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대결 특집: 씨너스 vs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제98회 아카데미, 누가 웃나?
블루스가 악마의 음악이라고 불리던 1932년 미시시피. 라이언 쿠글러가 뱀파이어 공포물이라는 포장 안에 흑인 역사, 블루스의 탄생, 인종 억압의 상흔을 촘촘하게 압축해 넣었습니다. 로튼토마토 97%, 아카데미 역대 최다 16개 부문 후보 지명이라는 전례 없는 성과를 낸 <씨너스: 죄인들>은 2025년 가장 중요한 영화 사건이었어요.
줄거리 — 블루스가 깨운 악, 그 밤의 주크 조인트
1932년, 대공황의 그늘이 드리운 미시시피 델타. 시카고에서 갱단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마이클 B. 조던)은 목사의 아들인 젊은 사촌 새미(마일스 케이턴)와 함께 흑인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술집 '주크 조인트'를 열고자 합니다. 당시 미시시피는 짐 크로우 법이 지배하던 곳 — 흑인이 백인과 나란히 앉을 수도 없던 사회에서, 쌍둥이 형제가 만들려는 공간은 그 자체로 저항입니다.
화려한 개업 첫날 밤, 새미의 블루스 기타 소리가 공기를 가르자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아일랜드계 뱀파이어 루이스(잭 오코널)와 그 무리들이에요. 쿠글러는 뱀파이어라는 공포물 장치를 단순한 괴물 이상으로 활용합니다 — 백인 식민지 역사의 망령, 수백 년에 걸쳐 흑인의 노동과 영혼을 착취해온 시스템의 은유로서요. 블루스는 이 어둠에 맞서는 무기이자 그것을 불러들인 불꽃입니다.
영화는 일회성 호러 쾌감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이 담아낸 블루스와 아프리카 토속음악, 아일랜드 포크 사이의 숨겨진 연결고리를 탐색하며, 압도적인 IMAX 70mm 화면 안에서 1932년의 미시시피를 살아있는 공간으로 되살려냅니다. 1930년대 흑인들의 억압과 저항, 그리고 음악이라는 초월적 힘에 대한 이야기예요.
장점 — 공포와 역사와 음악이 하나로
씨너스가 특별한 이유는 장르 혼합의 밀도와 완성도입니다. 뱀파이어 공포물이 인종 역사 알레고리가 되고, 그것이 다시 흑인 음악의 기원에 대한 송가가 됩니다. 이 세 층위가 서로를 설명하며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예요. 쿠글러 감독이 나홍진 감독의 <곡성>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것처럼, 지역성과 음악이 공포와 결합하는 방식에서 깊이가 느껴집니다.
마이클 B. 조던의 1인 2역은 외모만 다른 게 아닙니다. 스모크와 스택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인물이지만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며, 조단이 그 차이를 몸짓과 말투, 눈빛 하나하나로 구분 지어냅니다. R등급 공포 영화 사상 처음으로 시네마스코어 A등급을 받은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블루스, 아프리카 전통 음악, 아일랜드 포크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음악적 구조가 영화의 주제 의식과 완벽하게 맞물립니다. 폴리마켓 오스카 음악상 예측 94%라는 숫자가 이를 대변합니다.
아쉬운 점
1막과 3막의 완성도 편차가 있습니다. 주크 조인트 설정이 무르익는 1막의 밀도와 비교하면 뱀파이어 대결 중심의 후반부는 장르 관습 쪽으로 다소 수렴하는 느낌입니다. 공포 장르에 거부감이 있는 관객에게는 진입 장벽이 되기도 하고요. 국내에서 스트리밍 서비스가 아직 확정되지 않아 접근성이 낮은 점도 아쉽습니다.
- 공포 · 역사 · 음악을 유기적으로 통합한 다층적 서사
- 마이클 B. 조던 커리어 하이 — 1인 2역의 완성도
-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이 이야기 구조 자체가 됨
- IMAX 70mm 촬영 — 2025년 가장 영화다운 화면
- 뱀파이어를 인종 억압의 은유로 활용한 독창적 접근
- 1막 대비 후반부 장르 관습화
- 공포 장르 거부감 있는 관객에게 높은 진입 장벽
- 국내 스트리밍 미정으로 접근성 낮음
- 일부 서브플롯 인물의 충분하지 않은 발전
총평
오락성과 역사적 깊이, 공포의 쾌감을 한꺼번에 달성한 2025년의 걸작. 16개 부문 후보라는 기록이 말해주는 것처럼, 영화의 거의 모든 층위가 최고 수준입니다.
- 블루스, 재즈 등 흑인 음악 역사에 관심 있는 분
- <겟 아웃>, <어스>, <블랙 팬서> 좋았던 분
- 공포와 사회 비판이 결합된 영화를 원하는 분
- IMAX 영화 경험을 극대화하고 싶은 분
- 공포·유혈 묘사를 극도로 꺼리는 분
- 직선적 서사 구조를 선호하는 분
- 뱀파이어 클리셰가 이미 식상한 분
— 악마를 깨운 음악이었다
16개 부문 후보는 과장이 아닙니다.
아카데미와는 유독 연이 없었던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부기 나이트>, <데어 윌 비 블러드>, <팬텀 스레드>… 걸작을 거듭했지만 작품상만은 손에 쥐지 못했습니다. 10번째 장편이자 첫 IMAX 영화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그 오랜 빚을 청산할 작품으로 꼽힙니다. RT 96%, 메타크리틱 95점, BAFTA 6관왕, DGA·PGA·크리틱스 초이스 작품상 — 시상식 레이스에서 이미 압도적 1강입니다.
