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포르노 리뷰 — 포르노를 만들라고 했더니 포르노를 부숴버린 감독, 소노 시온

"안티포르노"(Antiporno, アンチポルノ)는 2016년 일본에서 제작되어 2017년 한국 개봉한 소노 시온 감독의 영화입니다. 일본의 노포 영화사 닛카츠(Nikkatsu)가 1970~80년대의 전설적인 '로망 포르노' 시리즈를 현대 감독들에게 맡겨 부활시킨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의 한 편이에요. 그런데 소노 시온이 뭘 만들었냐면 — 포르노를 만들라는 주문에 포르노 자체를 해체해버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안티" 포르노.

일본 영화 · 청소년관람불가
ANTIPORNO
안티포르노
アンチポルノ · 2016
장르
드라마 · 실험 · 아트필름
개봉
2017.06.15 (한국)
러닝타임
75분
감독 · 각본
소노 시온
출연
토미테 아미 · 츠츠이 마리코
제작
닛카츠 (로망 포르노 리부트)

줄거리 — 현실과 허구가 뒤집히는 75분

노란색 아파트에서 눈을 뜨는 여자, 쿄코(토미테 아미). 그녀는 소설과 그림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유명한 잘나가는 예술가입니다. 연상의 매니저 노리코(츠츠이 마리코)를 상대로 온갖 모욕과 가학적 행위를 서슴없이 요구하며 여왕처럼 군림하죠. 남성 중심의 시선을 거부하고 여성의 자유를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은 다른 여성을 짓밟고 있는 모순적인 존재예요.

그런데 영화 중반, 이 세계가 통째로 뒤집어집니다. 지금까지 본 것은 촬영 중인 로망 포르노 영화의 장면이었고, 현실에서 쿄코와 노리코의 관계는 정반대라는 게 드러나요. 선배 배우인 노리코에게 구박당하고 모욕당하는 건 신인 배우인 쿄코 쪽입니다.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계속 허물어 나가며,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관객을 혼란에 빠트립니다.

소노 시온이 던진 가장 통쾌한 역습

이 영화의 탄생 배경을 알면 훨씬 재미있어요. 닛카츠의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는 감독들에게 "10분마다 노출 장면을 넣을 것"이라는 조건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유라고 했습니다. 대부분의 감독이 이 조건 안에서 자기 색깔을 입힌 에로틱 영화를 만들었어요. 소노 시온은? 그 조건 자체를 무기로 삼아 포르노라는 장르를 해부하는 영화를 만들어버렸습니다.

영화에는 노출이 있고 성적인 장면도 있지만, 자극적인 쾌감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불편해요. 그게 의도예요. 이 영화는 관객에게 "지금 이걸 보면서 흥분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여성의 몸을 전시하는 장르의 규칙을 따르는 척하면서, 동시에 그 규칙이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폭로하는 구조 — 포르노의 옷을 입고 포르노를 공격하는, 그래서 '안티포르노'입니다.

팝아트처럼 터지는 색채의 폭발

내용을 떠나서,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압도적입니다. 선명한 노란색으로 도배된 거실, 생리와 억압을 상징하는 빨간색 화장실, 순백의 공간 — 색채 하나하나가 캐릭터의 심리와 권력 관계를 대변해요. 마치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영화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인데, 그 화려함 속에 날카로운 비판이 숨어 있습니다.

토미테 아미의 연기도 인상적이에요. 원래 AKB48 연구생 출신인데, 오디션 1년도 안 돼서 그만두고 배우로 전향한 케이스입니다. 이 영화에서 여왕 같은 쿄코와 구박받는 신인 배우,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진짜 자아까지 — 한 영화 안에서 여러 겹의 인물을 넘나드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물리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촬영이었다고 하는데, 무릎에서 피가 흐르는 상태로 촬영을 이어갔다는 후일담이 있을 정도예요.

아쉬운 점 — 뜻은 알겠는데, 좀 시끄럽다

가장 큰 아쉬움은 소노 시온 특유의 "떠드는 연출"입니다. 병 속에 갇힌 도마뱀이 등장하는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상징하는 훌륭한 메타포예요. 그런데 소노 시온은 쿄코에게 직접 이 도마뱀이 뭘 의미하는지 카메라를 보고 설명하게 합니다. 영화 끝에도 작품의 의도를 대사로 직접 풀어버려요. 관객이 스스로 읽어낼 여지를 남기지 않는 거죠.

현실-허구 뒤집기가 반복되면서 후반부에 힘이 빠진다는 지적도 있어요. 한 번 뒤집으면 충격적이지만,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또?"라는 피로감이 쌓입니다. 75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다행이긴 한데, 그 안에서도 같은 구조의 반복이 느껴지는 건 분명한 약점이에요.

그리고 근본적인 모순 하나.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비판하는 영화인데, 감독은 남성이고, 실제로 젊은 여배우에게 극한의 노출과 고통을 요구했습니다. 포르노를 비판하면서 포르노의 문법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위선 아니냐는 질문에서 이 영화는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건 영화 자체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면죄부가 되진 않아요.

장점
  • 팝아트급 색채 연출, 시각적으로 압도적
  • 포르노 장르 자체를 해체하는 대담한 구조
  • 현실-허구 전복이 만드는 강렬한 충격
  • 토미테 아미의 다층적 연기
  • 75분, 짧고 강렬한 러닝타임
아쉬운 점
  • 메타포를 직접 설명해버리는 과잉 친절
  • 현실 뒤집기 반복으로 후반부 피로감
  • 성 착취 비판과 착취적 연출의 모순
  • 대중 접근성 극히 낮은 실험 영화
  • 노출과 자극적 장면에 가려지는 주제 의식

이런 분에게 추천 · 비추천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는 대중 영화가 아닙니다. 한국 관객 1,940명이라는 숫자가 그걸 증명해요. 하지만 소노 시온의 필모그래피에 관심이 있거나, '자살클럽', '사랑의 노출' 같은 그의 작품을 좋아했던 분이라면 반드시 볼 만한 영화입니다. 또한 영화라는 매체가 어떻게 관객의 시선을 조종하는지, 장르의 규칙이 어떻게 폭력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상당히 자극적인 경험이 될 거예요.

반대로,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에로틱한 영화를 기대하고 오시면 100% 실망합니다. 이 영화는 그런 기대 자체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총평

종합 평점
안티포르노
3.3
/ 5.0
재미
5.5
스토리
6.2
연기
7.5
영상미
8.8
몰입도
5.8

좋아하는 사람은 걸작이라 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허세라고 할 영화입니다. 로튼토마토 87%라는 비평가 점수가 보여주듯 작품성 자체는 인정받았지만, 대중적 재미와는 거리가 멀어요. 포르노를 의뢰받고 안티포르노를 납품한 소노 시온의 배짱만큼은 확실히 대단하고, 75분 동안 눈이 즐거운 건 사실입니다. 다만 그 화려함 너머에 얼마나 깊은 게 있느냐는 —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겁니다.

"
포르노를 주문했더니
포르노의 장례식이 배달됐다
소노 시온의 도발적 영화 세계에 관심이 있거나
장르의 규칙을 해체하는 실험 영화를 즐기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 팝아트급 색채 폭발 🔄 현실-허구 전복 🎭 로망 포르노 해체 ⚡ 소노 시온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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