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꾼도시여자들 시즌1·2 통합 리뷰 — 한국판 '언니들의 술자리',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Work Later, Drink Now)은 서른 즈음의 세 여자가 하루 끝에 술 한잔을 나누며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카카오웹툰 《술꾼도시처녀들》(미깡 작)을 원작으로 한 시즌1(2021)은 티빙 오리지널 역대 주간 유료가입기여자 수 1위를 기록하며 명실상부 티빙을 구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았고, 2022년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습니다. 시즌2(2022~2023)는 시즌1의 기세를 이어받아 제작됐지만 두 시즌은 제법 다른 온도로 기억되고 있어요. 두 시즌을 한 번에 정리해 드립니다.
줄거리 — 서른, 퇴근 후 한 잔의 철학
예능 작가 안소희(이선빈), 요가 강사 한지연(한선화), 유튜버 강지구(정은지). 외모도 성격도 직업도 다른 세 여자가 하나로 묶이는 접착제는 단 하나, 술입니다. 하루가 어떻게 끝나든 셋이 모여 한잔하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자 루틴이에요. 시즌1은 각자의 직장 스트레스, 연애의 설렘과 실망, 그리고 뜻밖의 사별까지 서른의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풀어냅니다.
시즌2는 1년 넘는 공백 후 다시 만난 세 사람의 이야기로, '성장통'을 키워드로 내걸었어요. 강지구의 연애, 한지연의 건강 위기, 안소희의 직장 내 갈등 등 각자의 삶이 더 복잡해지면서 우정도 흔들리는 과정을 담습니다. 제작진은 "시즌2에서야 비로소 캐릭터가 완성됐다"고 자신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시즌1보다 냉정했어요.
왜 시즌1이 터졌는가 — 공감의 속도와 케미의 힘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이 성공한 핵심은 공감의 속도였습니다. 드라마는 거창한 설정 없이 서른 언저리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그 피로감, 그 억울함, 그 사소한 기쁨을 빠른 속도로 화면에 올려놓았어요. 예능 작가로서 아이디어를 뺏기고, 요가 강사로서 몸값 후려치기를 당하고, 유튜버로서 알고리즘과 싸우는 현실은 직업만 다를 뿐 누구에게나 닿는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에 이선빈·한선화·정은지 세 배우의 케미가 폭발했어요. 세 사람이 함께하는 술자리 장면들은 대본을 잊고 실제 친구들을 보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냈습니다. 19세 이상 등급이었음에도 공중파 tvN 재방영에서도 충분히 먹힐 만큼 보편적인 정서를 건드렸어요. OST도 강세였는데, 주연배우 네 명이 모두 직접 OST를 불러 드라마의 완결감을 높였습니다.
12화의 러닝타임도 중요했어요. 회당 30~40분 내외의 밀도 높은 구성 덕분에 늘어지는 구간 없이 치고 빠지는 리듬이 살아 있었습니다. 술집 안주처럼 한 에피소드가 딱 떨어지는 구조가 몰아보기에 최적화돼 있었어요.
시즌2는 왜 달랐나 — 감동을 추구하다 공감을 잃은
시즌2의 가장 큰 논란은 한지연의 유방암 설정이었습니다. 암 진단을 받은 캐릭터가 술을 마시며 이를 극복해간다는 설정은 의학적 현실과 너무 큰 괴리를 만들었고, "술꾼 드라마라는 설정을 억지로 유지하기 위해 위험한 메시지를 심었다"는 비판이 이어졌어요. 드라마 측에서는 자유롭게 즐기며 치유되는 이야기를 의도했다고 밝혔지만, 의학적 맥락을 무시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려웠습니다.
