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택시 리뷰 — 바이쇼 치에코와 기무라 타쿠야가 택시 안에서 쌓아 올리는 하루치 감동
택시는 이상한 공간이다. 낯선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 갇혀,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 한시성이 고백을 가능하게 한다. TOKYO 택시는 그 한시성 안에서 85년의 삶이 풀려나오는 영화다. 야마다 요지의 91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느껴진다.
바이쇼 치에코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 목소리를 맡았고,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이었다. 21년 만에 실사로 만난 두 사람 — 이 캐스팅 자체가 이미 하나의 감정 장치다.
시바마타에서 하야마까지, 하루의 여정
영화는 단순하다. 택시기사 코지가 85세 노부인 스미레를 도쿄 시바마타에서 가나가와 현 하야마의 고령자 시설까지 데려다 주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다. 원작은 2022년 프랑스 영화 <파리 택시>로, 같은 골격 위에 도쿄의 거리와 전후 일본의 시간을 얹었다. 스미레는 이것이 도쿄에서의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코지에게 몇 군데 들러달라고 부탁한다.
택시가 도쿄 곳곳을 돌아다니는 동안, 스미레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삶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전쟁 직후를 살아낸 이야기, 사랑과 이별, 지켜내지 못한 것들과 끝내 놓아버린 것들. 그것이 회상 시퀀스로 끼어들 때 아오이 유우가 젊은 스미레로 등장하고, 이준영이 그 시절 첫사랑 역을 맡는다.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오가며 한 여자의 인생이 천천히 조합된다.
야마다 요지의 연출은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간다. 과장 없이 담백하고, 대사는 정확하며, 배우를 믿고 기다린다. 그것이 이 감독의 일관된 미학이다. 빠른 편집이나 시각적 자극 없이 감정이 쌓이는 방식 — 이 영화는 그 문법을 충실하게 따른다.
바이쇼 치에코라는 핵심
이 영화의 성패는 결국 바이쇼 치에코 한 사람에게 달려 있고, 그 내기는 완전히 성공한다. 스미레는 귀엽고, 엉뚱하고, 이따금 폭탄 같은 말을 던지는 인물인데, 바이쇼는 그 변덕스러운 인물의 모든 결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야마다 감독 본인이 말했듯 현장에서 대사가 즉흥적으로 바뀌고, 심지어 교회에서 "나무아미타불"을 중얼거리는 장면도 촬영 중 우연히 나온 것인데 — 그 순간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살아있는 장면들이다. 기무라 타쿠야는 영리하게도 반응하는 역할을 택했다. 스미레가 말하는 동안 핸들을 쥔 채 조용히 웃거나, 짧게 한마디 보태는 것으로 존재감을 채운다. 그것이 오히려 스미레의 이야기가 충분히 펼쳐지도록 공간을 만든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회상 시퀀스가 현재 장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젊은 스미레의 이야기는 중요한 감정적 배경이지만, 현재의 택시 안 장면이 워낙 강하다 보니 회상이 끼어들 때마다 흐름이 한 번씩 끊기는 느낌이 든다. 아오이 유우의 연기 자체는 좋지만, 두 시간대를 이어주는 편집의 리듬이 조금 더 유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한 스미레의 '벽'이 무너지는 속도가 다소 빠른 편이다. 낯선 택시기사에게 속내를 드러내는 과정이 조금 더 까다롭게 설계됐으면 감정의 해소가 더 묵직하게 도착했을 것이다.
- 바이쇼 치에코의 스미레 — 귀엽고 엉뚱하고 묵직한 생애가 한 배우 안에 다 들어 있다
- 야마다 요지 특유의 절제된 연출 — 과장 없이 배우를 믿고 기다리는 방식
- 기무라 타쿠야의 '들어주는 연기' — 화면을 비워줌으로써 스미레의 이야기가 채워진다
- 하울 콤비의 21년 만의 실사 재회 — 캐스팅 자체가 감정 장치로 작동
- 회상 시퀀스의 리듬 — 현재 장면에 비해 힘이 약하고 흐름을 끊는 느낌
- 스미레의 경계가 무너지는 속도 —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는 과정이 조금 성급하다
- 한국 공식 개봉 미정 — 국내 관객에게 접근성이 낮다
끝나고 나서 시바마타 거리가 생각났다. 영화가 장소를 기억하게 한다는 건, 그 영화가 분명 무언가를 제대로 했다는 뜻이다.
