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 스트리트 리뷰 — 존 카니가 10대로 돌아가 만든, 3부작의 가장 환한 마침표
거짓말 하나가 밴드를 만들었다.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Sing Street, 2016)는 원스, 비긴 어게인에 이은 음악 3부작의 마지막 편이자, 세 편 중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다. 1985년 더블린, 경제불황으로 무너지는 집안 형편 때문에 낯선 학교에 전학 온 소년 코너가 마음에 든 여자아이에게 건넨 즉흥 거짓말 — "나 밴드 해요" — 에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어쩌면 존 카니 본인이 젊은 시절에 하지 못했던 것들을 필름 위에서 대신 해낸 작품이다.
거짓말이 음악이 되기까지 — 줄거리
1985년 더블린. 아일랜드 경제불황의 한복판. 코너(퍼디아 월시-필로)의 집안은 나날이 쪼들리고, 부모는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며 무너지는 중이다. 코너는 사립학교를 떠나 동네 가톨릭 계열 학교 '싱 스트리트 크리스천 브라더스 스쿨'로 전학을 간다. 교내 싸움이 일상인 곳, 수사가 학생들에게 물고문을 하는 곳, 1985년 더블린에서 가난이란 이런 모습이었다.
그 학교 앞에서 코너는 라피나(루시 보인턴)를 처음 본다. 담배를 물고 먼 곳을 바라보던 그 소녀. 코너는 입이 먼저 움직였다. "우리 밴드인데, 뮤직비디오에 출연해줄 수 있어요?" 밴드는 없다. 아직. 하지만 그날부터 코너는 진짜 밴드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생긴다. 토끼를 좋아하지만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에이먼(마크 맥케나)을 필두로 어설픈 멤버들이 하나둘 모인다. 밴드 이름은 그들이 다니는 학교의 거리 이름, 싱 스트리트.
형 브랜든(잭 레이너)이 레코드를 가져온다. 듀란 듀란, 아하, 더 클래쉬, 더 큐어. 코너는 음반을 들으며 스타일을 흡수하고, 곡을 쓰고, 뮤직비디오를 찍고, 라피나 앞에 선다. 처음에는 그녀를 위한 거짓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음악은 코너 자신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영화는 그 변화의 순간들을 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 위에 한 장면씩 얹는다.
존 카니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이야기 — 장점
이 영화는 존 카니의 자전적 이야기다. 감독 본인이 "그 나이에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영화에 담았다"고 밝혔다. 그 고백이 필름 구석구석에 배어있다. 특히 코너와 형 브랜든의 관계 — 자신의 꿈을 포기한 형이 남동생에게 "나보다 더 멀리 가라"고 밀어주는 장면들 — 은 단순한 성장 서사 너머의 감정을 담고 있다. 브랜든이 코너의 데모 테이프를 듣고 헤드폰을 건네는 장면은, 보는 내내 목이 메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오리지널 곡들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Drive It Like You Stole It, The Riddle of the Model, Brown Shoes. 밴드가 성장할수록 곡의 퀄리티도 함께 성장하는데, 그 변화를 관객이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거기에 더해 듀란 듀란, 아하, 더 큐어 등 시대 사운드와의 균형도 탁월하다. 영화 음악이 배경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뼈대로 작동하는 방식은 존 카니 3부작 전체에 걸쳐 일관되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활기차다.
주연 퍼디아 월시-필로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 상태로 영화에 데뷔했다. 촬영 당시 변성기가 진행 중이었고, 그 불완전한 목소리가 오히려 코너라는 캐릭터를 완성한다. 세상 모든 것이 어설프고 설레고 무서운 16세의 목소리가, 이 영화에서는 음악보다 먼저 울린다. RT 96%라는 평단의 폭발적 반응은 이 캐스팅 하나가 만든 성과이기도 하다.
아쉬운 점
영화가 가진 낙관주의가 이 작품의 최대 강점이지만, 동시에 가장 취약한 지점이기도 하다. 결말의 쾌감은 강렬하지만 현실감을 과감하게 포기한 선택이다 — 폭풍이 치는 바다를 작은 보트로 건너는 그 엔딩을 두고 호불호는 분명히 갈린다. 또한 코너 부모의 갈등, 학교 폭력 등 영화 초반부에 깔린 어두운 현실 묘사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음악의 들뜬 흥에 밀려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 채 마무리된다. 원스의 잔잔하고 묵직한 여운과는 확연히 다른 결의 영화임을 감안하더라도, 감정의 마무리가 조금 성긴 느낌이 남는다.
