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영화 리뷰 (2013) — 시간 여행 로맨스인 줄 알았더니,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였다
로맨스 영화라는 포장지 안에 가족 드라마를 숨겨 놓은 영화. 리처드 커티스 감독의 <어바웃 타임(About Time, 2013)>은 시간 여행 능력을 가진 청년 팀과 사랑스러운 메리의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짜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다. 한국에서 340만 관객을 동원했고, 네이버 관람객 평점 9.26점을 기록했으며, 2018년·2020년·2023년 세 차례나 재개봉됐다. OST 'How Long Will I Love You'는 결혼식 축가로도 정착했다. 이 영화를 단순한 로맨스로만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더 볼 이유가 생긴 셈이다.
줄거리 — 시간 여행으로 연애를 고치다가, 삶의 의미를 배운다
영국 콘월 해안 마을에서 자란 팀(도널 글리슨)은 21세가 되던 날 아버지(빌 나이)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듣는다. 가문의 남자들은 어두운 곳에서 주먹을 쥐고 과거의 특정 순간을 떠올리면 그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단, 미래로는 갈 수 없고,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시간으로도 갈 수 없다.
팀은 이 능력을 히틀러 암살이나 복권 당첨 같은 데 쓰지 않는다. 연애를 고치는 데 쓴다.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에게 첫눈에 반한 팀은 어설픈 첫 만남을 되감고 리플레이하며 완벽한 연애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하고 따뜻한 일상을 쌓아간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방향을 바꾼다. 여동생 킷캣의 위기, 그리고 아버지의 병. 팀은 시간을 되돌려 모든 것을 고치고 싶지만,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셋째 아이를 낳고 나면 과거로 돌아가도 아이의 운명이 바뀐다. 아버지와의 시간도 영원하지 않다. 영화의 마지막 메시지는 여기서 나온다. 시간 여행을 멈추고 그냥 오늘을 사는 것.
장점 — 빌 나이의 존재감, 그리고 로맨스인 척 숨겨둔 아버지 이야기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포장과 내용물이 다르다는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로 시작해 중반부터 조용히 휴먼 드라마로 전환되는데, 그 전환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팀과 아빠가 함께 해변을 걷는 장면들, 체스를 두는 장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장면—빌 나이가 이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방식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울게 만드는 지점이다.
레이첼 맥아담스와 도널 글리슨의 케미스트리도 편안하고 설득력 있다. 완벽한 미남미녀 커플이 아닌, 실제로 있을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의 현실적 온도를 유지시킨다. 리처드 커티스 특유의 영국식 유머—어색한 웃음, 과장된 당혹감, 예상치 못한 타이밍의 개그—도 전편에 걸쳐 균형 있게 배치된다.
OST도 이 영화의 감정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다. 'How Long Will I Love You'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귓속에 남는다.
아쉬운 점
시간 여행의 규칙이 편의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된다는 비판이 있다. SF 팬이라면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불만을 느낄 수 있다. 여동생 킷캣의 위기 이후 서사는 "왜 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았냐"는 의문을 남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처음부터 시간 여행 SF물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시간여행은 도구일 뿐이고, 영화가 집중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다. 이 의도를 받아들이는 쪽과 받아들이지 않는 쪽의 평가가 크게 갈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후반부 감정 과잉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리처드 커티스가 관객의 눈물을 의도적으로 끌어내는 연출을 한다는 비판—로튼 토마토 평론가 지수가 관객 지수보다 낮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의도된 감동이라도 실제로 눈물이 났다면, 그게 나쁜 영화의 증거는 아니다.
- 빌 나이 — 아버지 캐릭터가 이 영화의 진짜 심장
- 로맨스인 척 숨겨둔 아버지·아들 휴먼 드라마의 이중 구조
- 도널 글리슨·레이첼 맥아담스의 편안하고 현실적인 케미
- 영국식 유머와 따뜻한 감성의 균형
- OST 'How Long Will I Love You' — 오래 남는 여운
- 한국에서 세 번 재개봉될 만큼 검증된 감동의 지속성
- 시간 여행 규칙의 일관성 부족 — SF적 엄밀함을 기대한다면
- 킷캣 서사의 해결 방식이 남기는 논리적 의문
- 의도된 감동이라는 비판 — 리처드 커티스 특유의 감상주의
총평
어바웃 타임은 세 번 재개봉되는 영화다. 처음엔 로맨스로 보고, 두 번째엔 아버지 이야기로 보게 된다. 그 두 번째 감상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시간 여행 규칙의 허술함이나 감상주의 연출을 지적하는 비판은 타당하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가치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결국 이 영화가 묻는 것은 하나다. 지금 이 하루를,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충분히 살고 있는가.
시간 여행 설정의 일관성 문제가 없었다면 4.5점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허술함이 이 영화를 나쁘게 만들지는 않는다.
시간 여행 영화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영화
리처드 커티스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라고 밝혔다. 그 말이 영화를 보고 나면 완전히 이해된다. 팀이 시간 여행 능력을 받았을 때 아버지는 말한다. "어떻게 쓸지 알아낼 때까지 계속 써봐야 해." 이 한 문장이 영화 전체의 구조다. 팀은 연애를 고치고, 실수를 되감고, 완벽한 하루를 만들려 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팀이 시간 여행을 멈추는 것이다. 아버지의 조언을 실천하기로 한다—하루를 두 번 산다. 먼저 평범하게 살고, 그 하루를 되감아 처음부터 다시, 이번엔 모든 세부를 의식하며. 그리고 마지막에 팀은 두 번 살기도 그만둔다. 한 번으로도 충분히 좋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시간 여행을 통해 도달하는 역설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결국 "지금 이 순간이면 된다"는 결론에 닿는다.
tvN 드라마 어바웃 타임이 수명 시계를 통해 "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도 살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이 영화는 정반대 방향에서 같은 질문을 한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어도 결국 지금 이 하루로 돌아오게 된다면, 우리는 왜 지금을 소홀히 사는 걸까. 같은 제목, 다른 방향, 그런데 도달하는 곳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 러브 액츄얼리, 노팅힐 같은 영국 감성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
- 아버지와의 관계가 소중한 분 (혹은 소중했던 분)
- 인생영화가 필요한 분 — 오래 기억될 여운을 원한다면
- 감동으로 울고 싶은 밤에
- 재개봉관에서 다시 보고 싶은 클래식을 찾는 분
- 시간 여행의 논리적 일관성을 중시하는 SF 팬
- 감상주의, 의도된 눈물에 거부감이 있는 분
- 빠른 전개와 긴장감 있는 플롯을 원하는 분
지금 이 하루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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