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후기 — 부부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드 걸작

최고의 이혼 포스터

결혼의 반대말은 이혼이 아니라 결혼 그 자체라는 것을, 이 드라마는 11화에 걸쳐 증명한다. 사카모토 유지가 2013년 겨울에 던진 질문은 단순했다. 부부란 무엇인가. 그 단순한 질문 하나가 매 화 끝날 때마다 더 복잡해지는 경험이, 바로 이 작품이 10년 넘게 회자되는 이유다.

후지TV 목요극장
SAIKOU NO RIKON
최고의 이혼
最高の離婚 · 2013
재관람 권장
장르
로맨스 · 코미디 · 가족
방영
2013.01 ~ 03 · 후지TV
편수
11화 + 스페셜 1화 (2014)
각본
사카모토 유지
주연
에이타 · 오노 마치코 · 마키 요코 · 아야노 고
연출
미야모토 리에코 · 나미키 미치코
국내 시청 TVING 왓챠
외부 평점
IMDb 7.6
MDL 7.8
AsianWiki 95 소수 의견
연기
1
하마사키 미츠오 나가야마 에이타
자판기 설치회사 영업사원. 깔끔하고 신경질적이며 이름을 '하마자키'로 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아내 유카의 대범함을 견디지 못하면서도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입은 거칠지만 마음은 어설픈 남자. 드라마 아카데미상 주연남우상 수상.
2
하마사키 유카 오노 마치코
미츠오의 아내이자 시댁 세탁소 운영자. 본인 말로는 대범하지만 미츠오 눈에는 그저 덜렁대는 사람. 이혼신고서를 반쯤 강제로 제출한 장본인. 드라마 아카데미상 조연여우상, 방송문화기금상 연기상 수상.
3
우에하라 아카리 마키 요코
아로마 마사지숍 원장이자 미츠오의 대학시절 전 여자친구. 남편 료의 바람을 감지하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 버티는 강인한 여성. 감정이 폭발할 때 불쑥 튀어나오는 아오모리 사투리가 인상적이다.
4
우에하라 료 아야노 고
아카리의 남편. 미소가 매력적이고 외견상 상냥하지만, 혼인신고서를 들고 다니면서도 끝내 제출하지 못하는 남자. 자유로움과 무책임 사이 어딘가를 부유하며 아카리를 지치게 만든다. 하시다상 신인상 수상.

에이타와 오노 마치코가 부딪히는 장면마다, 이 두 사람은 진짜 지금 싸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호흡이 촘촘하다. 거기에 아야노 고의 알 수 없는 미소가 끼면, 보는 사람의 혈압까지 함께 오른다.

동일본 대지진이 맺어준 인연, 과자 한 봉지가 끊어놓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교통이 끊긴 도쿄 거리에서 우연히 나란히 걸어가게 된 미츠오와 유카는 그 우연 하나로 결혼까지 갔다. 하지만 결혼 2년차, 깔끔한 미츠오는 덜렁대는 유카의 모든 것이 신경 쓰이고, 유카는 잔소리꾼 남편에게 지쳐간다. 미츠오가 아끼던 과자를 유카의 친구들이 먹어치운 날, 충동적으로 다운로드한 이혼신고서가 결국 접수되고 만다.

이혼한 두 사람은 사정상 같은 집에서 계속 살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미츠오는 대학 시절 전 여자친구 아카리와 재회한다. 아카리의 남편 료는 혼인신고조차 안 한 채 밖을 떠돌고, 네 사람의 관계는 점점 꼬여간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누구에게 상처를 주는지, 당사자들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각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거운 소재인데 무겁지 않다. 사카모토 유지의 대사는 날카롭지만 유머러스하고, 캐릭터들은 처절하면서도 우스꽝스럽다. 미츠오가 치과에서, 유카가 소바집에서, 아카리가 사우나에서 각자 제삼자에게 속마음을 쏟아내는 구조 덕분에, 시청자는 네 사람 모두의 속사정을 알면서도 결국 누구 편도 들 수 없게 된다.

대사 한 줄이 장면 열 개를 이기는 각본의 힘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는 의심의 여지 없이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이다. 결혼은 고문이라는 미츠오의 푸념부터, 아내란 결국 귀신 같은 아내가 되든지 우는 아내가 되든지 둘 중 하나라는 유카의 일갈까지, 매 화 쏟아지는 대사들이 SNS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던 이유가 있다. 이 대사들은 그냥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과 처지가 완벽하게 반영된 '그 인물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연기진의 완성도도 압도적이다. 에이타는 편집증적으로 꼼꼼한 미츠오를 연기하면서도 그 안에 부러질 듯한 외로움을 심어넣었고, 오노 마치코는 유카의 거침없는 에너지로 매 장면의 리듬을 주도한다. 마키 요코는 참고 참다 아오모리 사투리로 감정이 터져나오는 순간에서 절정의 연기를 보여주며, 아야노 고는 웃으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로 료를 완성했다. 브레이크 직전이던 쿠보타 마사타카가 맡은 조연 준노스케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세가와 에이시가 파리 뮤지션들과 작업한 극중 음악은 기타, 바이올린, 아코디언이 주축인 프렌치 재즈 스타일로, 나카메구로의 골목을 걷는 듯한 세련된 공기를 만들어낸다. 쿠와타 케이스케의 주제가 'Yin Yang'에 맞춰 네 주연이 매회 조금씩 다른 안무를 추는 엔딩 크레딧은, 그 자체로 이 드라마의 톤을 대표하는 명장면이다. 다만 이 모든 매력에도 불구하고, 11화라는 분량이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이혼 등장 배우들

좀 더 빨리 끝내줄 수는 없었을까

중반부 이후 네 사람의 관계가 뒤엉키는 과정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는 구간이 있다. 화해했다 싶으면 오해가 생기고, 풀렸다 싶으면 새로운 갈등이 터지는 구조가 7~9화쯤에 다소 늘어진다. 사카모토 유지 특유의 대사력이 매회 살려주긴 하지만, 9~10화 정도로 정리되었다면 밀도가 더 높았을 것이다.

