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리틀 라이즈 리뷰 — 완벽한 삶 뒤에 숨겨진 것들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건 처음부터 알려준다. 누가 죽었는지도,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7화를 달려가는 구조다. 하지만 빅 리틀 라이즈(Big Little Lies)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살인이 아니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해변 위로 나란히 놓인 완벽한 집들, 완벽한 결혼들, 완벽한 어머니들 — 그 표면 아래 수십 년간 눌려 있던 것들이 결국 폭발하는 이야기다. HBO가 2017년 선보인 이 미니시리즈는 에미상 8개를 가져갔고, 이후 비슷한 포맷의 드라마가 쏟아지는 물꼬를 텄다.

HBO · S1~2
Big Little Lies
빅 리틀 라이즈
미국 · 스릴러·드라마 · 2017~2019 · 총 14화
장르
심리 스릴러 · 드라마
방영
HBO (S1: 2017.2 / S2: 2019.6)
편수
S1 7화 · S2 7화 (편당 약 55분)
원작
리안 모리아티 동명 소설 (2014)
S1 감독
장-마르크 발레
제작·각본
데이비드 E. 켈리
국내 시청 왓챠 웨이브
외부 평점
IMDb 8.3
RT S1 93%
Metacritic 75
연기
1
셀레스트 라이트 니콜 키드먼
전직 변호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완벽한 결혼 뒤에 남편 페리(알렉산데르 스카르스고르드)의 가정폭력을 숨기고 있다. 키드먼은 이 역할로 에미·골든글로브를 수상했다. S1 최고의 퍼포먼스.
2
매들린 맥켄지 리스 위더스푼
몬터레이의 비공식 조율자. 직설적이고 감정 표현이 과잉이지만 그 에너지가 이 드라마의 리듬을 만든다. 위더스푼이 직접 제작에도 참여했으며, 영리하고 날카로운 코미디 연기가 돋보인다.
3
제인 채프먼 셰일린 우들리
과거의 트라우마를 안고 몬터레이로 이주한 싱글맘. 세 주인공 중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인물로, 드라마의 감정적 무게를 조용히 떠받친다.
4
르나타 클라인 로라 던
커리어우먼이자 과잉보호 엄마. 모욕당하면 폭발하는 캐릭터를 로라 던이 완전히 장악한다. "나는 분노를 포기하지 않겠어" 같은 대사들이 밈이 됐을 정도. 에미상 수상.
+
메리 루이스 라이트 메릴 스트립 (S2)
S2에서 새로 등장하는 셀레스트의 시어머니. "상냥한 얼굴로 독침을 쏘는" 인물. 메릴 스트립과 니콜 키드먼의 대결 구도가 S2의 가장 큰 볼거리다.

이 드라마는 여성 배우 다섯 명이 동시에 커리어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는 기적 같은 작품이다. 그 중 누구 하나가 나머지를 압도하지 않는 앙상블의 균형이 이 드라마를 특별하게 만든다.

몬터레이에서 누군가 죽었다 — 그런데 왜, 어떻게

드라마는 살인 사건을 가운데 두고 경찰 인터뷰와 현재 시제를 교차 편집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누군가 죽었다는 걸 알지만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른다. 이 구조가 스릴러적 긴장을 만들면서도, 사건 자체보다 세 여자의 삶을 탐구하는 데 서사의 무게를 둘 수 있게 해준다.

매들린, 셀레스트, 제인은 아이들의 유치원 입학을 계기로 엮인다. 각자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매들린은 과거의 외도를, 셀레스트는 남편의 폭력을, 제인은 자신의 아이가 생겨난 경위를. 이 거짓말들이 쌓이다가 한 점에서 충돌하는 것이 S1의 구조다.

시청 체감은 장르 드라마와 가정 드라마의 중간 어딘가다. 처음 몇 화는 몬터레이 부유층 엄마들의 유치원 갈등처럼 시작하는데,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이 드라마는 웃기면서도 불편하고, 가볍게 보이면서 아주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그 이중성이 장-마르크 발레의 연출 아래 정확히 제어된다.

발레의 카메라가 만든 것들

장-마르크 발레는 핸드헬드 카메라와 자연광을 선호하는 감독이다. 그의 몬터레이는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파도가 치는 해변과 반짝이는 집들 위에 그 불안이 늘 수면처럼 깔려 있다. 편집 방식도 독특한데, 비선형 플래시백과 음악 몽타주를 자주 쓰면서도 산만하지 않다.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지 알면서도 발레의 리듬에 맡기고 싶어지는 드라마다.

사운드트랙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십 개의 기존 곡들이 드라마의 감정선을 찌르는 방식으로 배치됐는데, 이는 발레가 Dallas Buyers Club, Wild에서도 보여준 방식이다. 특정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곡들이 대사보다 더 정확하게 인물의 내면을 설명한다. 이 드라마의 OST 감각은 평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S2로 넘어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다. 감독이 안드레아 아놀드로 바뀌었는데 — 편집 과정에서 발레가 다시 개입했다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 전반적으로 스릴러의 속도감보다 가정 드라마의 호흡이 강해졌다. 기대치에 따라 S2를 실망으로 볼 수도, 다른 방향의 심화로 볼 수도 있다.

