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래시: 상어의 습격 후기 — 허리케인에 떠밀려 넷플릭스로 좌초한 상어 영화
《죠스》에 허리케인을 얹으면 《크롤》이 된다는 걸 지난 6년간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그 공식을 한 번 더 돌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넷플릭스가 대신 실험해 줬다. 《스래시: 상어의 습격》은 원래 소니 극장 개봉작이었다가 판권이 넷플릭스로 넘어간 상어 재난 스릴러다. 86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피비 디네버·자이먼 혼수라는 이름값, 죠스와 크롤을 계보에 걸어둔 자신감까지 갖췄지만 — 공개 1주 만에 2026년 최저점대 로튼 점수를 기록한 작품이기도 하다.
휘트니 피크는 문 밖을 못 나간다는 공포를 물리적으로 연기해 내고, 자이먼 혼수는 “모잠비크에서 하마에게 물릴 뻔했을 때 황소상어 두 마리가 구해줬다”는 B급 백스토리조차 진지한 얼굴로 받아준다. 이 두 사람과 피비 디네버가 각자 더 나은 영화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거의 매 장면에서 든다.
허리케인·상어·고립, 세 갈래로 갈라진 생존기
무대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의 가상 마을 애니빌(Annieville). 5등급 허리케인 헨리가 상륙하면서 방조제가 무너지고, 하필이면 그 자리를 지나던 동물 혈액 운반 탱크로리가 부서져 도시 침수 구역 전체가 피 냄새로 물든다. 이 피 냄새를 따라 황소상어 떼가 거리와 집 마당으로 밀려 들어오고, 연구용 태그가 붙은 대형 백상아리 ‘넬리’까지 이 지역에 나타난다.
이 한복판에서 영화는 세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돌린다. 광장공포증으로 집에 갇힌 다코타는 차에 갇힌 만삭의 낯선 여자 리사를 구조해 들여오고, 학대적인 위탁 아버지 밑에 있던 세 남매 디·론·윌은 집이 침수되면서 스스로 탈출 경로를 짜야 한다. 한편 다코타의 삼촌 데일 박사는 TV 뉴스 크루의 보트를 빌려 조카에게 닿으려 애쓴다. 물은 계속 차오르고, 피 냄새는 번지고, 누가 어디로 가든 수면 아래에는 상어가 있다.
감독 토미 비르콜라는 자의식적 코미디의 샤크나도 공식 대신 《죠스》를 참조점으로 두고 《크롤》의 알렉상드르 아자 노선을 따라가려 한다. 문제는, 그 참조점이 너무 뚜렷해서 이 영화가 그 참조점들의 열화 카피로만 보이기 시작한다는 데 있다.
86분이 그래도 짧다는 것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러닝타임이다. 86분, 엔드 크레딧을 빼면 사실상 75분. 방조제가 무너지는 데 15분이 채 걸리지 않고, 첫 번째 황소상어가 수면을 가르기까지도 영화가 시간을 끌지 않는다. 상어 재난 장르에서 이 템포는 자산이다. 오프닝 30분 동안 기후 변화 강의만 하는 영화들을 떠올려 보면 더 그렇다.
인물들을 각자 다른 공간에 가두고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지’ 하는 공간 퍼즐을 만드는 데에도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침수된 집 2층에서 트럭으로 건너가는 동선, 지하실에 내려가 다이너마이트를 찾아 상어를 집 안으로 유인하는 클라이맥스 — 이런 장면들은 제작진이 공간을 머리로 굴렸다는 걸 보여준다. 상어 공격의 상당 부분을 물리적 효과(실물 피·실물 아가리)로 처리한 선택도 수면 아래 가시성을 일부러 흐리게 만든 촬영과 맞물려 몇몇 순간은 제법 선다. 이 정도면 킬링타임으로는 안 빠지는 선이다 — 문제는 이 ‘안 빠지는 선’이 한 시간만 돼도 금이 간다는 점이다.
