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Joker, 2019) 리뷰 — 호아킨 피닉스가 아카데미를 가져간 그 영화, 볼 만할까?
영화 "조커(Joker)"는 2019년 10월 토드 필립스 감독이 만든 미국 심리 스릴러 영화입니다. DC 코믹스의 악당 조커를 모티브로 하되, DC 확장 유니버스와는 완전히 독립된 단독 작품이에요. 1981년 고담시를 배경으로, 정신 질환을 가진 광대 아서 플렉이 어떻게 '조커'가 되어가는지를 추적합니다.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에 이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음악상까지 수상하며, R등급 영화 최초로 전 세계 10억 달러를 돌파한 화제작입니다.
줄거리 — 한 남자가 괴물이 되기까지
1981년 고담시. 광대 알바를 하며 스탠드업 코미디언을 꿈꾸는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불치의 웃음 발작 증세를 지닌 정신 질환자입니다. 노모를 돌보며 빈곤하게 살아가던 그는 직장에서도, 거리에서도, 심지어 꿈꾸던 무대에서도 끊임없이 무시당하고 짓밟혀요. 하나씩 진실을 알아가면서 그를 지탱하던 마지막 것들마저 무너지고, 어느 날 자신을 폭행한 이들에게 처음으로 반격을 가합니다.
그 순간부터 아서는 달라집니다. 억눌려 있던 무언가가 해방된 것처럼, 그는 점점 '조커'라는 존재로 변해가요. 그의 변화는 고담시의 빈부격차와 사회 분노를 자극하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민중의 혁명적 에너지와 맞닿습니다. 영화는 끝까지 아서의 이야기가 현실인지 망상인지 모호하게 남겨두며,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를 가져간 이유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말 그대로 영화 한 편을 혼자 들어올렸습니다. 아서의 병적 웃음 발작, 뼈만 남은 것 같은 몸, 춤추는 몸짓, 붕괴하는 눈빛까지 — 모든 순간이 작위적이지 않고 살아있는 인간처럼 느껴져요. 특히 몸무게를 23kg 감량해 만들어낸 육체적 표현은, 아서라는 인물의 정신적 고갈을 시각적으로 완성합니다.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를 보기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음악도 작품의 핵심입니다. 첼로를 주축으로 한 음산하고 아름다운 스코어는 아서의 내면을 따라 출렁이며,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남습니다. 영상도 탁월해요. 마치 1970~80년대 뉴욕을 재현한 세트와 색감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택시 드라이버》와 《코미디의 왕》에 대한 명확한 오마주이며, 쇠락한 도시의 공기를 그대로 담아냅니다.
영화의 구성 자체도 치밀합니다. 아서의 성격이 급변하는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고 단계적으로 쌓이는 방식 덕분에, 관객은 어느 순간 이 인물에게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그게 이 영화가 일으킨 사회적 논란의 핵심이기도 해요.
아쉬운 점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립니다. 메타크리틱 점수가 59점(엇갈린 반응)에 머문 것은 이 영화가 정신 질환을 폭력의 원인으로 단순화한다거나, 사회에 소외된 남성의 분노를 로맨틱하게 묘사한다는 우려 때문이에요. 실제로 미군이 소속 부대에 상영관 인근 폭력 사태 가능성을 경고하는 공문을 돌릴 만큼, 작품 외적인 사회적 논란이 상당했습니다. 영화가 조커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만들면서 동시에 그를 미화하는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비판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합니다.
- 호아킨 피닉스의 역대급 연기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당연한 결과
-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의 아카데미 음악상 수상 스코어
- 1980년대 뉴욕을 재현한 영상미와 프로덕션 디자인
- 아서의 내면 붕괴 과정을 억지 없이 쌓아올린 탄탄한 각본
- 슈퍼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완전히 벗어난 독보적인 접근
- 정신 질환과 폭력을 단순 연결한다는 비판 — 메타크리틱 59점
- 소외된 남성의 분노를 미화한다는 우려가 있는 서사 구조
- 무거운 심리 묘사로 오락 영화 기대 시 큰 괴리감
-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DC 입문자에겐 다소 불친절
- 결말의 현실/망상 모호함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음
비슷한 작품과 비교하자면
토드 필립스 감독이 공개적으로 오마주를 인정한 마틴 스코세이지의 《택시 드라이버》(1976)와 《코미디의 왕》(1983)은 필수 비교 대상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조커에 조연으로 출연한 것도 이 연결고리를 의식한 캐스팅이에요. 빌런의 기원을 인간적으로 파고든다는 점에서 앞서 리뷰한 드라마 《한니발》과도 맥락이 닿지만, 조커 쪽이 훨씬 더 직접적으로 사회 구조를 문제로 지목합니다.
총평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사회적 논란은 작품 외적인 문제이고,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요. 단, 오락으로 즐기러 갔다가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나오는 영화라는 걸 알고 보시길 권합니다.
슈퍼히어로 시대가 만들어낸 가장 반(反)슈퍼히어로적인 영화
2019년은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극장을 지배하던 해였습니다. 슈퍼히어로 블록버스터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장악하던 시대에, 조커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달렸어요. 화려한 액션도, 세계를 구하는 영웅도, 명확한 선악 구도도 없습니다. 대신 이 영화가 내세운 것은 123분 동안 한 인간의 내면이 부서지는 과정이었습니다.
토드 필립스가 이 영화에서 가장 도발적으로 던진 질문은 이것입니다 — "괴물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아서 플렉의 인생에서 그가 스스로 선택한 잘못은 거의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뇌가 손상됐고, 어머니에게 학대받았으며, 사회 시스템에 의해 반복적으로 배제됩니다. 영화는 이 과정을 통해 고담시라는 가상의 도시를 빌려 실제 사회 구조를 겨냥합니다.
이것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이자, 동시에 중요한 이유입니다. 조커에 동정심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 관객은 영화가 실제로 하려던 말과 마주합니다 —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많은 아서 플렉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력에 관심 있는 분
- 슈퍼히어로 영화보다 심리 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을 원하는 분
- 사회 불평등과 소외를 다룬 묵직한 영화를 찾는 분
- 《택시 드라이버》 같은 70~80년대 뉴욕 영화를 좋아하는 분
- DC 코믹스 세계관과 배트맨 연계를 기대하는 분
- 오락 액션 영화로 즐기고 싶은 분
- 어둡고 무거운 심리 묘사가 불편한 분
- 폭력과 정신 질환 묘사에 민감한 분
사회가 광대를 만드는 이야기
가벼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가는 꽤 무거운 것을 들고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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