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의 봄 리뷰 — 케이팝 스타의 대학 재기, 김순옥 필명 청춘물은 어땠나
2025년 5월, SBS가 수요 드라마 편성을 신설하며 내놓은 첫 작품이 사계의 봄이다. 케이팝 스타가 팀에서 퇴출당한 뒤 처음으로 대학에 발을 들이고, 그곳에서 운명의 음악 파트너를 만난다는 설정. 하유준·박지후·이승협의 신선한 캐스팅이 기대를 모았고 넷플릭스를 통해 187개국에 동시 선판매됐다. 그러나 방영 후 국내 시청률은 대부분 0%대에 머물렀고, 종영 후 작가가 김순옥의 필명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화제가 됐다. 정작 드라마 본연의 이야기는 그 논란보다 훨씬 따뜻하고 단단했다.
케이팝 스타, 처음으로 대학에 가다 — 줄거리
5년간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 없는 케이팝 밴드 '더 크라운'의 리더 사계. 어느 날 만취 상태에서 기획사 대표 조상헌에게 6년 전 뺑소니 사건을 언급하며 대든 것이 화근이 돼, 하루아침에 팀에서 퇴출당한다. 데뷔 전부터 연습생 생활을 해온 탓에 대학은 한 번도 밟아본 적이 없다. 재기를 위해 처음으로 대학에 발을 들인 사계는 실용음악과의 김봄, 밴드부의 서태양을 만나고, 함께 '투사계(2+사계)'라는 밴드를 결성하며 새 출발을 시작한다.
드라마는 두 개의 층위로 흐른다. 하나는 사계와 김봄의 로맨스, 투사계 밴드원들의 청춘 성장기. 다른 하나는 조상헌과 서민철이 은폐해온 6년 전 뺑소니 사건 — 피해자가 바로 김봄 어머니였다는 것. 표면은 달달한 캠퍼스 로맨스지만, 그 아래에는 비밀과 복수의 서사가 조용히 쌓인다.
사계는 결국 자신의 각막 공여자가 김봄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숨겨진 병원 기록을 찾아내며 빌런들을 향한 반격에 나선다. 최종화에서 죄를 진 이들은 모두 법의 심판을 받고, 투사계는 해체 위기를 넘겨 무대 위에 다시 선다.
청량하고 따뜻했다 — 장점
세 주인공의 케미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하유준은 거칠고 제멋대로인 스타에서 진심 어린 청년으로 변해 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박지후는 야망과 상처를 동시에 품은 김봄을 단단하게 잡아냈다. 이승협은 실제 뮤지션 출신답게 서태양의 음악 장면을 뮤지션으로서 생생하게 표현하며, 선재 업고 튀어 이후 굳어진 신뢰를 다시 확인시켜줬다.
음악 드라마답게 OST 활용이 돋보인다. 투사계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장면들은 인위적인 분위기 없이 자연스럽고, 극 중 창작곡들의 완성도도 수작 이상이다. 특히 이승협이 직접 참여한 곡들이 극의 감정 변곡점마다 제 역할을 해낸다. 빌런 서사도 단순한 악역 퇴치물로 끝나지 않고 뺑소니 피해와 은폐라는 현실 소재를 심어 무게를 더했다.
10화 완결이라는 짧은 분량 덕에 전개가 지루하게 늘어지지 않는다. 매 화마다 로맨스와 서스펜스를 교차시키는 구성이 몰입감을 유지시키고, 캠퍼스 배경의 밝은 비주얼이 전체 톤을 균형 있게 잡아 준다.
아쉬운 점
케이팝 산업 묘사가 관념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실제 아이돌 연습생 생활이나 기획사 내부 구조, 팬덤 문화가 구체적이거나 핍진하게 그려지지 않아, 케이팝을 아는 시청자에게는 배경 설정이 설정 이상으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큼직큼직한' 사건 전개 방식은 초반 섬세한 로맨스 웹툰 분위기를 기대한 시청자에게 이질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국내 시청률이 0%대에 머물렀다는 사실 자체도, 수요 신설 편성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지표다.
- 하유준·박지후·이승협 세 주인공의 자연스러운 케미
- 이승협 실력 발휘가 빛나는 라이브 음악 장면
- 10화 완결의 군더더기 없는 전개 리듬
- 로맨스와 빌런 서사를 교차시키는 균형 잡힌 구성
- 해외 시청자를 겨냥한 밝고 청량한 비주얼톤
- 케이팝 산업 묘사의 피상성 — 현장감 부재
- 초반 기대 분위기(섬세한 웹툰풍)와 실제 전개 사이의 온도차
- 국내 시청률 부진 — 0%대 대부분 유지
- 빌런 서사의 도식적 전개 (김순옥 식 패턴)
총평
시청률 수치가 전부는 아니다. 사계의 봄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뜨겁게 사랑받은 드라마이고, 캐스팅과 음악만으로 볼 가치를 충분히 증명한다. 작가 논란이나 시청률 숫자를 걷어내고 나면, 청춘과 음악에 관한 10화짜리 따뜻한 이야기가 남는다.
- 하유준·박지후·이승협 팬, 또는 입문하려는 분
- 캠퍼스 청춘 로맨스 + 음악 드라마 조합을 좋아하는 분
- 10화 안에 깔끔하게 끝나는 단편 정주행을 원하는 분
- 국내보다 해외 시청자 시각으로 K드라마를 보는 분
- 케이팝 산업의 현실적 묘사를 기대하는 분
- 치밀하고 정교한 서사 구성을 원하는 분
- 김순옥 작가 특유의 전개 방식이 맞지 않는 분
- 시청률 같은 '공인된 흥행 지표'로 드라마를 고르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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