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삼각형 리뷰 — 칸 황금종려상 블랙 코미디, 왜 호불호가 갈릴까?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가 이렇게 노골적이어도 되나, 싶다가도 — 사실 그 노골성이야말로 슬픔의 삼각형이 노리는 것임을 금세 알아챈다. 루벤 외스틀룬드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데 선수다. 이 영화의 계급 풍자는 섬세하지 않다. 오히려 두껍고, 크고, 때로는 지나치다. 그런데 그게 무기다.

스웨덴 · 유럽 영화
Triangle of Sadness
슬픔의 삼각형
Triangle of Sadness · 2022
장르
블랙 코미디 · 풍자 · 드라마
개봉
2022 · 칸 영화제 세계 초연
러닝타임
147분 (2시간 27분)
각본·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주연
해리스 디킨슨 · 샬비 딘 · 돌리 데 레온 · 즐라트코 부리치 · 우디 해럴슨
국내 개봉
2023.05.17 · 누적 관객 56,214명
국내 시청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외부 평점
IMDb 7.2
RT 평론가 72%
Metacritic 63
다음 영화 7.7
연기
1
야야 샬비 딘 (Charlbi Dean) 유작
인플루언서이자 모델. 크루즈 탑승권을 협찬받아 칼과 함께 승선한다. 아름다움과 팔로워 수를 자신의 통화처럼 다루는 인물. 배우 샬비 딘은 영화 개봉 전인 2022년 8월 세균성 패혈증으로 32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 영화는 그녀의 유작이 되었다.
2
해리스 디킨슨 (Harris Dickinson)
남성 모델. 오디션에서 미간의 주름 — '슬픔의 삼각형' — 을 펴라는 지적을 받는 인물. 야야와의 관계에서 항상 경제적으로 열위에 놓여 있다. 외모와 젠더 역학, 돈의 역학을 동시에 짊어지는 캐릭터.
3
드미트리 즐라트코 부리치 (Zlatko Buric)
러시아 비료 사업가. "나는 비료를 판다"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선언하는 인물. 거칠고 솔직하며, 자본주의적 쾌락에 완전히 충실하다. 제35회 유럽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
4
애비게일 돌리 데 레온 (Dolly de Leon)
크루즈의 청소 담당 승무원. 3막의 핵심 인물. 무인도에서 생존 기술을 가진 유일한 사람으로 부상하며 권력의 지형을 단숨에 뒤집는다. 아카데미·골든글로브·BAFTA 여우조연상 부문 노미네이트를 받으며 이 영화의 가장 빛나는 연기로 평가받았다.
5
선장 토마스 우디 해럴슨 (Woody Harrelson)
크루즈 선장. 사회주의를 신봉하며, 러시아 자본가 드미트리와 대화 내내 마르크스 어록 대 자본주의 옹호론을 주고받는다. 폭풍이 몰아치는 선장실에서 만취한 채로 이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돌리 데 레온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절반이었을 것이다. 3막에서 그녀가 화면을 장악하는 방식은 연기가 아니라 전략처럼 보인다. 그게 캐릭터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줄거리 — 계급 역전을 3막으로 해부하다

1막: 패션은 모델 커플 칼과 야야의 이야기다. 오디션장, 이분법적 젠더 규범, 그리고 '누가 밥값을 내는가'를 둘러싼 커플의 신경전. 외스틀룬드는 처음부터 이 영화가 돈과 권력에 관한 것임을 숨기지 않는다. 야야가 협찬을 받아 호화 크루즈에 오르면서 이야기는 2막으로 넘어간다.

2막: 크루즈가 이 영화의 심장이자 가장 논쟁적인 부분이다. 러시아 비료 사업가, 무기 제조업자, 영국 노부부, 한쪽 마비가 온 독일 사업가 등 각양각색의 초부유층이 등장한다. 승무원들은 고객의 모든 요구에 복종하는 것이 직업이다. 이 비틀린 서비스 관계가 폭풍우로 배가 흔들리면서 글자 그대로 붕괴한다. 선장실의 마르크스 대 자본주의 토론이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동안, 갑판에서는 승객과 승무원이 함께 구토한다. 이 시퀀스는 취향을 가른다. 과하다고 느끼는 사람과, 그 과함이 정확히 요점이라고 느끼는 사람으로.