두 편의 영화를 급하게 붙여 만든 각본
가장 치명적인 균열은 플롯 구조 자체에 있다. 다코타·리사 라인과 위탁 남매 세 명의 라인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교차 편집은 긴장을 올려야 하는데, 이 영화의 교차 편집은 긴장이 올라올 때마다 무관한 다른 집으로 카메라를 끌고 간다. 감독이 두 개의 ‘샤크 허리케인’ 기획을 한 편에 붙여놓고 어느 쪽을 주축으로 삼을지 끝내 결정하지 못한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캐릭터는 더 얇다. 광장공포증, 임산부, 위탁 아동, 학대 가해자, 해양 연구원 — 설정만 풍부하고 각자가 서로의 서사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유명한 ‘수중 출산’ 장면. 허리케인과 상어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엄마가 “엄마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이 장면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관객은 없다 — 그렇다고 이 영화가 샤크나도처럼 자기 웃음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 《죠스》의 진지함을 노리다가 착지점이 어중간한 B급이 되는 이 거리감이 이 영화 전체의 톤을 규정한다. 비르콜라가 《데스 스노우》나 《바이올런트 나잇》에서 보여주던 뻔뻔한 유머를 의도적으로 자제한 선택이 오히려 개성을 지워버린 셈이다.
- 86분의 짧은 호흡 — 장르 관객이 체류 시간만큼은 손해 안 본다
- 차에 갇힌 임산부 구조, 다이너마이트 유인 등 공간을 굴린 클라이맥스 몇 장면
- 실물 효과 위주의 상어 공격 + 수면 아래 가시성을 일부러 낮춘 촬영이 공포 효율을 키운다
- 자이먼 혼수·피비 디네버·휘트니 피크의 성실한 연기 — 각본이 안 받쳐줘도 카메라 앞에선 제몫을 한다
- 두 개의 플롯 라인이 끝까지 교차하지 않아 교차 편집이 오히려 긴장을 떨어뜨린다
- 설정만 많고 심리는 얇은 캐릭터들 — 누가 죽어도, 누가 살아남아도 체감의 결이 얇다
- 《크롤》·《죠스》의 참조점이 너무 뚜렷해 고유 정체성이 거의 없다
- 감독의 평소 뻔뻔한 유머를 자제한 선택 때문에 진지함도, 자의식적 웃음도 어느 쪽에도 착지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아픈 건, 세 갈래 스토리가 나중에 한자리에서 만나리라 믿으며 버틴 시간이 결국 엇갈린 채 끝난다는 사실이다. 상어와 허리케인이 아니라 편집실에서 좌초한 영화처럼 느껴진다.
넷플릭스로 좌초한 B급 재난물이 놓인 자리
소니가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긴 결정은 결과적으로 정직한 판단이었다. 극장이었다면 표값이 아깝다는 감각이 이 정도 완성도에 훨씬 가혹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스트리밍에서 86분을 소비하는 재난 영화로 본다면, 이 작품은 ‘그럭저럭 시간이 간다’는 말을 듣고도 반박하기 어려운 지점에 있다. 《크롤》을 기대한다면 실망이 크고, 《샤크나도》를 기대한다면 덜 웃기며, 《센강 아래》를 기대한다면 긴장감이 모자라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상어 재난 장르 팬들이 ‘그래도 이번 달엔 뭐라도 상어 영화를 봐야지’ 할 때 체크리스트에 추가하는 미드티어 한 편의 위치를 맡고 있다 —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점수로 매기면 2.6인데, 러닝타임이 짧다는 사실이 실제로는 0.3점쯤 점수를 올려줬다. 만약 이 각본이 120분이었다면 훨씬 더 가혹하게 썼을 것이다.
- ‘허리케인에 갇힌 집에 상어가 들어온다’ 한 줄만 듣고 이미 끌리시는 분
- 《크롤》·《샬로우즈》·《47미터》 계보의 수중 서바이벌 팬
- 1시간 30분 안쪽의 가벼운 장르 영화를 찾는 주말 저녁 관객
- B급 상어 영화의 실패작·성공작을 체크리스트로 챙기는 분
- 《죠스》·《크롤》급의 촘촘한 서스펜스를 기대하는 분
- 임산부·출산·아동 학대 묘사가 힘드신 분
- 《샤크나도》 식의 명백한 자의식적 코미디를 원하는 분
- 플롯 완결성·캐릭터 서사 없이는 몰입이 안 되는 분
엔드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이상한 감정이 남는다. 이 영화가 재미없었다는 감정이 아니라, 재미있어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감정. 소니 극장에서 넷플릭스 스트리밍으로 표류한 이 작품의 여정이, 영화 안에서 세 갈래로 흩어져 끝내 만나지 못한 생존자들의 궤적과 기묘하게 닮아 있다.
여러분은 상어 재난 장르에서 어디까지를 ‘적당히 재미있었다’라고 쳐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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