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중적진천천(传闻中的陈芊芊) 후기 — 내가 쓴 대본 속 사망 캐릭터가 되었다
당신이 쓴 대본 속 캐릭터가 된다면, 그것도 3화에 독살당하는 악녀 조연이라면? 전문중적진천천은 이 황당한 전제 하나로 24회를 끌고 간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24회가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다. 저예산 웹드라마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이자, 조로사와 정우혜라는 이름을 중화권에 각인시킨 출발점.
이 시절의 조로사에게는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매력이 있다. 연기의 깊이보다 캐릭터와의 체질적 합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캐스팅의 승리.
3화에 죽을 운명을 바꿔라
무명 드라마 작가 샤오첸은 자신이 쓰던 사극 대본을 수정하다 잠이 든 뒤, 그 대본 속 세계로 빙의한다. 문제는 그녀가 된 캐릭터가 여주인공이 아니라 3화에 남주 한삭에게 독살당하는 악녀 조연 '진천천'이라는 것. 모계사회인 화원성의 3공주로서 오만하고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로 설정된 인물이다.
샤오첸은 생존을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세운다. 하나는 원작의 진짜 여주인공 진초초와 남주 한삭을 최대한 빨리 이어주는 것, 다른 하나는 한삭에게 최대한 멀리 떨어져 독살 플래그를 피하는 것. 그러나 줄거리는 작가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피할수록 얽히고, 도망칠수록 가까워지며, 어느새 샤오첸은 자기가 만든 캐릭터의 운명을 넘어서 진짜 감정을 품게 된다.
세계관 자체가 웃기다. 여성이 관직을 독점하고 남성이 시집을 가며, 남자가 밤에 나다니면 위험하다고 걱정하는 모계사회. 이 전도된 세계를 현대인의 시선으로 관찰하는 샤오첸의 리액션이 끊임없는 웃음을 만든다.
매력으로 밀어붙이는 힘
전문중적진천천의 핵심 경쟁력은 단 하나, 재미다. 24회 내내 유지되는 코미디의 밀도가 이 작품의 존재 이유이자, 조로사라는 배우의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무대이기도 하다. 진천천/샤오첸의 이중 연기는 고장극의 정석적 대사를 치면서도 속으로는 현대적 투덜거림을 하는 이중 구조인데, 조로사의 표정 연기와 코미디 타이밍이 이 구조를 살린다.
정우혜의 한삭 역시 이 드라마의 인기 비결 중 하나다. 차갑고 유능한 남주가 사랑에 빠진 후 순정남으로 변하는 과정은 클리셰 그 자체이지만, 정우혜의 외모와 분위기가 이 전환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방영 당시 '5월의 남친'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모계사회라는 설정도 단순한 개그 장치 이상의 효과가 있다. 현실의 성차별 구조를 뒤집어 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젠더 이슈를 환기하는데, 이것이 무겁지 않고 유머러스하게 처리된 점이 중국 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다만 이 가벼움이 때로는 한계가 된다.
예산과 서사, 두 개의 천장
저예산 웹드라마의 한계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의상과 세트가 반복적이고, 같은 장소에서 다른 각도로 촬영한 장면이 눈에 띈다. 고장극의 시각적 화려함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다만 이 작품의 매력이 영상미가 아닌 캐릭터와 대화에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되지는 않는다.
서사적으로는 후반부에서 톤이 급격히 바뀌는 점이 아쉽다. 중반까지의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가 후반에 접어들며 비극적 갈등과 이별, 생사의 위기로 전환되는데, 이 전환의 폭이 넓어서 같은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느낌이 약해지는 구간이 있다. 또한 소위 '각성' 이후의 진천천이 이전의 유쾌한 모습을 잃고 전형적인 비극 여주가 되는 점도, 전반부의 매력에 비추면 아쉬운 선택이다.
- 24회 내내 유지되는 높은 밀도의 코미디
- 조로사의 캐릭터 체질적 합, 에너지 넘치는 연기
- 모계사회 설정을 통한 유머러스한 젠더 전복
- 빠른 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24회 분량
- 저예산이 드러나는 반복적 의상과 세트
- 후반부 톤 전환의 급격함, 코미디에서 비극으로의 낙차
- 조연 캐릭터들의 얕은 동기 부여
- 모계사회 설정의 심화가 부족한 채 개그 장치에 머무는 아쉬움
점수로 환산하면 낮은 곳도 있지만,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웃는 시간의 총량은 어떤 대작 못지않았다. 그게 이 작품의 가치다.
작은 드라마의 큰 유산
전문중적진천천은 대작이 아니다. 프로덕션의 스케일도, 서사의 깊이도, 연기의 층위도 블록버스터급 고장극과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만들어낸 파급력은 대작 못지않다. 조로사를 스타로 만들었고, 정우혜에게 '5월의 남친'이라는 타이틀을 선물했으며, '대본 속으로 빙의'라는 장치를 중드 장르의 단골 설정으로 자리 잡게 했다. 서권일몽이 이 작품 없이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끝나지만, 끝난 뒤에는 이상하게 다시 생각나는 종류의 작품이다.
재미 4.5와 영상미 3.0의 편차가 이 작품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눈이 아니라 기분으로 보는 드라마.
- 가벼운 코미디 로맨스로 기분 전환이 필요한 분
- 빙의물, 대본 속 세계 설정에 흥미가 있는 분
- 조로사의 초기작이 궁금한 분
- 부담 없는 24회 분량의 중드 입문작을 찾는 분
- 고장극의 화려한 영상미와 스케일을 기대하는 분
- 일관된 톤 유지를 중시하는 분
- 서사의 깊이와 정치적 복잡성을 원하는 분
- 유치한 코미디에 거부감이 있는 분
전문중적진천천은 예산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매력으로 만드는 드라마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증명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이 장르의 원점으로 돌아올 때 반드시 거치는 작품.
만약 당신이 쓴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면, 어떤 캐릭터로 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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