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갈 하이 시즌2 후기 — 시즌1을 넘은 완벽한 진화
시즌1에서 코미카도 켄스케는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그런데 시즌2 1화에서 그가 진다. 그것도 처참하게. 리갈 하이 시즌2는 전작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안전한 속편이 아니다. 시즌1이 법정 코미디의 문법을 만들었다면, 시즌2는 그 문법 위에 장편 서사와 사회 비평의 무게를 올려 완전히 다른 체급의 드라마로 진화한다. 한자와 나오키 직후에 방영되어 초회 시청률 21.2%를 기록한 것은 타이밍의 행운이었지만, 그 시청률을 끝까지 지켜 낸 것은 순전히 작품의 힘이다.
오카다 마사키의 하뉴를 알고 나서 시즌2를 다시 보면, 1화부터 모든 미소의 의미가 달라진다. 재관람 권장 배지를 붙인 이유다.
패배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게임 — 사형수와 이상주의자
시즌2는 두 개의 축으로 돌아간다. 하나는 에피소드마다 새로운 사건을 처리하는 시즌1의 공식이고, 다른 하나는 안도 키와의 사형 선고에 대한 항소 변론이라는 시즌 관통 서사다. 코미카도는 1화에서 하뉴에게 안도 키와 사건의 첫 승부를 빼앗기며 시리즈 최초의 패배를 겪는다. 이 패배가 시즌 전체의 모터가 된다.
하뉴 하루키는 시즌1에 없던 유형의 적수다. 미키 보스가 코미카도에게 힘으로 덤비는 라이벌이었다면, 하뉴는 코미카도의 냉소에 미소로 대응하는 또 다른 종류의 괴물이다.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 양쪽을 화해시키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 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 인물이기에, 코미카도의 '이기면 그만'이라는 철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에피소드별 사건도 시즌1보다 사회적 무게가 올라갔다. 아이돌 스캔들과 여론 재판, 파워 하라스먼트, 세계 자연유산 분쟁, IT 기업가의 명예훼손 소송 등 매 화가 일본 사회의 실제 이슈를 직접 겨냥한다. 시즌1이 법정 안의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법정 밖의 여론과 미디어가 법정 안에 개입하는 이야기다.
시즌1의 약점을 정확히 보완한 진화형 각본
시즌1 리뷰에서 지적한 '종횡 서사 부재'와 '에피소드 무게 편차' — 시즌2는 이 두 약점을 정확히 짚어 고쳤다. 안도 키와 사건이 시즌 관통 서사로 깔리면서 에피소드별 사건이 끝나도 긴장이 풀리지 않고, 개별 에피소드의 밀도도 시즌1 대비 눈에 띄게 균일해졌다. 특히 7화의 애니메이션 감독 파워하라 재판은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각본 밀도가 가장 높은 에피소드 중 하나다.
코사와 료타의 가장 영리한 선택은 코미카도에게 패배를 준 것이다. 시즌1에서 불패였던 코미카도가 지는 모습은 캐릭터에 균열을 내고, 그 균열 사이로 시즌1에서는 보이지 않던 감정이 새어 나온다. 사카이 마사토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법정에서의 기관총 독설은 여전하지만, 안도 키와 사건 앞에서 보여 주는 집요한 집중은 시즌1의 유쾌한 코미카도와는 확연히 다른 결이다.
캐스팅 보강도 정확했다. 오카다 마사키의 하뉴는 코미카도와 같은 에너지로 맞붙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파장으로 대응하기에, 나마세 카츠히사의 미키 보스가 주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쿠로키 하루의 혼다 역시 짧지만 인상적이다. 다만 시즌2도 완벽하지는 않다.
지상파의 그릇에 담기엔 아쉬운 야심
시즌2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시즌1과 동일하다 — 2013년 지상파 드라마의 영상 수준. 안도 키와 사건의 무게나 7화의 애니메이션 감독 파워하라 같은 사안의 깊이에 비해, 화면이 받쳐 주는 비주얼 임팩트는 여전히 부족하다. 넷플릭스나 HBO 시대의 프로덕션 수준에 익숙한 시청자라면 이 부분에서 갈증을 느낄 수 있다.
