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엿같은 사랑 재밌나요? 12부작 호불호 갈리는 이유 정리
공개 사흘 만에 국내 1위, 그런데 후기는 갈립니다
8월 7일 넷플릭스에 12부 전편이 한꺼번에 올라왔고, 이틀 만에 국내 일간 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8월 9일 기준). 해외에서도 브라질 3위, 멕시코 4위, 인도 6위, 아르헨티나 7위를 찍었고, 공개 첫날 기준 플릭스패트롤 월드 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주간 집계는 아직 발표 전이라 최종 성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화제성은 확실한데, 반응은 한쪽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클리셰가 뻔한데도 계속 보게 된다거나 배우들 얼굴 합이 좋다는 쪽이 있고, 반대로 이야기 연결이 느슨하다, 8부작이었으면 더 나았을 거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해외 이용자 평점이 8점대인 것과 달리 국내 커뮤니티 반응이 더 박한 것도 이 작품의 특징입니다. 이 온도 차가 어디서 오는지는 아래에서 따로 짚겠습니다.
기억을 잃은 검사와, 남자친구라고 우기는 복싱 코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검사 고은새는 폭력 조직을 쫓다 결정적 증거를 손에 넣지만 붙잡히고, 사고 끝에 기억을 모두 잃습니다. 눈을 뜬 곳은 서울이 아니라 구진이라는 소도시의 낡은 병원입니다. 그 앞에 추리닝 차림의 남자가 나타나 자신이 남자친구라고 말합니다. 아무리 봐도 취향이 아닌 남자지만, 이름도 과거도 없는 은새에게는 따라갈 사람이 그밖에 없습니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엿을 만드는 시골 마을입니다. 옷장 속 옷도, 꽃무늬 이불도, 마을 사람들도 어느 하나 익숙하지 않습니다. 은새는 이 상황이 진짜인지 태하를 떠보기 시작하고, 태하는 들키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그녀가 위험해지지 않도록 움직입니다. 한쪽에서는 조직의 보스 백상길이 은새가 살아 있다는 낌새를 잡아 갑니다. 로맨스가 달아오르는 속도와 범죄 쪽 압박이 조여 오는 속도가 번갈아 붙으면서 12화가 굴러갑니다.
설정 목록만 보면 기억상실, 가짜 연인, 출생의 비밀, 조폭 출신 남자 주인공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익숙한 재료가 거의 다 들어 있습니다. 작품도 그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보다 잘 알려진 재료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승부를 건 쪽입니다.
이 작품을 끌고 가는 건 대본이 아니라 배우입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건 두 주연의 합입니다. 정해인은 조직 생활의 그늘과 시골 체육관 코치의 순한 얼굴을 한 인물 안에 겹쳐 놓고, 하영은 기억을 잃은 혼란과 검사 시절의 날 선 태도를 오가며 균형을 잡습니다. 후반부 허성태의 존재감이 특히 자주 회자되는데, 로맨스 쪽으로 기울던 무게를 한 번에 반대편으로 당겨 놓습니다.
두 번째는 마을입니다. 김영옥이 연기하는 할머니를 비롯해 체육관 관장, 무당, 이웃 아주머니들이 각자 사연을 하나씩 들고 나오는데, 이들이 주인공 둘을 감싸는 방식이 이 작품의 정서적 중심에 가깝습니다. 로맨스만 떼어 보면 평범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붙는 순간 장면의 온도가 올라갑니다. 다 보고 나서 남는 인상이 두 사람의 사랑보다 마을 쪽이라는 후기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오랜만에 정공법으로 만든 로코라는 점도 작용합니다. 노영심이 맡은 음악은 요즘 유행하는 결이 아니라 조금 옛날식 멜로 드라마 쪽에 가깝고, 화면과 대사도 그 시절 감성을 일부러 되살린 듯한 구석이 있습니다. 이 지점이 누군가에게는 촌스러움이고 누군가에게는 반가움입니다.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먼저 개연성 기대치를 조금 내려놓는 편이 편합니다. 인물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이유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구간이 있고, 특히 중반 이후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감정보다 상황이 먼저 밀어붙이는 인상이 강합니다. 개연성을 꼼꼼히 따지며 보는 편이라면 걸리는 대목이 여러 번 나옵니다.