줄거리 — 혁명이 끝난 뒤의 전투, 그리고 딸
영화는 급진적 혁명단체 '프렌치 75'의 전성기와 함께 시작합니다. 어느 날 밤의 국경 이민자 수용시설 습격, 밥(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퍼피디아(테야나 테일러)의 사랑, 그리고 숙적 록조(숀 펜)의 등장. 그리고 16년이 흐릅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버티지 못한 밥은 캘리포니아 박탄 크로스에서 스토너로 무너진 채 외동딸 윌라(체이스 인피니티)와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록조가 16년 만에 다시 나타나 윌라를 납치합니다. 밥은 딸을 찾아 뒤엉킨 과거의 한가운데로 뛰어드는데 — 이 지점부터 영화는 노골적으로 스크류볼 코미디와 스파이 스릴러, 사막 추격전, 블랙 코미디가 뒤섞인 광란의 어드벤처가 됩니다.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동시대 미국의 문화 전쟁과 정치적 분열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PTA 특유의 진지함과 엉뚱함이 공존하는 톤은 이 영화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스탠리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와 유사하다"며 극찬한 것처럼, 터무니없는 상황이지만 현실과 너무 닮아 관객이 긴장 속에서 웃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이 불안한 웃음을 내내 뒷받침합니다.
장점 — PTA 필모그래피의 새로운 경지
PTA의 전작들이 '오락성을 희생한 예술'이라는 평을 받아왔다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그 공식을 깨뜨립니다. 시네마스코어 A등급은 일반 관객도 체감하는 오락성이 있다는 증거고, RT 96%와 메타크리틱 95점은 비평적 성취가 그것과 공존한다는 증거예요. 가장 접근하기 쉬운 PTA 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장 야심 찬 PTA 영화라는 평가가 정확합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이 영화가 요구하는 복잡한 감정 — 이상을 잃은 남자의 자기 혐오, 딸을 향한 사랑, 그리고 예상치 못한 코미디 타이밍 — 을 동시에 소화합니다. 숀 펜의 록조는 악당을 희화화하면서도 공포스럽게 만드는, 어려운 균형을 완벽하게 유지합니다.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이유가 있어요.
주제적으로도 풍부합니다. 이민자 탄압, 반문화 운동의 좌절,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의 위선 — 2025년 미국의 현실과 너무 정확히 맞닿아 있어 아카데미 회원들의 강한 지지를 이끌어냈다는 분석입니다.
아쉬운 점
핀천 원작의 암호 같은 대사와 빽빽한 정치적 은유, 예측 불가능한 장면 전환은 이 영화를 161분 내내 집중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일부 관객에게는 혼란스럽고 난해한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퍼피디아와 윌라 등 여성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덜 개발되었다는 비판도 유효합니다. PTA 입문 영화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어요.
- 오락성과 비평적 성취의 극단적 공존 — PTA 역대 최고의 균형
- 디카프리오의 커리어 하이 — 코미디와 비극의 동시 구현
- 숀 펜의 괴물 같은 빌런 연기
- 조니 그린우드의 신경을 자극하는 불안한 스코어
- 2025년 미국 정치 현실을 가장 정확히 포착한 영화
- 암호 같은 대사와 난해한 편집 — 진입 장벽 높음
- 여성 캐릭터의 상대적으로 얕은 개발
- 161분 러닝타임의 밀도 — 집중력 요구가 높음
- PTA 비입문자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음
총평
PTA 10번째 영화, 아카데미와의 20년 숙제를 풀 작품. 오락성·주제성·연기 모두 최고 수준이며, 시상식 레이스 결과가 이미 그 평가를 선반영하고 있습니다.
- PTA 팬 — 이번이 가장 입문하기 쉽고 두루 걸출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부기 나이트 좋았던 분
- 디카프리오의 가장 복잡한 연기를 원하는 분
- 블랙 코미디로 현대 정치를 씹고 싶은 분
- PTA의 난해함이 이미 피로하신 분
- 161분 이상 긴 러닝타임이 부담스러운 분
- 직선적·빠른 전개를 원하는 분
— PTA도, 디카프리오도, 그리고 아카데미도
가장 재밌고, 가장 시의적절한, 가장 압도적인 PTA.
두 블록버스터의 공존 — 아카데미는 왜 이 두 작품에 열광했나
두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워너 브라더스 배급이고, 모두 2025년 미국 사회의 균열을 정면으로 다루며, 모두 최고 수준의 음악 스코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영화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같은 미국을 응시합니다. <씨너스>는 1932년의 흑인 미시시피를 통해 인종 억압의 역사를 직시하고, <원 배틀>은 현대 가상 미국의 문화 전쟁을 스크류볼 코미디로 해체합니다. 모두 "지금 미국에 필요한 영화"라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시상식 레이스만 놓으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의 압도적 우위입니다. 크리틱스 초이스, 골든 글로브, BAFTA, DGA, PGA — 아카데미 작품상 예측의 5대 선행 지표를 모두 쓸어담았어요. 반면 <씨너스>는 역대 최다 16개 후보 지명과 SAG 앙상블상이라는 반격 카드를 들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회원 투표는 1인 1표가 아닌 선호 투표제(Preferential Ballot)로 진행됩니다 — 가장 많은 투표지에서 2순위, 3순위로 올라오는 작품이 유리한 구조이므로, 광범위한 팬덤을 가진 <씨너스>의 역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대결은 시상식 레이스의 관성(원 배틀)과 아카데미 역사의 상징성(씨너스)의 충돌입니다. 어느 쪽이 트로피를 가져가든, 2025년은 할리우드 최고의 빈티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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