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바웃 타임 리뷰 — 이상윤·이성경 수명 시계 판타지 로맨스, 볼 만할까?
남은 수명이 얼마인지 눈앞에 숫자로 보인다면 어떨까. tvN 월화드라마 <멈추고 싶은 순간: 어바웃 타임(About Time)>은 타인의 수명 시계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여자와, 그녀의 시계를 멈추게 하는 남자의 판타지 로맨스다. 2018년 5월부터 7월까지 방영했고, 이상윤과 이성경이 주연을 맡았다. 방영 전부터 배우 교체 사고가 터지며 삐걱댔고, 시청률은 당시 tvN 월화 최저 기록(0.887%)에 근접할 만큼 낮았다. 그러나 설정 자체는 국내 판타지 멜로 드라마 중 꽤 독창적인 편이다.
줄거리 — 수명 시계가 멈추는 순간이 사랑의 증거
7살에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 최미카엘라(이성경)는 세상 모든 사람의 남은 수명을 숫자로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 자신의 수명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면서 살아가는 미카는 어느 날 이도하(이상윤) 근처에서 수명 시계가 멈추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심지어 그와 스킨십을 하면 수명이 늘어난다. 미카는 살기 위해, 그리고 점점 마음이 생겨서, 냉정한 재벌 이도하의 곁에 머물기 시작한다.
판타지 설정은 영화 <어바웃 타임>(2013)의 제목을 빌려왔지만, 실제 수명 시계 아이디어는 영화 <인 타임>에 더 가깝다는 평이 많았다. 이 혼선 자체가 드라마의 정체성을 처음부터 흔들었다. 거기에 더해 방영 직전 조재유 역 이서원의 범죄 혐의 하차, 급박한 재촬영, 캐릭터 분량 대폭 축소가 겹치면서 드라마의 서사 균형이 초반부터 무너졌다.
그럼에도 이성경이 미카를 연기하는 장면들, 김해숙이 오소녀를 연기하는 장면들은 꽤 인상적이다. 이도하의 불안장애를 치료해가는 서사, 뮤지컬 무대를 배경으로 한 장면들이 감성적으로 잘 살아 있다. 문제는 이 좋은 부분들이 균일하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점 — 독창적인 설정과 이성경의 생기 있는 연기
남은 수명이 눈에 보인다는 설정은 국내 판타지 멜로 드라마 중 꽤 신선한 편이다. 단순히 죽음의 공포를 다루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있을 때만 시계가 멈춘다는 설정이 두 사람의 관계를 감정이 아닌 물리적 필연으로 엮어낸다. 이 아이디어 자체의 완성도는 충분히 높다.
이성경은 미카를 생기 있게 살려낸다. 시한부 설정임에도 어둡지 않고, 까칠한 재벌에게 먼저 구애하는 유쾌한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김해숙의 오소녀도 이 드라마의 숨겨진 보석이다.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들이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따뜻하다.
아쉬운 점
방영 전 사고가 드라마의 발목을 처음부터 잡았다. 이서원 하차와 김동준으로의 긴급 교체, 재촬영, 분량 축소는 서사의 구조적 결함으로 직결됐다. 조재유 캐릭터가 원래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역으로 알 수 있을 만큼, 빈자리가 극의 흐름 안에서 드러난다.
원작 영화 제목을 가져왔지만 설정은 전혀 다르다는 점도 혼란을 줬다. 수명 시계가 상대와 함께 있을 때만 멈춘다는 핵심 로직이 후반부로 갈수록 일관성을 잃는다. 재벌-평민 로맨스라는 다소 진부한 구조, 후반부 재벌가 갈등 서사가 판타지 멜로의 독창성을 희석시킨다.
- 수명 시계 설정 — 국내 판타지 멜로 중 독창적인 아이디어
- 이성경의 생기 있고 유쾌한 미카 연기
- 김해숙·이성경 조합이 만드는 따뜻한 장면들
- 뮤지컬 배우라는 직업 설정이 감성에 잘 맞물림
- 초반부의 설레는 판타지 로맨스 분위기
- 방영 전 배우 교체 사고로 인한 서사 구조 손상
- 제목은 어바웃 타임, 설정은 인 타임 — 정체성 혼선
- 수명 시계 규칙이 후반부로 갈수록 일관성을 잃음
- 재벌 가족 갈등이라는 진부한 후반 서사
- 설정의 잠재력을 끝까지 살리지 못한 아쉬움
총평
어바웃 타임은 나쁜 드라마라기보다 불운한 드라마다. 방영 전부터 터진 배우 교체 사고, 서사 손상, 제목과 설정의 미스매치가 겹치면서 본래 가진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이성경과 김해숙의 연기가 만드는 온기가 있고, 수명 시계라는 설정은 여전히 흥미롭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선택하기 전에 기대치 조절이 필요하다.
설정 아이디어만으로는 3.5점이 가능했다. 배우 교체 사고와 후반 서사 붕괴가 전체 평균을 끌어내렸다.
수명을 본다는 것, 혹은 사랑이 시간을 이기는 방식
이 드라마의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남은 시간을 알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가. 미카는 모든 사람의 수명을 보기 때문에 죽음에 유독 익숙해진 인물이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시계를 멈춰주는 남자를 만난다는 설정은,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생명의 연장임을 시각화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드라마가 수명 시계를 사랑의 증거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감정은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수명 시계는 거짓말을 못 한다—도하 옆에 있을 때만 시계가 멈춘다는 사실은 미카의 마음이 아닌 몸이 먼저 진실을 말하는 장치다. 언어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는 이 아이디어는, 수명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통해 로맨스 판타지를 감각적으로 만든다.
아쉽게도 이 철학적 잠재력은 후반부로 갈수록 재벌 가족 갈등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서사에 자리를 내줬다. 수명 시계가 던진 질문—"얼마나 남았는지 알아도, 지금 이 순간을 살 수 있는가"—에 끝까지 집중했다면 더 오래 기억되는 드라마가 됐을 것이다.
- 판타지 설정이 있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분
- 이성경 배우의 팬, 혹은 이성경을 처음 알고 싶은 분
- 수명·시간 판타지 소재에 관심 있는 분
- 부담 없는 가벼운 판타지 멜로가 필요한 분
- 탄탄한 서사와 일관된 판타지 설정을 원하는 분
- 재벌 가족 갈등 서사에 지친 분
- 원작 영화 어바웃 타임(2013)을 기대하고 본다면
- 후반 완성도에 민감한 분
그 빛을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게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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