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웰브 리뷰 — 마동석 10년 만의 드라마 복귀, 기대만큼 봤을까?
마동석이 돌아왔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 트리플 천만 관객을 달성한 그가 무려 10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2025년 8월 KBS 2TV와 디즈니+가 동시 공개한 액션 판타지 드라마 <트웰브(Twelve)>는 동양의 12지신을 모티브로 한 히어로물로, 방영 전부터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첫 방송 시청률 8.1%에서 최종 2.4%로 곤두박질친 이 작품,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줄거리 — 12지신이 천사가 된다면
<트웰브>의 세계관은 꽤 흥미롭게 출발합니다. 동양의 12지신, 즉 쥐·소·호랑이·토끼 등 12동물의 신화적 존재들이 인간을 수호하는 천사로 지상에 파견돼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이에요. 이 중 호랑이 천사 태산(마동석)은 과거 악의 세력과의 전투에서 소·토끼·양·닭의 천사를 잃은 뒤 깊은 상실감과 배신감을 안고 인간 사회에서 조용히 은거 중입니다.
평화롭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건 사민으로 상징되는 악의 세력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입니다. 오랫동안 흩어져 살던 나머지 천사들이 하나둘 집결하고,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 다짐했던 태산도 동료들의 안위와 인간 세상의 위협 앞에 결국 리더의 자리로 돌아와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영웅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재결합한다는 고전적인 어벤져스 구도예요.
전체적인 톤은 마동석의 대표 캐릭터처럼 강하고 거침없는 액션이 중심이 되는 히어로물입니다. 12지신이라는 한국적·동양적 소재를 히어로 장르와 접목했다는 점에서 방영 전 기대감이 상당했는데요. 문제는 이 설정이 가진 잠재력이 실제 드라마에서 제대로 발현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잘 된 부분 — 소재만큼은 정말 좋았다
마동석의 존재감 자체는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그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생기는 무게감과 안도감은 이 드라마에서도 건재했어요. 마동석 액션 고유의 "묵직하게 두들겨 패는" 스타일은 팬들에게 기대했던 만족감을 줬고, 그가 등장하는 장면만큼은 드라마의 단점을 잊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출연진 라인업 자체는 매우 훌륭합니다. 서인국·박형식·이주빈·고규필·강미나·성동일 등 각자의 장르에서 검증된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어요. 이 캐스팅이 무색할 만큼 인물들에게 각자의 이야기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다는 게 아쉬움을 더하지만, 배우들 개개인의 기여도만큼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또 12지신이라는 소재 자체의 신선함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한국 판타지 드라마가 흔히 선택하는 구미호·귀신·조선 시대 설정과는 다른, 동양 신화를 현대 히어로물에 접목한다는 아이디어는 이 드라마가 탄생한 가장 큰 이유이자 가장 아쉬운 낭비이기도 해요.
아쉬운 점 — 100억 예산이 어디로 갔을까
수백억 원이 투입됐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CG 퀄리티가 처참합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지구용사 벡터맨 같다", "꾸러기 수비대 어른 버전"이라는 혹평이 나왔는데, 실제로 천사들의 능력 발현 장면이나 악의 세력과의 전투 장면에서 2000년대 초 어린이 드라마 수준의 CG가 등장해 몰입을 완전히 깨버립니다. 이건 아무리 좋은 소재와 배우가 있어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예요.
스토리 구성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8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에 12명의 천사 캐릭터를 다 소화하려다 보니 개별 캐릭터들이 모두 평면적으로 소비되고, 태산의 갈등과 각 천사들의 백스토리가 겉핥기에 그쳤어요. "설정만 풍부하고 이야기는 빈약하다"는 비판이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문제: 마동석이 또 똑같습니다. 범죄도시의 마석도, 이 드라마의 태산, 사실상 같은 인물이에요. 묵묵히 홀로 외롭고, 배신당한 상처를 안고, 결국 압도적인 힘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식이 반복되면서 천만 배우라는 기대치 대비 신선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마동석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용납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2화부터 하차 결심을 하게 됩니다.
- 마동석 특유의 묵직한 액션, 여전히 건재
- 12지신 히어로물이라는 참신한 소재
- 서인국·박형식·이주빈 등 화려한 캐스팅
- 초반부 8.1% 시청률 — 관심 자체는 증명
- OTT(디즈니+)에서는 한때 1위 기록
- 수백억 예산에 어울리지 않는 저퀄리티 CG
- 어린이 드라마 수준의 연출 — 몰입 완전 파괴
- 마동석 캐릭터의 무한 반복 — 범죄도시와 사실상 동일
- 12명 천사를 8부작에 우겨넣은 허술한 구성
- 시청률 8.1%→2.4% 폭락 — 관객 이탈 빠름
총평
좋은 소재, 화려한 캐스팅, 충분한 예산 — 세 박자가 모두 갖춰졌지만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소재는 천장인데 실행은 지하실"이라는 표현이 이 작품에 가장 잘 어울려요.
왜 같은 공식이 드라마에서는 통하지 않았나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이 '마동석 그 자체'를 장르로 만드는 데 성공한 사례입니다. 강한 주먹, 과묵한 정의, 그리고 압도적 해결사라는 공식은 현실감 있는 범죄 배경 위에서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줬어요. 문제는 트웰브가 이 공식을 판타지·히어로 장르에 그대로 이식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히어로물에서 관객이 원하는 건 단순한 강자가 아니라 성장하고 변화하는 영웅입니다. 어벤져스가 성공한 이유는 아이언맨이 오만에서 희생으로, 토르가 오만에서 겸손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트웰브의 태산은 1화부터 8화까지 사실상 같은 사람입니다. 상처가 있지만 강하고, 동료를 보호하고, 압도적으로 이긴다. 범죄도시에서 통했던 이 단순성이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오히려 공허하게 느껴진 거예요.
12지신이라는 소재 자체는 한국 히어로물의 독자적 정체성을 만들 수 있는 진짜 기회였습니다. 누군가 이 소재를 제대로 된 서사와 함께 만든다면 분명히 걸작이 나올 수 있어요. 트웰브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실현하지 못한 아쉬운 선례로 남았습니다.
- 마동석이라면 무조건 보는 팬
- CG 퀄리티에 관대하고 액션 자체가 목적인 분
- 8부작 짧은 분량으로 가볍게 볼 히어로물을 원하는 분
- 12지신 세계관이 궁금해서 한 번은 확인하고 싶은 분
- 범죄도시 식 반복에 이미 지친 분
- 서사와 캐릭터 성장이 있는 히어로물을 기대하는 분
- 영상미와 CG 퀄리티를 중시하는 분
- 수백억짜리 드라마라는 기대치를 가진 분
실행은 지하실이었다
기대치는 낮게 잡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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