영상 연출은 안정적이나 특별히 눈에 띄는 화면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이 드라마의 비주얼적 매력은 나카메구로라는 배경의 분위기에 기대는 부분이 크고, 카메라 자체가 기여하는 몫은 크지 않다. 2014년 스페셜의 경우, 본편의 마무리를 보충하기보다 새로운 갈등을 추가해 오히려 여운을 흐리는 면이 있어 호불호가 갈린다.

+
Good
  • 매 화 SNS를 달궜던 사카모토 유지의 촌철살인 대사. 결혼과 이혼에 대한 통찰이 대사 한 줄에 압축된다
  • 에이타-오노 마치코 콤비의 폭발적 케미. 싸우면서도 웃기고, 웃기면서도 슬프다
  • 네 명 모두 선인도 악인도 아닌, 현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 조형
  • 나카메구로 배경 + 프렌치 재즈 OST + 매회 변하는 엔딩 안무의 감각적 조합
-
Bad
  • 7~9화 구간에서 화해와 갈등의 반복 패턴이 느껴지며 중반부가 다소 늘어진다
  • 연출이 안정적이지만 시각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많지 않다
  • 2014 스페셜이 본편의 여운을 보충하기보다 오히려 흐리는 측면이 있다

단점을 쓰면서도 계속 대사가 떠오른다. 아쉬운 점을 알면서도 이 작품 생각이 나는 것 자체가, 각본의 힘이 얼마나 압도적인지를 증명하는 셈이다.

10년이 지나도 회자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결혼 드라마는 수없이 많지만, 결혼한 사람이 봐도 고개를 끄덕이고 미혼인 사람이 봐도 공감하는 작품은 드물다. 이 드라마가 그 드문 경우에 해당하는 이유는, 결혼을 미화하지도 비하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결혼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고, 그냥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일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에 11화를 들여 도착한다. 그런데 그 '당연한 결론'이 이렇게까지 가슴에 와닿은 적은 없었다.

My Rating
최고의 이혼
4.3
/ 5.0
재미
4.5
스토리
4.3
연기
4.5
영상미
3.8
OST
4.3
몰입도
4.5

영상미 점수를 낮게 줬는데, 보고 난 뒤에 기억나는 건 결국 화면이 아니라 대사다. 그리고 그게 오히려 이 드라마의 개성이라는 걸 안다.

서사 구조 Analysis

독백의 구조 — 네 개의 고해소가 만드는 다성(多聲)의 드라마

이 드라마의 서사적 특이점은, 네 명의 주인공이 각자의 '고해소'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츠오는 치과의 진료 의자에서, 유카는 동네 소바집에서, 아카리는 사우나에서, 료는 공원 벤치에서 각각 제삼자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풀어놓는다. 이 독백들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부부끼리 대화할 때는 절대 꺼내지 못하는 진심을, 시청자만이 모두 알게 되는 구조다.

사카모토 유지는 이 장치를 통해 소통의 실패가 곧 부부의 조건이라는 역설을 구현한다. 미츠오가 치과의사에게 하는 말과 유카에게 하는 말은 다르다. 유카가 소바집 아줌마에게 하는 말과 미츠오에게 하는 말도 다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솔직하지 못하고, 가장 먼 타인에게 가장 본심을 드러낸다. 네 명의 독백이 교차할 때, 시청자는 모든 진실을 알면서도 어느 한 쪽의 편을 들 수 없는 위치에 놓인다.

이것이 사카모토 유지가 후기작 카르텟(2017)에서도 반복하는 핵심 문법이다. 네 명이 서로에게 숨기는 것을 관객만 아는 구조. 하지만 카르텟이 비밀을 축으로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다면, 이 작품은 비밀이 아니라 감정의 낙차 자체를 드라마로 만들어냈다. 거짓말이 아니라,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쌓여서 부서지는 관계. 그것이 이 작품이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는 지점이다.

이 작품, 나한테 맞을까?
O  이런 분께 추천
  • 대사 중심 드라마를 좋아하고, 명대사를 메모하며 보는 타입
  • 결혼생활의 현실적인 민낯을 유머와 함께 보고 싶은 분
  • 에이타-오노 마치코-마키 요코-아야노 고 연기를 좋아하는 분
  • 사카모토 유지 각본 세계관에 입문하고 싶은 분
X  이런 분은 패스
  • 사건 전개가 빠르고 서사적 반전이 강한 드라마를 원하는 분
  • 주인공의 답답한 행동에 쉽게 짜증나는 성격이라면 스트레스 받을 수 있음
  • 로맨스에서 달달한 순간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쓴맛이 많다
  • 일본어 대사의 뉘앙스를 자막으로 100% 전달받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
결혼이 고문이라고? 아니, 결혼은 먹이사슬이야.
부부란 무엇인지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있는 모든 사람에게
사카모토 유지 명대사 폭격 이혼 후 동거 나카메구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하지 못하는 말이 있다. 이 드라마는 그 말을 대신 해주지도, 대신 삼켜주지도 않는다. 다만 그 침묵이 얼마나 시끄러운지를 들려줄 뿐이다.

여러분의 고해소는 어디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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