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루프 후기 —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
전쟁은 이렇게 시작된다. 장관이 인터뷰에서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를 내뱉고, 그 한 마디를 수습하려는 과정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진다. 인 더 루프(In the Loop, 2009)는 이라크 침공의 배경이 된 영미 정치의 실내를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해부한 작품이다. 웃기고, 잔혹하고, 무서울 만큼 사실적이다.
피터 카팔디가 말콤 터커로 등장하는 모든 씬은 이 배우가 스크린에 있다는 것이 영화의 절반임을 증명한다. 그가 화면 밖으로 나가는 순간 영화의 공기가 조금 빠진다.
한 마디 실언이 전쟁으로 향하는 경로
영국 국제개발부 장관 사이먼 포스터는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 가능성에 대해 묻자 별 생각 없이 "예측 불가능하다(unforeseeable)"고 답한다. 이 발언이 문제가 된다. 총리실 공보 수석 말콤 터커는 즉각 사이먼을 질책하며 수습에 나서지만, 사이먼은 이후 추가 인터뷰에서 전쟁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kind of foreseeable)"라고 정반대의 발언을 한다. 이제 그는 전쟁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에게 이용 가능한 패가 됐다.
사이먼은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영화는 그곳에서 영미 양국의 관료들이 전쟁을 결정하거나 막으려 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그 결정의 기반이 될 보고서를 조작하는 사람들, 위원회 구성을 방해하거나 촉진하는 사람들, 누군가의 말실수를 무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쟁은 진행된다.
모큐멘터리 스타일의 핸드헬드 카메라, 즉흥적으로 들리는 대화, 글래머 없는 관공서 복도들. '더 씩 오브 잇'에서 확립한 이아누치 특유의 스타일을 스크린으로 확장한 결과물이다. 웃긴데 웃고 나면 불편하다.
욕설이 분석이고 속도가 내용이다
이 영화가 다른 정치 풍자 코미디와 구별되는 이유 중 하나는 속도다.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대화는 항상 여러 의도가 동시에 움직이며, 한 장면이 끝나기도 전에 다음 장면이 시작된다. 말콤 터커의 언어는 욕설과 은유와 위협이 압축된 독자적 코드다. 그것이 웃기면서 동시에 권력이 어떻게 언어를 도구로 사용하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 배우들 대부분이 완전한 즉흥 없이도 즉흥처럼 들리는 대사를 구사한다 — 각본가 팀이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 한계도 있다. TV 시리즈를 모르는 시청자에게는 첫 20분이 빠르게 느껴질 수 있다. 말콤 터커가 화면 밖으로 나가는 중반부 이후 구간은 상대적으로 페이스가 느려진다. 그리고 OST가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은 의도이지만, 시청 경험의 단조로움을 만들기도 한다.
- 피터 카팔디의 말콤 터커 — 욕설을 정치 분석 언어로 만든 독보적 캐릭터, 이 영화를 혼자 끌고 간다
- 관료제의 실내를 날카롭게 해부하는 각본 — 다섯 명이 쓰고 80% 이상이 대본 준수인데도 즉흥처럼 들린다
- 아무도 악의적이지 않지만 전쟁이 결정되는 과정 — 이라크 침공의 구조를 가장 잘 설명하는 영화 중 하나
- 핸드헬드 모큐멘터리 스타일이 글래머를 완전히 제거 — 권력의 일상적 추함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 원작 TV 시리즈 '더 씩 오브 잇' 선행 지식 없이는 도입부 진입 장벽이 높다
- 말콤 터커 부재 구간의 상대적 에너지 하락 — 영화가 그에게 지나치게 의존한다
- 영미 정치 문화에 친숙하지 않으면 일부 유머가 증발한다
- 국내 스트리밍 없음 — 접근성이 낮아 알려지지 않은 작품
영화가 끝나고 돌이켜보면 웃었던 순간들이 전부 무언가 잘못됐다는 신호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정치 스릴러가 코미디로 위장한 게 아니라, 코미디가 정치 스릴러였다.
웃음이 끝난 후 남는 것
이 영화는 특정 악당 없이 전쟁이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린튼 바윅은 전쟁을 원하지만, 그가 혼자였다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말콤 터커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막는 사람도 아니다. 사이먼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이용당한다. 결국 전쟁은 누군가의 의지가 아닌 모두의 무능과 자기보존 본능이 합산된 결과로 나타난다. 이것이 이 영화가 드 스트레인지러브 이후 가장 정확한 정치 풍자로 꼽히는 이유다. 그리고 2003년 이후가 아니라 지금도 이 영화는 타당하다.
영상미와 OST가 낮은 것은 단점이 아니라 설계다. 이 영화가 아름다웠다면 거짓말이 됐을 것이다.
악의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쟁 — 이 영화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계보를 잇는 이유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1964)는 핵전쟁을 제도적 광기의 산물로 그렸다. 거기서 악당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이었다. 《인 더 루프》는 같은 논리를 2000년대 초 이라크 침공에 적용한다. 린튼 바윅은 전쟁을 원하지만 그는 한 명이다. 더 많은 사람들은 그냥 자기 역할을 수행하며 전쟁 쪽으로 흘러간다.
이아누치 자신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영국 총리실이 이라크 침공 명분을 위해 정보기관 보고서를 조작한 사건에 분노해서 시작한 TV 시리즈 '더 씩 오브 잇'의 연장으로 설명했다. 영화에서 실제로 선거 위원회 보고서가 조작되는 과정은 당시의 실제 사건과 충분히 공명한다. 픽션이지만 다큐멘터리처럼 읽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아누치는 실제로 BBC 프레스 패스를 들고 미국 국무부에 들어가 한 시간 동안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들이 세트 디자인 기초 자료가 됐다. 허구가 현실을 모방하고, 현실이 허구를 닮아간다.
말콤 터커라는 캐릭터가 문화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그가 악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시스템의 논리를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다. 그 논리 안에서 그는 합리적이다. 문제는 논리 자체다. 이것이 이 영화가 단순한 정치인 풍자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베스트 오브 에너미스 같은 정치 풍자 걸작을 좋아하는 분
- 빠른 대화와 밀도 높은 각본을 즐기는 분 — 한국어 자막 필수
- 영미 정치 및 이라크 침공 역사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분
- 피터 카팔디의 팬이거나 '더 씩 오브 잇', 'VEEP' 시청자
- 강도 높은 욕설에 거부감이 있는 분 — 이 영화는 욕설이 대사의 절반이다
- 명확한 줄거리와 사건 중심 전개를 기대하는 분
- 영미 정치 관료제 문화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는 분
-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음악을 중요시하는 분
이 영화를 웃으며 봤다면 잘 된 것이다. 웃고 나서 무엇이 웃겼는지 생각해 보면 더 잘 된 것이다.
당신이 일하는 조직에서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결정된 일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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