야마다 요지의 91번째 작품이 남기는 것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딱히 큰 충격은 없다. 야마다 요지의 영화는 원래 그렇다. 그의 카메라는 인생의 작은 순간들을 조용히 가리킬 뿐이고, 관객이 그 손가락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예상보다 많이 울고 있다. TOKYO 택시도 같은 방식이다. 단 하루, 단 두 사람, 단 한 대의 택시. 그 작은 테두리 안에서 전후 일본을 살아낸 한 여자의 8십 년이 녹아내린다. 파리 택시 원작을 일본에 이식하는 데 있어 야마다 요지가 선택한 핵심 변경은 '시바마타'라는 시작점이다. 자신의 대표작 시리즈 '남자는 괴로워'의 배경이었던 그 동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제스처 — 91편째 작품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선택이다.
야마다 요지 영화를 많이 본 관객일수록 점수가 더 올라갈 것이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는 조금 낯선 호흡일 수 있다. 이 4.0은 후자도 포함한 평균값이다.
택시는 왜 고백의 공간이 되는가 — 한시성이 만드는 친밀감
이 영화가 원작인 파리 택시와 공유하는 핵심 구조는 '한시적 밀실'이다. 택시는 시작과 끝이 명확히 예정된 공간이다. 내리면 끝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탑승자에게 자유를 준다 — 여기서 한 말은 이 차 안에서 사라진다는 감각. 스미레가 낯선 기사에게 자신의 가장 어두운 기억을 꺼내놓을 수 있는 것은, 이 관계가 어디에도 연속되지 않는다는 전제 때문이다. 야마다 요지는 이 구조를 충실하게 활용하면서 도쿄의 지리 — 시바마타, 아사쿠사, 하야마로 이어지는 노선 — 를 인물의 과거와 겹쳐 배치한다. 물리적 이동이 심리적 이동과 동기화되면서,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스미레는 더 깊은 곳을 건드린다.
흥미로운 것은 코지(기무라)의 서사 기능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거의 '청취자'의 역할만 한다. 그의 생활고와 가족 이야기는 영화 초반에 잠깐 스케치되고 이후 거의 전경에 나오지 않는다. 이 설계는 의도적이다 — 코지의 이야기가 전면에 나오면 스미레의 이야기와 경쟁하게 되고, 영화의 감정 집중이 분산된다. 야마다 요지는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택시 안에서 완결되도록 만들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의 서사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서사 설계에서 가장 영리한 선택이다.
원작 파리 택시와의 결정적 차이는 '출발지'에 있다. 시바마타 — 야마다 요지가 40년 넘게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를 찍었던 그 거리에서 이 영화가 시작한다는 사실은, 이 작품이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감독 자신의 영화사와 화해하는 몸짓임을 보여준다. 91번째 작품이 자신의 시작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 그 구조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서사다.
- 야마다 요지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분 (남자는 괴로워, 황혼의 사무라이 등)
- 기무라 타쿠야 팬, 혹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좋아했던 분
- 조용하고 느린 호흡의 일본 감성 드라마를 즐기는 분
- 노인의 삶과 기억, 과거와의 화해를 담은 이야기에 공감하는 분
- 빠른 전개와 명확한 갈등 구조를 원하는 분
- 기무라 타쿠야를 화려한 주인공으로 보고 싶은 분
- 일본 고전적 연기 스타일이 낯선 분
- 한국 자막 없이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인 분
목적지에 도착하면 끝나버리는 관계가 있다. 그래서 오히려 진짜 말을 할 수 있는 관계도 있다.
당신은 낯선 사람에게 털어놓은 기억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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