3막: 섬에서 생존자 8명이 무인도에 표류한다. 지갑 잔고와 팔로워 수는 아무 쓸모가 없다. 낚시를 할 줄 아는 사람, 불을 피울 줄 아는 사람이 권력을 갖는다. 그 사람이 바로 애비게일이다. 자본주의 피라미드가 뒤집힌다. 야야는 살아남기 위해 애비게일에게 거래를 제안하고, 칼은 다시 한번 경제적 열위에 놓인다. 영화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장점 — 이 영화만큼 솔직한 풍자는 드물다

외스틀룬드의 장기는 관객이 웃으면서 동시에 찜찜해지게 만드는 것이다. 2막 크루즈 시퀀스에서 부유층 승객들이 수영장에서 즐기는 장면, 승무원들이 작업복을 입고 수영장 바닥을 청소하는 장면을 교차 편집할 때 — 우리가 어느 쪽에 카메라를 두어야 하는지 영화는 알고 있다. 직접 말하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돌리 데 레온의 연기는 이 영화가 단순한 '부자 비판'으로 끝나지 않게 만드는 핵심이다. 애비게일은 착취당한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권력을 손에 쥐는 순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외스틀룬드의 시선은 냉소적이다. 계급을 역전시켜도, 인간은 같은 방식으로 권력을 탐한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이 되면 그 자리를 지키려 한다.

우디 해럴슨과 즐라트코 부리치의 선장실 대화 씬은 영화에서 가장 웃기고 가장 정직한 순간이다. 두 사람이 마르크스와 레이건을 주고받으며 점점 취해가는 그 장면에서, 이념 논쟁의 우스꽝스러움과 진지함이 동시에 살아있다. 이 장면 하나를 위해서라도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단, 2막의 구토 시퀀스는 사람을 고른다. 그 길이와 강도가 의도적임을 알면서도, 앉아서 버텨야 하는 사람과 폭소하며 즐기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 분기점이 곧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의 분기점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 — 날카롭지만, 가끔 너무 직선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약점은 주제가 너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메타크리틱 63점이 보여주듯, 많은 평론가들이 외스틀룬드의 계급 비판이 충분히 날카롭지 않고, 오히려 그 명백함이 비판의 효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부자는 웃기고 가난한 사람이 알고 보면 더 강하다'는 구조는 20세기 유럽 좌익 영화들이 반복해온 것이다. 2막이 지나치게 길고, 그 길이만큼 새로운 것을 추가하지는 못한다는 평도 있다.

3막의 열린 결말에 대해서도 평가가 나뉜다. 나는 이 결말이 이 영화의 솔직함을 유지하는 방식이라고 보지만, "그래서 뭐?"라는 질문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결말이 명확한 카타르시스 없이 끝나기 때문에, 2시간 27분을 투자한 관객에게 무언가를 돌려줬는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
장점
  • 3막 구조에서 계급 역전 아이디어의 일관된 실행
  • 돌리 데 레온의 압도적 존재감과 연기
  • 선장실 이념 토론 씬 — 웃기고 날카롭고 정확하다
  • 불편한 웃음을 설계하는 외스틀룬드의 연출 감각
-
아쉬운 점
  • 2막 구토 시퀀스가 지나치게 길고 강렬해 이탈 유발
  • 주제가 너무 노골적 — 비판의 효력이 희석되는 역설
  • 열린 결말이 개운치 않음 — 147분의 무게가 해소되지 않는다
  • 계급 풍자 선배 작품들에 비해 독창성의 폭이 좁다는 시선

장단점을 나열하고 보니 단점이 명확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를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불편한 영화가 모두 좋은 영화는 아니지만, 이 영화는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설계했고 그 설계가 작동한다.

