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타임(Good Time) 후기 — 로버트 패티슨이 보여주는 하룻밤의 광란
패티슨은 트와일라잇 이후 뭔가 다른 배우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프디 형제는 그 욕망을 정확히 알아봤다. 하룻밤, 뉴욕, 멈출 수 없는 한 남자 — <굿 타임>은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니라 한 배우가 스스로를 다시 증명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벤 사프디가 감독이면서 닉을 연기한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닉이 화면에 나오는 짧은 순간들이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하룻밤, 동생 하나,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코니
코니와 닉 형제는 은행을 털다 실패한다. 닉은 잡히고, 코니만 도망친다. 코니에게는 보석금 1만 달러가 필요하다 — 그날 밤 안에. 그게 전부다. 플롯은 이 단순한 전제 위에 눈사태처럼 사건들을 쌓아올린다. 코니는 여자친구의 신용카드를 쓰고, 낯선 집에 숨어들고, 놀이공원 직원으로 위장하고, 처음 보는 출소자와 공범이 된다. 매 장면마다 상황이 나빠진다. 더 나빠진다. 그래도 코니는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의 긴장감은 특이한 방향에서 온다. 코니가 성공할지 실패할지가 아니라, 다음에 누가 코니 때문에 피해를 입을지를 보게 된다. 코니는 명백히 위험한 인물이다. 그런데 그가 모든 짓을 동생을 위해 한다는 게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구분이 안 되는 지점에서 영화가 가장 불편하고, 가장 정직해진다.
체감은 단어 하나로 정리된다 — 숨막힘. 101분이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데 이렇게 지치는 영화는 드물다. 뉴욕의 네온 불빛 아래 카메라가 코니의 얼굴에 밀착해 놓아주지 않는 내내, 관객도 그 도주에 공모하게 된다.
뉴욕의 밤이 이렇게 위험하게 생겼다
숀 프라이스 윌리엄스의 촬영은 35mm 필름으로, 뉴욕의 밤을 과포화된 네온 컬러 속에 담는다. 클로즈업이 압도적으로 많다. 코니의 눈, 코니의 땀, 코니의 굳어버린 턱 근육 — 카메라가 이 얼굴에서 물러나기를 거부한다. 핸드헬드 특유의 불안한 흔들림이 도주의 질감을 물리적으로 전달한다. 아무것도 아닌 장면에서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건 이 촬영 때문이다.
다니엘 로퍼틴(Oneohtrix Point Never)의 스코어는 칸에서 별도 상을 받았다. 전자음악과 신스 레이어가 뉴욕의 밤과 뒤섞여 거의 촉각적으로 느껴지는 불안을 만들어낸다. 화면이 고요해도 음악이 말한다 — 지금 안전하지 않다고. 니들드롭 한 곡 없이 오리지널 스코어만으로 이 밀도를 만든 것이 더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니 이외의 인물들이다. 코리, 레이, 크리스탈 — 이들은 코니의 궤도에 잠깐 들어왔다가 각자의 피해를 안고 사라진다. 그 자체가 영화의 논지이기도 하지만, 특히 제니퍼 제이슨 리의 코리는 완전히 소모되는 캐릭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 로버트 패티슨의 완전한 변신 — 코니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바꾼 퍼포먼스
- 35mm 과포화 네온 촬영과 밀착 클로즈업 — 뉴욕의 밤이 물리적으로 느껴진다
- Oneohtrix Point Never의 스코어 — 칸 사운드트랙상 수상, 불안을 음악으로 설계한 수작
- 101분 내내 한순간도 쉬지 않는 밀도 — 멈추지 않는 코니처럼 영화도 멈추지 않는다
- 코니 이외의 조연들이 도구로 소비되는 인상 — 특히 코리와 레이의 서사 깊이 부족
- 정신없는 전개로 인해 특정 관객에겐 서사 논리보다 카오스로 느껴질 수 있음
- 주인공에 공감하기 어려운 구조 — 응원과 혐오 사이에서 불편함을 즐기지 못하면 힘든 영화
- 사프디 형제 신작들에 비해 캐릭터 탐구의 깊이는 한 발 앞선 단계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패티슨의 다른 작품들을 다시 보게 됐다. 배우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사랑이라고 불리는 것의 가장 파괴적인 형태
코니는 동생을 사랑한다. 그것만은 진짜다. 근데 그 사랑이 닉에게 좋은 일을 한 게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면 — 영화는 이 질문을 직접 던지지 않는다. 그냥 보여줄 뿐이다. 코니가 닉을 위해 저지른 모든 것, 그리고 그 결과로 닉의 삶이 어떻게 됐는지를. 감독인 벤 사프디가 직접 닉을 연기한다는 사실이 여기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보고 나서 한참 생각하게 된다. 사프디 형제의 세계 — 멈추지 않는 인물, 뉴욕의 언더클래스, 감당할 수 없는 결과 — 가 처음으로 완성된 형태로 나타난 영화다.
몰입도 5점은 이 영화에서 한순간도 딴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게 편한 경험은 아니었지만.
코니의 특권은 실패해도 계속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불편한 진실 하나 — 코니는 백인이다. 그가 하룻밤 동안 뚫고 지나가는 뉴욕의 언더클래스 세계는 대부분 흑인과 이민자, 빈곤층으로 이뤄져 있다. 코니는 거기서 거짓말하고 위장하고 이용하며 빠져나온다. 같은 짓을 다른 피부색의 인물이 했다면 영화는 훨씬 일찍 끝났을 것이다. 사프디 형제는 이 사실을 대사 한 줄 없이 설계한다.
코니와 닉의 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코니는 닉을 보호하려 한다 — 하지만 닉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것, 치료사가 말하는 것, 사회 시스템이 닉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코니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의 '사랑'은 닉을 자신의 통제 안에 두는 것과 구별되지 않는다. 영화 첫 장면에서 닉이 치료사와 나누는 조용한 시간을 코니가 강제로 끊어버리는 장면이, 그래서 영화 전체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사프디 형제는 이 모든 것을 고발하지 않는다. 코니를 악당으로 만들지도 않는다. 그냥 카메라가 코니를 따라가고, 관객은 그 궤적이 남긴 것들을 수습하면서 본다. 그것이 이 영화의 정직함이다.
- 사프디 형제의 언컷 젬스·마티 슈프림이 좋았던 분 — 이 세계의 시작점
- 로버트 패티슨의 연기 변신에 관심 있는 분
- 뉴욕 범죄 영화, 야간 도주극 장르를 즐기는 분
- 숨막히는 긴장감, 멈추지 않는 전개를 원하는 분
- 주인공에게 공감하거나 응원하고 싶은 분 — 코니는 불편한 인물이다
- 정돈된 서사와 해결 구조를 원하는 분
- 폭력·약물 수위에 민감한 분
- 조용하고 여유로운 영화를 찾는 분 — 이 영화엔 1초의 여백도 없다
코니는 끝내 동생을 구하는가. 영화는 그 답을 주지만, 그게 좋은 일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사프디 형제가 처음부터 그걸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코니가 동생을 사랑한다는 걸 믿었나요, 아니면 그것도 의심이 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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