — 설명하지 않고 느끼게 한다
  • 베니스 경쟁 부문 진출, 복수 비평가 협회 연간 베스트 10 선정 등 작품성 검증
아쉬운 점
  • 앤 리라는 인물의 내면 깊이가 연기에 비해 각본에서 아쉬움 -- '왜 따랐는가'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 40년을 137분에 우겨넣은 탓에 중반부 서사가 요약본처럼 흐른다
  • 사이프리드 외 조연들의 케미스트리와 개성이 부족
  • 내레이션 억양의 불안정함이 몰입을 간간이 끊는다
  • 아트하우스 특유의 의도적 느린 전개 -- 일반 관객에게는 진입장벽이 높다

총평

종합 평점
더 테스터먼트 오브 앤 리
4.2
/ 5.0
재미
6.5
스토리
7.5
연기
9.5
영상미
9.5
OST
9.5
몰입도
7.5

재미 점수(6.5)가 다른 항목들과 벌어지는 것은 결함이 아니라 이 영화의 정체성이다. 패스트볼드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흔들어놓으려 한다.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된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스크린에 있는 동안은 어떤 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다만 그녀가 화면을 벗어나는 순간, 각본의 빈 공간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극장에서 경험해야 할 이유가 분명히 있는 영화다.

Analysis -- 이 작품이 말하는 것

몸이 기도가 되는 순간 -- 셰이커리즘, 여성, 그리고 소멸의 아름다움

셰이커 교단은 역사상 가장 독특한 유토피아 실험 중 하나다. 성별 평등, 공동 노동, 완전한 독신을 교리의 핵심으로 삼은 공동체가 수십 년간 번성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극적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성이 있었다. 1700년대에 여성이 신의 대리인으로 추앙받고, 교단 전체의 삶의 방식을 설계했다는 것은 당대 기준으로는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패스트볼드의 영화는 이 사실을 설명하는 대신, 그 혁명의 신체적 감각을 재현하려 한다.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소멸의 역설이다. 엔딩 자막은 2025년 현재 셰이커교 신도가 전 세계 두 명뿐임을 알린다. 독신을 교리로 삼은 공동체는 구조적으로 자신을 소멸시킬 수밖에 없다. 패스트볼드는 이것을 비극으로 다루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를 소진함으로써 완성되는 신앙으로 바라본다. 신앙의 순수함은 지속 가능성과 양립할 수 없고, 그것을 안다 해도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가 결국 묻는 것은 그것이다.

모나 패스트볼드와 브래디 코벳 커플은 <더 브루탈리스트>(2024)에서 이민자 예술가의 미국 서사를, 이번 영화에서는 이민자 예언자의 미국 서사를 나란히 탐구한다. 두 영화 모두 유럽에서 온 이상주의자가 신대륙에서 자신의 꿈을 세우려다 부딪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라스즐로 토트가 건축물을 남겼다면, 앤 리는 노래와 춤만을 남겼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 허망하고, 더 아름답다.

시청 주의
성적 폭행 묘사 포함 (R등급) 폭력 및 나체 장면 종교적 광신 · 심리적 불편감 유발 소재
이 작품, 나한테 맞을까?
O  이런 분께 추천
  • 아만다 사이프리드 팬 -- 이 연기 하나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다
  • 아트하우스·역사 드라마에 익숙하고 느린 호흡을 즐기는 시청자
  • 음악과 안무가 중심인 뮤지컬 영화에 끌리는 경우
  • 종교·유토피아·여성 서사에 지적 흥미가 있는 분
X  이런 분은 패스
  • 서사 중심의 명확한 전기 영화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 빠른 전개와 강한 드라마틱 긴장감을 원하는 경우
  • 종교 소재에 강한 거부감이 있거나 광신 장면이 불편한 경우
  • 동네 멀티플렉스에서 오락 영화로 보려는 기분이라면 패스
"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떨고 노래하는 동안,
스크린 앞의 나도 함께 흔들렸다
설명보다 체험, 서사보다 신체, 이해보다 감각 -- 아트하우스 역사 뮤지컬의 정점에 가까운 작품
셰이커교 18세기 아메리카 종교적 황홀경 아만다 사이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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