분량도 언급됩니다. 12부작인데 회당 1시간 안팎이라 총 분량이 짧지 않고, 중반에 마을 에피소드가 이어지면서 사건 진행이 잠시 멈추는 구간이 있습니다. 8부작이었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후기가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반대로 마을 사람들 이야기를 좋아하는 쪽에게는 그 구간이 오히려 이 작품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로맨틱 코미디로만 알고 들어가면 당황할 수 있습니다. 조직 폭력이 배경이 아니라 실제 축으로 굴러가고, 은새가 겪은 일 중에는 꽤 잔인한 묘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15세 이상 관람가지만 폭력성과 약물, 대사 항목이 등급 사유에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 정해인과 하영의 합, 후반부 허성태의 존재감이 이야기의 빈틈을 메웁니다
- 엿마을 조연진이 만드는 공동체 정서가 이 작품의 진짜 중심입니다
- 전편 동시 공개라 끊기지 않고, 정주행이 잘 붙습니다
- 감정이 쌓이는 과정이 생략된 구간이 있어 개연성을 따지면 걸립니다
- 익숙한 설정을 모아 쓴 만큼 로코를 많이 본 분에게는 새로움이 적습니다
- 12부작 중 중반에 진행이 느려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12화로 끝, 다음 시즌은 예정돼 있지 않습니다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시리즈가 아니라 리미티드 시리즈로 분류해 두었습니다. 리미티드 시리즈는 애초에 한 시즌으로 이야기를 끝내는 형식이라, 12화 안에서 결말까지 마무리됩니다. 8월 10일 현재 시즌2나 스핀오프에 관한 공식 발표는 없습니다.
원작을 찾는 검색도 많은데, 동명의 웹툰이나 웹소설은 없습니다. 김장한 감독과 모지혜 작가가 함께한 창작 대본이며, 두 사람은 이전에 유 레이즈 미 업에서 한 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습니다. 김장한 감독은 그 밖에 마이 데몬을 연출했습니다. 촬영은 2025년 4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됐고, 일부 장면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찍었습니다.
새로움 대신 익숙함을 고른 작품
이 드라마는 잘 만들었는지를 따지기보다, 무엇을 노렸는지를 보는 쪽이 이해가 빠릅니다. 참신한 이야기를 내놓을 생각이 처음부터 없어 보이고, 대신 한국 로맨틱 코미디가 오랫동안 잘해 온 것들을 한자리에 모아 정성껏 재현했습니다. 그래서 로코를 오래 봐 온 사람일수록 다음 장면이 예상되고, 그만큼 감흥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그 익숙함 자체가 목적인 사람에게는 편하게 열두 시간을 채워 주는 작품이 됩니다.
정리하면, 이야기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아쉬움이 크고, 배우와 분위기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만족도가 높습니다. 본인이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보는 편인지 생각해 보고 고르면 실패할 확률이 낮습니다.
같은 장면을 보고 한쪽은 촌스럽다 하고, 한쪽은 반갑다고 합니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완성도 문제라기보다 시청자가 무엇에 익숙한지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똑같이 뻔하다고 말하면서 한쪽은 그래서 못 보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그래서 계속 보게 된다고 합니다. 같은 진단에서 반대 결론이 나온다는 건, 작품이 아니라 기준이 다르다는 뜻입니다.
근거 하나는 국내와 해외 반응의 차이입니다. 해외 드라마 커뮤니티 마이드라마리스트의 이용자 평점은 8점대에서 형성되고 있는데, 국내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의 온도는 그보다 낮습니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를 수십 편 본 시청자에게 기억상실과 가짜 연인, 출생의 비밀은 이미 소진된 카드입니다. 반면 이 장르를 접한 지 얼마 안 된 시청자에게는 같은 카드가 처음 보는 조합이 됩니다. 해외 리뷰 중에도 로코를 많이 본 사람일수록 견디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걸 보면, 국적보다 장르 경험치가 갈림길에 가깝습니다.
근거 둘은 제작진의 선택입니다. 음악과 화면, 대사 처리 모두 2010년대 지상파 로코의 문법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가져왔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기대하는 매끈함과는 결이 다르고, 실제로 촬영 퀄리티가 넷플릭스답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만 이걸 실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마을 이름부터 소품, 조연진 구성까지 그 시절 정서를 겨냥한 흔적이 일관되게 남아 있습니다.
물론 겨냥을 잘했다는 것과 잘 만들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12부작 중반의 늘어짐이나 감정선 생략은 장르 취향과 무관하게 지적받을 만한 부분이고, 8부작이었다면 훨씬 나았을 거라는 평가에는 근거가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작품은 실패한 도전작이 아니라, 목표를 낮게 잡고 그 목표를 대체로 달성한 상품입니다. 그 목표가 마음에 드는지가 시청 여부를 가릅니다.
- 정해인이나 하영의 출연작을 챙겨 보는 분
- 머리 쓰지 않고 편하게 정주행할 로코를 찾는 분
- 주인공보다 마을 사람들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분
아는 맛이라는 말은 칭찬도 되고 흠도 됩니다. 이 작품은 그 말이 어느 쪽으로 들리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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