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폰 리뷰 — 로튼토마토 93%, 바바리안 감독의 야심작이 뚫은 것
2025년 8월 북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공포 영화 웨폰(Weapons)이 같은 해 10월 한국에 상륙했다. <바바리안>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잭 크레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으로, 한 소도시에서 새벽 2시 17분에 초등학생 17명이 동시에 사라지는 불가해한 사건을 6명의 시점으로 교차하며 풀어나가는 군상극 형식의 공포 영화다. 로튼토마토 93%, 메타크리틱 81점이라는 평론가 점수와 달리 국내에서는 씨네21 관객 6.8점으로 뚜렷한 온도차를 보인 문제작이기도 하다.
줄거리 — 새벽 2시 17분, 17명이 사라졌다
어느 평범한 수요일 새벽,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마을 메이브룩. 저스틴 선생님의 3학년 학급 아이들 18명 중 17명이 같은 시각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간다. CCTV에 고스란히 찍힌 그 장면은 불가해하고 기괴하다. 유일하게 남은 아이 알렉스는 입을 꾹 다물고, 마을은 슬픔과 분노와 의심으로 들끓기 시작한다.
영화는 챕터 형식으로 담임 저스틴, 아이 잃은 아버지 아처, 경찰관 폴 등 6명의 시점을 차례로 따라가며 같은 사건의 다른 단면을 드러낸다. 점프 스케어로 놀래키는 방식보다는 일상 속에 스미는 이질감과 불안의 축적으로 공포를 쌓아올리는 연출이 특징이다. 후반부에서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는 순간, 장르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급격히 틀어진다.
<겟 아웃>이나 <유전>처럼 장르의 외피로 사회적 불안을 다루는 '아트 호러'에 더 가까운 영화다. 하지만 그 두 편보다 훨씬 더 불친절하고 모호하다. 아이들의 실종이 학교 총격 사건의 우화라는 해석이 있고, 마녀 신화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으로 읽느냐에 따라 이 영화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된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
잭 크레거의 연출력은 명확하다. 저 멀리서 천천히 걸어오는 미지의 존재와 저스틴의 대면 장면, CCTV 화면을 통해 아이들이 일제히 사라지는 장면처럼 심장을 서서히 조이는 시퀀스들은 평론가들이 극찬한 이유를 고스란히 증명한다. 깜짝 놀래키지 않고 불안을 체험시키는 방식이 128분 내내 유지된다.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것 자체가 연출력의 증거다.
에이미 매디건이 연기한 글래디스 캐릭터는 이 영화 최고의 자산이다. 평범한 할머니의 외양 뒤에 숨어있는 무언가가 서서히 드러나는 방식, 그리고 정체가 밝혀진 뒤 장면들을 다시 떠올릴 때 오는 소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조시 브롤린이 마지막 챕터에서 맡은 블랙 코미디적 역할 역시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방식으로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주는 묘한 쾌감이 있다.
감독이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에서 이 영화를 썼다는 점, 마지막 챕터가 완전히 자전적이라는 점을 알고 나면 영화의 감정적 무게가 달라진다. <웨폰>은 무서운 영화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 관한 영화다.
아쉬운 점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영화가 쌓아올린 떡밥의 상당수가 명확하게 회수되지 않는다. 결말의 모호함을 열린 해석의 여지로 받아들이는 관객에게는 강점이지만, 플롯의 논리적 완결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허무함으로 남는다. 한국에서 씨네21 관객 평점이 6.8점에 그친 것도 이 지점이 크다. 128분의 러닝타임도 일부 챕터에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진다. <곡성>처럼 모호함 자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불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끝날 수 있다.
- 점프 스케어 없이 불안의 축적으로 공포를 구축하는 연출력
- 에이미 매디건의 글래디스 — 이 영화 최고의 소름 장면
- 챕터식 시점 교차 구조의 영리한 정보 설계
- 블랙 코미디와 공포를 동시에 뚫어내는 마지막 챕터
- 상실과 슬픔을 공포로 치환한 감독의 진심
- 복선 및 떡밥의 불완전한 회수 — 모호한 결말
- 128분 러닝타임 중 일부 챕터의 늘어짐
- 플롯의 논리적 완결을 기대하면 실망 가능
- 평론가 점수와 실관람 체감의 온도차 큼
총평
장르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완결된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과 체험으로서의 공포를 원하는 관객 — 이 둘에게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된다. 답이 열려 있어도 괜찮다면, 2025년 공포 영화 중 가장 야심찬 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웨폰은 공포 영화의 질문을 바꾼다 — "무엇이 무서운가"에서 "무서움이란 무엇인가"로
대부분의 공포 영화는 공포의 대상을 설정하고 그것이 등장하는 순간에 관객을 놀래킨다. <웨폰>은 이 공식을 거부한다. 잭 크레거는 <라쇼몽>의 시점 교차와 <매그놀리아>의 군상극 구조를 공포 장르에 이식하며, 공포를 이벤트가 아닌 체험의 형식으로 설계한다. 관객은 누가 무엇을 했는지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이 느끼는 무력감과 혼란의 밀도 안으로 직접 끌려들어간다.
아이들이 일제히 사라지는 CCTV 장면이 의미심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을 포착해야 할 시스템이 아무것도 막지 못했다는 사실, 화면 속에서 아이들이 어둠으로 달려가는 모습은 통제 불가능성에서 오는 공포 그 자체를 시각화한다. 학교 총격 사건의 우화로 읽힌다는 평론가들의 해석은, 이 장면을 기억하는 미국 관객들에게 특히 강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에서 블랙 코미디가 갑자기 끼어드는 순간, 크레거는 또 한 번 장르의 기대를 배반하며 웃음과 공포가 본질적으로 같은 감정의 두 끝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결말의 모호함이 결함인가, 선택인가에 대한 논쟁은 이 영화가 살아있는 한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웨폰>은 무서움을 주려는 영화가 아니라 무서움을 남기려는 영화다. 극장에서 나온 뒤에도 어딘가 해소되지 않는 불안이 따라온다면,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노린 것이다.
- <겟 아웃> <유전> <바바리안> 팬 — 아트 호러 취향
- 점프 스케어보다 심리적 불안을 선호하는 분
- 열린 결말을 즐기고 직접 해석하고 싶은 시청자
- 연출·촬영·사운드 미학을 감상하는 분
- 명확한 결말과 떡밥 회수를 원하는 분
- 속도감 있는 서사를 기대하는 시청자
- 아동 위협 장면에 민감하신 분
- 로튼토마토 93%를 그대로 믿고 들어오면 실망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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