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데스 + 로봇 리뷰 — 넷플릭스 성인 애니의 끝판왕, 45편 전부 볼 가치 있을까?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s)은 2019년 넷플릭스에서 시작된 성인 애니메이션 앤솔로지 시리즈입니다. SF, 호러, 판타지, 블랙 코미디를 넘나드는 단편 모음집인데요. “데드풀”의 팀 밀러와 “파이트 클럽”의 데이비드 핀처가 제작을 맡았고, 에미상을 13회 수상하며 작품성까지 인정받았습니다. 2025년 시즌 4로 완결된 지금, 시리즈 전체를 놓고 볼까 말까 정리해 봤습니다.
러브, 데스 + 로봇은 어떤 작품인가
한 줄로 요약하면 “매 에피소드가 다른 감독, 다른 화풍, 다른 장르”인 성인 단편 애니메이션 모음집입니다. 에피소드마다 2D, 3D, 실사 합성, 스톱모션까지 다양한 기법이 동원되고, 이야기도 우주 SF부터 중세 판타지, 좀비 호러, 블랙 코미디까지 종잡을 수 없이 넘나듭니다.
제목에 담긴 세 키워드—사랑(선정성), 죽음(고어), 로봇(SF)—이 시리즈의 DNA예요.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이 세 요소 중 최소 둘은 들어가 있습니다. 에피소드 시작 전 나오는 세 개의 아이콘이 그 회차의 핵심을 암시하는데, 다 보고 나서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입니다.
시즌별 온도 차이가 꽤 크다
시즌 1(2019)이 이 시리즈의 황금기입니다. 18편이라는 넉넉한 분량에 “증인”, “지마 블루”, “독수리자리 너머”, “굿 헌팅” 등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에피소드가 쏟아졌어요. 실험적이면서도 스토리가 탄탄하고, 충격과 감동이 적절히 배합된 시즌이었습니다.
시즌 2(2021)는 솔직히 좀 빠졌습니다. 에피소드가 8편으로 줄었고, 시즌 1의 파격적인 수위와 충격도 많이 순화되면서 “어른용 애니메이션의 날것 같은 매력”이 옅어졌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그래도 “얼음”이나 “높은 풀 속에서” 같은 수작이 있긴 합니다.
시즌 3(2022)에서 확실하게 반등합니다. “히바로”는 대사 없이 영상미와 사운드만으로 압도하는,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예술적인 에피소드로 꼽히고요. “어긋난 항해”는 핀처가 직접 연출해서 화제가 됐습니다. 시즌 2의 부진을 칼로 베듯 만회한 시즌이에요.
시즌 4(2025)는 평가가 갈립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100%라는 숫자와 달리, 커뮤니티에서는 “소재 고갈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적잖아요.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인형극으로 재현한 에피소드가 논란이 됐고, 전반적으로 SF보다 코미디와 실험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다만 “지크는 어떻게 종교를 갖게 되었나”, “스파이더 로즈” 같은 에피소드는 여전히 수준급입니다.
이 시리즈가 특별한 이유
가장 큰 매력은 예측 불가능성입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어떤 그림체가 나올지, 어떤 장르가 펼쳐질지 전혀 알 수 없어요. 한 편은 실사에 가까운 극사실 3D로 전쟁을 다루다가, 바로 다음 편에서는 아기자기한 2D로 고양이가 세계를 정복합니다. 이 롤러코스터 같은 경험이 시리즈 입문 장벽을 낮추기도 하고, 동시에 중독성을 만들기도 해요.
한 편당 5~2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도 강점입니다. 부담 없이 한두 편 보다가 정신 차리면 한 시즌을 다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출퇴근길이나 자기 전 “딱 한 편만” 보기에 이만한 콘텐츠가 없어요.
그리고 메이저 스튜디오에서는 절대 시도할 수 없는 수위와 소재를 자유롭게 다룬다는 점. 선정성, 고어, 정치 풍자, 종교 비판까지 거침이 없습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아니었다면 세상에 나오기 어려웠을 작품이에요.
아쉬운 점
앤솔로지 형식의 태생적 한계가 있습니다. 에피소드별 퀄리티 편차가 꽤 크거든요. 한 시즌 안에서도 “이건 명작이다” 싶은 것과 “이게 뭐지?” 싶은 것이 섞여 있습니다. 특히 짧은 에피소드일수록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찝찝한 결말이 종종 나옵니다.
성인 콘텐츠 수위도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에요. 스토리와 무관하게 선정적 장면이나 고어가 삽입되는 경우가 있어서, 사람에 따라 불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즌이 거듭되면서 초기의 신선한 충격이 약해진 건 사실이에요. 시즌 1에서 느꼈던 “이런 게 있었어?”하는 놀라움을 시즌 4에서 똑같이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 에피소드마다 감독, 화풍, 장르가 달라 지루할 틈 없음
- 5~22분 단편이라 부담 없이 입문 가능
- 극사실 3D부터 2D 셀까지, 애니메이션 기법의 박람회
- 메이저 스튜디오가 건드리지 못하는 파격적 소재와 수위
- 에미상 13관왕, 시즌 3 “히바로” 등 예술적 성취가 높은 에피소드 다수
- 에피소드별 퀄리티 편차가 크다
- 시즌 후반부로 갈수록 소재 고갈 느껴짐
- 이야기를 하다 만 듯한 열린 결말 다수
- 맥락 없는 선정성/고어 장면이 불쾌할 수 있음
- 시즌 2는 전반적으로 아쉽다는 평가
입문자를 위한 추천 에피소드
45편 전부 볼 시간이 없다면, 이 에피소드들부터 시작해 보세요. 시즌 1의 “증인”은 홍콩을 배경으로 한 사이버펑크 추격전으로, 시리즈의 정체성을 한 편에 압축해 놓은 작품입니다. “지마 블루”는 SF적 설정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인 수작이고요. 가벼운 입문을 원한다면 “세 대의 로봇”이 제격입니다. 인류 멸망 후 도시를 구경하는 로봇 세 대의 유쾌한 여행기예요. 시즌 3의 “히바로”는 호불호가 있지만, 영상미만큼은 시리즈 최고봉이니 한 번은 볼 가치가 있습니다.
총평
시즌마다 온도 차이가 있고 에피소드별 편차도 존재하지만, 시리즈 전체로 보면 넷플릭스에서 가장 독보적인 포지션을 차지한 콘텐츠입니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은 넷플릭스밖에 없고, 이렇게 만들 수 있는 팀도 밀러와 핀처밖에 없었어요. 45편 전부가 명작은 아니지만, 그중에 진짜 보석 같은 에피소드들이 박혀 있습니다.
보석을 찾는 재미
짧고 강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