또한 10화 완결이라는 분량 제약 안에서 관통 서사와 에피소드별 사건을 모두 소화하려다 보니, 최종 2화에서 상당히 빠른 속도로 모든 떡밥을 수거해야 한다. 결말 자체는 만족스럽지만, 하뉴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과정이 1~2화 정도 더 여유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 관통 서사 추가로 시즌1의 구조적 약점을 정확히 보완 — 에피소드식과 장편 서사의 이상적 결합
- 오카다 마사키의 하뉴 하루키 — 미소 뒤의 의도를 끝까지 숨기는, 코미카도와 다른 체급의 라이벌
- 코미카도의 첫 패배가 만드는 캐릭터의 깊이 — 시즌1에 없던 감정의 결이 열린다
- 사회 풍자의 스케일 업 — 아이돌 스캔들, 파워하라, 사형제 논쟁까지 현실을 직접 겨냥
- 2013년 지상파 영상 수준은 여전 — 사건의 무게에 비해 비주얼 임팩트 부족
- 10화 분량 제약으로 최종 2화의 떡밥 수거 속도가 다소 급함
- 하뉴의 정체 공개 이후 나머지 캐릭터들의 반응이 약간 도식적
- 시즌1을 보지 않으면 코미카도·마유즈미·미키의 관계성에서 재미가 반감
시즌1 리뷰에서 '시즌2까지 보면 코사와 료타의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썼는데, 약속을 지킨 각본가다.
속편이 전작을 넘은 드문 사례 — 법정 코미디의 완성형
리갈 하이 시즌2는 시즌1이 깔아 놓은 문법 위에 장편 서사의 긴장과 사회 비평의 깊이를 더해, 속편이 전작을 확실히 넘어선 드문 사례다. 드라마 아카데미상 6개 부문 수상은 과장이 아니다. 코미카도의 독설은 여전히 중독적이고, 하뉴라는 새 축이 더해져 캐릭터 역학이 시즌1보다 훨씬 풍부해졌다. 영상미의 아쉬움은 시즌1과 마찬가지로 존재하지만, 이 드라마가 말과 논리의 힘으로 싸운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일드 법정 코미디의 완성형이다.
시즌1에 4.2를 주고 시즌2에 4.4를 준 건, 0.2점 차이가 아니라 체급이 다르다는 뜻이다.
여론 재판과 다수결 정의에 대한 가장 유쾌한 반격
리갈 하이 시즌2의 사회 비평은 시즌1보다 한 층위 더 깊다. 시즌1이 '정의와 법의 괴리'를 에피소드 단위로 보여 줬다면, 시즌2는 다수의 정의가 곧 정의인가라는 질문을 시즌 전체에 걸쳐 풀어 놓는다. 안도 키와 사건에서 여론은 그녀가 유죄라고 확신하고, 무죄를 주장하는 코미카도는 국민의 적이 된다.
코사와 료타는 이 구조를 통해 일본 사회의 '공기를 읽는 문화'(空気を読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7화의 파워하라 재판에서 코미카도는 천재 감독의 행위가 파워하라인지 창작의 고통인지를 묻고, 관객은 어느 쪽에도 확신 있게 서지 못한다. 8화의 세계 자연유산 분쟁에서는 환경 보호라는 '틀린 수 없는 명분' 뒤에 숨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폭로한다. 매 화 관객이 '당연히 옳다'고 느꼈던 쪽이 뒤집어지는 경험이 반복된다.
하뉴 하루키라는 캐릭터는 이 비평의 완성 장치다. 양측을 화해시키겠다는 그의 이상은 얼핏 코미카도보다 도덕적으로 보이지만, 최종적으로 그것이 진정한 화해인가 아니면 갈등을 봉합해 버리는 폭력인가라는 물음으로 귀결된다. 시즌2는 법정 코미디의 형식으로 여론 민주주의의 맹점을 찌르는, 2013년 일본 지상파가 낼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사회 비평이었다.
- 시즌1을 재밌게 봤고 더 깊은 서사를 원하는 분
- 속편이 전작을 넘는 드문 경험을 하고 싶은 분
- 사회 풍자와 코미디가 양립하는 드라마를 찾는 분
- 반전 캐릭터와 관통 서사에서 오는 긴장감을 즐기는 분
- 시즌1을 보지 않은 분 (캐릭터 역학 이해 필수)
- 2010년대 초반 일본 지상파 화질이 못 참겠는 분
- 로맨스 라인이 빠지면 동력이 사라지는 분
- 법정 장면의 긴 대사와 빠른 전개가 피로한 분
시즌1 리뷰를 쓸 때 연관 작품에 시즌2를 넣으면서 '더 치밀해진 서사'라고 썼다. 그건 예고가 아니라 경고였어야 했다.
하뉴의 정체를 알고 나서 어떤 장면이 가장 다르게 보였나요? 저는 1화의 법정 장면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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