S2는 실망인가, 다른 드라마인가

S1이 "살인을 향해 달려가는 스릴러"였다면 S2는 "그 이후를 살아가는 다섯 여자의 이야기"다. 살인 사건의 진실을 공유한 다섯 명이 각자 어떻게 무너지고 버티는지를 따라간다. 메릴 스트립의 합류는 이 변화를 상징한다. 그녀가 연기하는 메리 루이스는 S2 전체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이고, 그 위협이 물리적이 아니라 심리적이라는 점이 S2의 성격을 압축한다.

다만 서사의 일부 전개가 지나치게 늘어지고, 일부 캐릭터의 결말이 성급하게 처리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S1이 단단한 완결을 이뤘기 때문에, S2는 구조적으로 이미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었다. 그것을 감안하고 보면 충분히 완성된 작품이지만, S1의 기준을 들이대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
Good
  • 여성 앙상블 드라마의 새로운 기준 — 다섯 배우 모두 커리어 피크
  • 장-마르크 발레의 연출 —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몬터레이
  • 가정폭력을 정직하고 입체적으로 다룬 서사
  • 음악 선택과 편집 리듬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감각
-
Bad
  • S2는 S1 대비 페이스가 느리고 스릴러 긴장감이 약함
  • 일부 조연 서사가 과도하게 늘어지는 구간 존재
  • S2 결말의 일부 캐릭터 처리가 성급함
  • S1이 너무 완결됐기 때문에 S2의 존재 이유 자체가 모호

단점 대부분이 S2에 집중돼 있다. S1만 놓고 보면 이 드라마는 거의 흠잡을 데가 없다.

완벽한 삶을 연기하다 지쳐버린 여자들에 대하여

빅 리틀 라이즈는 결국 수행(performance)에 대한 드라마다. 완벽한 엄마, 완벽한 아내, 완벽한 이웃으로 살아가기 위해 매일 무엇을 숨기고 무엇을 연기해야 하는지. 그 연기가 오래되면 진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셀레스트는 그 극단을 보여주고, 매들린은 그 허구를 유지하려 발버둥치며, 제인은 그 연기를 거부한 대가를 치른다. 2017년에 나와서 지금도 유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My Rating
빅 리틀 라이즈
4.6
/ 5.0
재미
4.0 S2 호흡
스토리
4.5
연기
5.0
영상미
5.0
OST
4.5
몰입도
4.5

S1만 보면 연기와 영상미 모두 5.0이 부족할 지경이다. S2를 포함한 종합이라는 걸 감안해도 이 점수는 솔직하다.

문화·사회 Analysis

가정폭력을 드라마화하는 방식의 문제와 빅 리틀 라이즈의 선택

셀레스트와 페리의 관계는 TV 드라마가 가정폭력을 다루는 방식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대부분의 픽션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는 무력하고 수동적으로 그려지거나, 반대로 단호하게 탈출하는 영웅적 존재로 단순화된다. 빅 리틀 라이즈는 그 어느 쪽도 아니다. 셀레스트는 변호사이고, 경제적으로 독립돼 있으며, 페리를 사랑한다. 그럼에도 폭력이 반복된다. 이 복잡성이 이 드라마의 핵심 사회적 성취다.

장-마르크 발레는 가정폭력 장면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명확한 원칙을 지킨다. 폭력은 절대 자극적으로 찍히지 않는다. 때로는 소리로만, 때로는 그 이전과 이후의 표정으로만 암시된다. 관객이 폭력의 스펙터클을 소비하지 않고 인물의 감정 상태 안에 머물도록 강제한다. 이 연출적 선택이 셀레스트의 치료 장면이나 혼자 있을 때의 얼굴들을 더 무겁게 만든다.

드라마가 궁극적으로 말하는 것은 '완벽한 삶'의 허구성이다. 몬터레이의 집들은 크고 밝고 바다를 향해 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둡고 작고 숨겨져 있다. 이 드라마가 흥행한 것은 그 이야기가 특수한 부유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명했기 때문이다. '사소한 거짓말들'이 쌓여 삶을 유지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이 언제 무너지는가의 이야기.

시청 주의
가정폭력 묘사 (반복적) 성폭력 묘사 성인 수위 장면
이 작품, 나한테 맞을까?
O  이런 분께 추천
  • 연기로 드라마를 보는 분 — 5명의 앙상블이 압도적
  • 스릴러보다 심리 드라마에 더 끌리는 분
  • HBO 특유의 영상 미학과 음악 감각을 좋아하는 분
  • 7~14화라는 단단한 분량의 미니시리즈를 원하는 분
X  이런 분은 패스
  • 빠른 전개와 명확한 스릴러 구조를 원하는 분
  • 가정폭력 묘사에 민감한 분
  • S2까지 기대치를 유지하고 싶은 분 (S1에서 멈추는 것도 방법)
  • 해피엔딩이 확실한 드라마를 선호하는 분
"
완벽한 삶의 표면 아래, 모두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여성 앙상블 드라마의 새 기준을 원하는 분에게 — S1은 필수
#니콜키드먼 #리스위더스푼 #에미8관왕 #HBO

사소한 거짓말들(Big Little Lies)이란 결국 살아남기 위해 우리가 자신에게, 서로에게 하는 이야기들이다. 몬터레이의 다섯 여자들이 특별한 게 아니다.

S1과 S2 중 어느 쪽이 더 좋았나요? 아니면 S1에서 끝냈어야 했다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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