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피겨스 리뷰 — 미국 우주 개발을 이끈 흑인 여성 수학자들의 숨겨진 실화
2019년, NASA는 워싱턴 D.C. 본부 앞 도로의 이름을 '히든 피겨스 웨이(Hidden Figures Way)'로 바꿨다. 2016년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캐서린 존슨·도로시 본·메리 잭슨이라는 이름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완전히 낯선 이름이었다. 히든 피겨스(Hidden Figures, 2016)는 미국이 60여 년 동안 숨겨온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꺼냈다. 제작비 2500만 달러로 전세계 2억3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통쾌하고 따뜻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영화다.
줄거리 — 숫자로 하늘을 열었지만, 아무도 몰랐다
1961년,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정점에 달한 시절. 버지니아 햄프턴의 NASA 랭글리 연구소에는 특별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 컴퓨터'라 불리는 흑인 여성 수학자들이다. 그들은 방대한 비행 궤도 계산을 수행하지만,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계산하는지 알지 못한다. 캐서린 고블은 그 탁월한 실력으로 앨 해리슨의 우주 임무 그룹에 배정된다. 최초의 흑인 여성으로서.
그런데 일하는 건물에 유색인종 화장실이 없다. 캐서린은 매일 800m 떨어진 유색인종 전용 건물까지 뛰어가야 한다. 도로시는 이미 감독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직함은 주어지지 않는다. 메리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지만 그 과정을 위한 수업을 백인 전용 학교에서만 들을 수 있다.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조용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이 벽들을 넘는다.
러닝타임 127분 동안 흥분과 좌절과 통쾌함이 균형 있게 교차한다. 우주 개발 역사를 배경으로 하지만, 본질은 세 여성의 성장담이다. 존 글렌의 프렌드십 7호 발사를 향해 나아가는 카운트다운이, 세 사람의 여정과 함께 달린다.
장점 — 세 사람이 각자 자기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 영화의 가장 탁월한 설계는 세 명의 주인공을 균등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캐서린의 수학적 천재성과 굴욕의 교차, 도로시의 조용하고 전략적인 저항, 메리의 당당하고 유쾌한 정면돌파 — 세 서사가 각자 다른 질감을 가지면서도 서로를 강화한다. 앙상블 구조임에도 누군가에게 묻어가는 인물이 없다. SAG가 이 영화의 앙상블에 상을 준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옥타비아 스펜서의 도로시가 특히 인상적이다. 과장 없이 리더십과 체념과 결의를 함께 담아낸다. IBM 컴퓨터가 도입되자 혼자서 도서관에 가서 책을 구하고, 언어를 배우고, 팀 전체에 가르치는 그 장면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인물의 힘을 보여준다. 퍼렐 윌리엄스가 제작에 참여해 한스 짐머, 벤저민 월피시와 공동 작업한 음악도 1960년대 활기와 현대적 감각 사이를 능숙하게 오간다.
케빈 코스트너의 앨 해리슨이 유색인종 표지판을 망치로 직접 내려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이다. 극적이고 통쾌하다. 하지만 바로 이 통쾌함이 이 영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
이 영화에 제기되는 주요 비판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백인 구원자' 서사. 앨 해리슨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영화를 위해 창조된 가상의 인물로, 백인 상관이 시스템의 부조리를 능동적으로 허무는 역할을 맡는다. 흑인 여성들의 저항과 성취보다 백인 남성의 '깨달음'이 전환점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또 하나는 역사적 정확성 문제. IBM 컴퓨터 모델, 소련 발사 장면 등 다수의 역사적 오류가 지적됐고, 캐서린 존슨 본인은 실제로 화장실 이동에 그리 큰 불편을 겪지 않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영화는 실화를 극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을 증폭시켰다.
- 세 주인공이 각자 완전한 서사를 가진 균등한 앙상블 구조
- 옥타비아 스펜서의 도로시 본 —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연기
- 퍼렐 윌리엄스·한스 짐머의 사운드트랙 — 시대감과 에너지를 동시에
- 127분 동안 분노·좌절·통쾌함이 균형 있게 배분되는 감정 설계
- 우주 경쟁이라는 역사적 맥락과 세 여성의 개인 서사가 유기적으로 연결
- 앨 해리슨 캐릭터 구성 — 가상 인물에게 전환점을 부여하는 '백인 구원자' 구조
- 역사적 정확성 문제 — IBM 모델, 화장실 에피소드 등 다수 극화 과정 왜곡
- 훈훈한 마무리가 현실의 구조적 차별을 지나치게 봉합한다는 시각
총평
히든 피겨스는 논란을 안고 있어도 봐야 할 영화다. 60년간 지워져 있던 세 사람의 이름을 스크린으로 불러낸 것만으로 이 영화는 충분히 존재 이유를 가진다. 그린 북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좋아한다는 것과 그 한계를 인식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히든 피겨스는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드러내는가
영화 제목 'Hidden Figures'의 'figure'는 두 가지 뜻을 가진다. 숫자(수치)와 인물. 이 영화는 두 의미를 모두 다룬다. 역사에서 지워진 세 명의 인물과, 그들이 계산했지만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수치들. 제목 자체가 이 영화의 논지를 담고 있다.
한국 관객에게 이 영화는 1960년대 미국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우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능력이 있어도 구조가 그것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면 어떻게 되는가. 캐서린은 매일 800m를 뛰는 시간을 낭비해야 했고, 도로시는 이미 감독관이었지만 그 이름을 얻지 못했다. 이 부조리는 1961년 미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형태가 다를 뿐이다.
한편 이 영화가 훈훈한 해결로 끝난다는 사실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세 사람의 성공으로 해소되지 않았다. 영화가 이 불편한 진실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대중에게 소비된다면, 그 통쾌함이 오히려 구조적 문제를 과거의 것으로 봉인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RT 93%의 찬사와 일부 비평가들의 '백인 구원자' 비판이 동시에 성립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영화는 선한 의도를 가진 동시에, 그 선함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비판적이지 않다.
- 우주 개발 역사와 냉전 시대에 관심 있는 분
- 실화 기반 여성 성장 서사를 즐기는 분
- 분노와 통쾌함이 균형 잡힌 영화가 필요한 분
- 가족·청소년과 함께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역사물을 찾는 분
- 역사적 정확성이 최우선인 분
- 인종차별을 날 것 그대로, 불편하게 다루는 작품을 원하는 분
- 해피엔딩 구조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분
- 예술적 야심보다 오락적 완성도가 더 중요한 분 (이 영화는 예술 영화가 아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