캐릭터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었어요. 강지구가 친구의 남자친구를 방해한다는 설정이 시즌1에서 쌓아온 캐릭터와 충돌한다는 '캐릭터 붕괴' 지적이 나왔습니다. 시즌1의 강지구는 거칠지만 의리있는 인물이었는데, 시즌2의 행동 패턴은 그 이미지와 맞지 않았어요. 전반적으로 시즌2는 감동과 성장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옳았지만 구체적인 설정 선택에서 판단 착오가 있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 시즌1의 폭발적인 현실 공감력 — 서른 직장인의 일상이 그대로 스크린에
- 이선빈·한선화·정은지 트리오 케미, 실제 친구 같은 자연스러움
- 군더더기 없는 편당 30~40분 구성, 몰아보기 최적화
- 주연 4인방이 직접 부른 OST — 드라마 분위기와 딱 맞는 완결감
-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초청으로 국제적 작품성도 인정
- 시즌2 한지연 유방암+음주 설정 — 의학적 현실과의 괴리로 큰 논란
- 시즌2 강지구 캐릭터 붕괴 — 시즌1 이미지와 충돌하는 행동 패턴
- 시즌2 전반의 공감력 약화 — '성장'을 넣으면서 경쾌함을 잃음
- 시즌2 화제성 시즌1 대비 큰 폭 하락
총평 — 시즌1은 명작, 시리즈는 아쉬운 성장통
술꾼도시여자들은 시즌1만 놓고 보면 한국 여성 서사 드라마의 작은 이정표예요. 화려한 설정 없이 현실의 피로와 우정의 온기만으로 OTT 흥행을 증명했고, 세 배우의 케미는 두 번 다시 재현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시즌2는 좋은 의도가 판단 착오로 이어지며 시리즈 전체의 인상을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시즌1은 강추, 시즌2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시즌1만의 평점이라면 망설임 없이 4.5점이에요. 시즌2를 포함한 시리즈 전체로는 3.9점으로 마무리하는 게 정직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술이라는 소품이 말한 것 — 한국 여성 서사의 전환점
술꾼도시여자들이 등장하기 이전 한국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들은 대개 남성 서사의 보조자이거나, 고난을 인내하는 존재였어요. 마시고 싶을 때 마시고, 욕하고 싶을 때 욕하고, 연애가 안 풀리면 안 풀린 채로 다음 날 또 출근하는 이 세 여자는 결혼이나 연애를 완성으로 귀결시키지 않는 드라마 속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숨을 쉬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술'이라는 소품은 이 전환의 핵심 장치예요.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공개적으로, 주체적으로 술을 마신다는 설정은 여전히 드라마에서 금기에 가까웠어요. 술꾼도시여자들은 이 금기를 아무 선언 없이 그냥 넘어버렸고, 그 태연함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해방감을 줬습니다. 여성의 음주를 문제화하지 않는 것 자체가 서사적 혁신이었어요. 비슷한 시기의 갯마을 차차차나 그 해 우리는이 '귀여운' 여성 주인공을 그렸다면, 술꾼도시여자들은 '날것의' 여성 인물을 그렸습니다.
시즌2가 유방암 설정으로 삐걱댄 것은 이 맥락에서 더 아프게 읽힙니다.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던 여자가 갑자기 병으로 취약해지는 순간, 드라마는 자신이 지켜온 세계를 조금 포기하는 선택을 했어요. 시즌1이 완성한 해방감의 자리에 시즌2가 다시 '고난을 견디는 여성'을 불러들인 셈이었고, 그것이 많은 팬들이 느낀 배신감의 정체였을 것입니다.
- 퇴근 후 술 한잔이 하루의 마무리인 직장인 공감 100%
-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여성 우정 드라마를 찾는 분
- 이선빈·한선화·정은지 트리오의 시너지를 보고 싶은 분
- 30대 현실 묘사가 잘 된 가볍고 빠른 드라마가 필요할 때 (시즌1 우선 추천)
- 복잡한 스토리 구조나 반전이 있는 드라마를 원하는 분
- 술·음주 묘사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 (음주 장면이 매우 많음)
- 시즌2까지 기대하고 보기 시작하는 분 — 시즌1 후 기대치 조절 필요
- 의학적 설정의 현실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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