슬픔의 삼각형 총평 — 칸 황금종려상이 맞나, 싶다가도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이게 황금종려상을 받아야 했나?"였다. 21세기 황금종려상 수상작 중 메타크리틱 점수가 가장 낮다는 사실이 상징적이다. 평론가들이 영화제 맥락에서 이 작품에 준 가중치와, 냉정한 텍스트 비평에서 나오는 가중치가 다르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이 영화가 남는다. 야야가 애비게일에게 제안을 하는 그 장면, 그 표정이 남는다. 권력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 어느 계급 출신이든 — 같은 얼굴을 한다는 것이 남는다. 외스틀룬드가 날카롭지 않다는 평가에 동의하면서도, 동시에 이 영화가 2024년을 살아가는 지금도 정확하게 읽힌다고 느낀다. 노골적인 게 때로는 맞는 도구다.

기생충과 자주 비교되지만, 두 영화는 방향이 다르다. 봉준호는 비극적 아이러니로 끝내지만, 외스틀룬드는 냉소적 순환으로 끝낸다. 어느 쪽이 더 정직한가에 대한 답은 관객이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에 달려있다.

볼까말까 평점
슬픔의 삼각형
3.9
/ 5.0
재미
3.8 2막 후반 고비
스토리
4.0
연기
4.5
영상미
4.0
OST
3.0 음악 비중 낮음
몰입도
3.8

숫자로는 3.9인데, 돌리 데 레온 연기 하나만으로 0.3점 정도가 더 올라간 것 같다. 그녀 없이는 이 영화가 될 수 없었다.

장르론 Analysis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가 아니라,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풍자다

외스틀룬드는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택했지만, 그것을 담는 방식에서 선택지를 달리한다. 전통적인 계급 풍자 — 1970년대 이탈리아 좌익 감독들, 뷰엘, 알트만의 그것 — 은 기득권의 위선을 냉정하게 해부하거나, 하층민에게 도덕적 우위를 부여한다. 슬픔의 삼각형은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다. 섬에 표류한 뒤 애비게일이 권력을 쥐는 장면은 해방이 아니다. 같은 게임의 다른 플레이어가 들어선 것이다.

이 구조가 장르적으로 흥미로운 이유는, 블랙 코미디의 전통적 쾌감 — 바보 같은 기득권이 망신당하는 카타르시스 — 을 의도적으로 박탈하기 때문이다. 2막 구토 씬에서 부유층 승객과 승무원이 함께 쓰러지는 장면은 계급의 경계를 해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수치의 민주화일 뿐이다. 사태가 수습되면 서열은 복원된다. 외스틀룬드는 관객이 웃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그 웃음이 겨냥하는 대상이 결국 우리 자신임을 조용히 환기한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장르 팬과 입문자에게 서로 다른 것을 준다. 블랙 코미디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그 공식에 대한 반성을 요청하고, 장르에 낯선 관객에게는 날것의 불편함을 선사한다. 황금종려상이 맞나 싶은 의문과, 며칠 후에도 이 영화가 맴도는 이유가 동시에 이 구조에서 나온다. 찜찜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완성이다.

시청 주의
구토 장면 (강도 높음) 폭력 장면 포함 성적 장면 포함 동물 사망 장면
이 작품, 나한테 맞을까?
O  이런 분께 추천
  • 블랙 코미디, 사회 풍자 장르 좋아하는 분
  • 루벤 외스틀룬드 더 스퀘어·포스 마쥬어 팬
  • 불편한 웃음을 즐기는 분 (기생충 좋아했다면)
  • 돌리 데 레온이라는 배우를 알고 싶은 분
X  이런 분은 패스
  • 구토·혐오 장면에 민감한 분 (2막이 매우 강함)
  • 명확한 결말과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분
  • 2시간 30분 가까운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운 분
  • 주제 전달이 절제된 영화를 선호하는 분
"
황금종려상이 맞나 싶다가도 — 며칠 뒤에도 이 영화가 남는다면, 그게 답이다.
블랙 코미디로 보기엔 불편하고, 예술 영화로 보기엔 노골적이다. 그 어딘가에서 이 영화는 정확하게 작동한다.
#블랙코미디 #계급역전 #칸황금종려상 #루벤외스틀룬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구토 씬도, 황금종려상 논란도 아니었다. 애비게일이 절벽 위에 혼자 서 있는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 얼굴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게 이 영화의 전부다.

혹시 이 영화 보셨다면 — 3막에서 애비게일이 내린 선택,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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