- 존 카니 자전적 이야기 — 진심이 스크린에서 바로 느껴짐
- 코너&브랜든 형제 관계 — 음악 3부작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애틋한 서사
- 오리지널 곡들이 이야기와 함께 성장하는 완벽한 구조
- 80년대 뉴웨이브 사운드와 더블린 시대상의 촘촘한 재현
- 연기 경험 없던 주연의 불완전한 목소리가 오히려 완벽한 캐스팅
- 현실감을 포기한 엔딩 — 감동적이지만 작위적이라는 느낌 공존
- 초반에 세팅한 어두운 현실(폭력, 가정 붕괴)이 후반부에 흐지부지됨
- 라피나 캐릭터의 내면이 충분히 파고들어지지 않음
- 비긴 어게인 대비 상업성 낮아 한국 관객은 57만으로 상대적으로 적음
총평
싱 스트리트는 존 카니 음악 3부작 중 가장 경쾌하고, 가장 뜨겁고, 가장 어리다. 원스가 "음악이 골목에도 있다"고 말하고, 비긴 어게인이 "음악의 주인은 뮤지션이어야 한다"고 말한다면, 싱 스트리트는 단순하고 강하게 외친다 — "그냥 해. 지금 당장."
RT 96% — 평단 반응만 놓고 보면 3부작 중 가장 높은 점수다. OST 9.6은 음악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도 가장 솔직하고 활기찬 결과물에 붙이는 점수다.
존 카니의 자기 고백, 그리고 80년대 뉴웨이브가 10대에게 의미했던 것
싱 스트리트는 단순한 성장 영화가 아니다. 존 카니 본인이 10대에 가졌던 음악과 탈출에 대한 욕망을 픽션으로 소화한 작품이다. 1985년이라는 시간 설정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다. 당시 아일랜드는 극심한 경제불황 속에 있었고, 영국으로 떠나는 이민이 일상이었다. 코너와 라피나가 런던을 탈출구로 꿈꾸는 건 그 시대의 실제 감각이다. 80년대 뉴웨이브 — 듀란 듀란, 아하, 더 큐어 — 는 그 탈출 욕망의 사운드트랙이었다. 화려하고 인공적이고 멀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음악. 더블린 골목과 가장 거리가 먼 소리들.
영화가 영리한 지점은 코너가 음악 스타일을 흡수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처음엔 듀란 듀란을 흉내 내고, 그다음엔 더 큐어를 따라 하고, 결국엔 자기 목소리를 찾는다. 이 과정은 모든 창작자가 거치는 '영향-모방-소화-독창'의 궤적을 10대 소년의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해서 보여준다. 존 카니는 이 영화에서 "창작이란 무엇인가"를 가장 쉽고 가장 즐거운 방식으로 말한다.
원스와 비긴 어게인이 "음악이 인생을 어떻게 구하는가"를 성인의 시선으로 그렸다면, 싱 스트리트는 그것을 아직 아무것도 잃지 않은 시절의 눈높이에서 다룬다. 그래서 이 영화는 더 무모하고, 더 신나고, 더 아프다 — 아직 포기를 모르는 사람만이 가진 특권이 여기 있다.
- 80년대 뉴웨이브·팝록 음악을 좋아하거나 추억하는 분
- 첫사랑, 첫 밴드, 첫 창작의 설렘 — 그 시절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 음악 영화 입문자 — 원스·비긴어게인보다 더 경쾌하고 접근하기 쉬움
- 성장 서사와 음악이 결합된 작품을 좋아하는 분
- 원스처럼 현실적이고 쓸쓸한 여운을 기대하는 분
- 판타지적 결말이 불편한 분 — 엔딩의 비현실성이 거슬릴 수 있음
- 80년대 음악 코드에 전혀 관심 없는 분
- 10대 성장담 특유의 들뜬 감성을 가볍게 느끼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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