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퀄라이저 후기 — 퀸 라티파 미드 시즌1~5 통합, 최고의 시즌은?
덴젤 워싱턴의 그 묵직한 응징자를 떠올리고 채널을 맞췄다면, 첫 회에서 약간 당황할지도 모른다. CBS의 이퀄라이저(2021)는 그 프랜차이즈의 이름을 빌렸지만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다. 전직 CIA 요원이자 십대 딸을 둔 싱글맘, 퀸 라티파가 연기하는 로빈 맥콜이 뉴욕의 약자들을 대신해 직접 정의를 집행한다. 5년에 걸쳐 시즌 5까지 74개 에피소드를 쌓은 이 드라마는, 한 편 한 편이 명작은 아니지만 일요일 저녁의 편안한 루틴으로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 그래서 시즌별로 쪼개기보다 통째로 펼쳐놓고 보는 편이 이 작품의 정체를 더 잘 드러낸다.
다섯 시즌을 통과하며 제일 또렷하게 남은 건 사건이 아니라 퀸 라티파라는 사람이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 공간을 장악하는 무게감 — 그게 이 드라마를 시즌 4의 처짐에도 끝까지 보게 만든 동력이다.
이름값 대신 선택한 다른 길
이 드라마를 평가하려면 먼저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 덴젤 워싱턴 영화의 정밀한 폭력 미학이나 1980년대 에드워드 우드워드 시리즈의 냉정한 분위기를 기대하면 십중팔구 실망한다. CBS판은 처음부터 다른 것을 노렸다. 네트워크 황금시간대용 프로시저럴, 즉 매주 한 건의 사건을 해결하는 안정적인 포맷 위에 흑인 여성 주인공의 가족 서사를 얹은 작품이다.
로빈 맥콜은 응징하는 기계가 아니라 딸을 키우고 이모와 부대끼며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입체적인 생활인으로 그려진다. 사회적 약자 — 인신매매 피해자, 부당하게 몰린 이민자, 시스템에 버림받은 사람들 — 을 돕는다는 설정은 매회 "이번 주의 정의"라는 분명한 도덕적 만족감을 준다. 가볍게 틀어놓고 보기 좋은, 정확히 그 목적에 충실한 드라마다.
퀸 라티파라는 단단한 중심
이 작품의 가장 큰 자산은 의심의 여지 없이 퀸 라티파다. 액션 장면의 합이 항상 매끄럽지는 않지만, 그가 가진 카리스마와 따뜻함, 위트가 캐릭터의 빈틈을 메운다. 단테 역의 토리 키틀스, 기술 담당 해리(애덤 골드버그), 멜(라이자 라피라)로 구성된 조력 팀의 케미도 시즌을 거듭하며 편안하게 무르익는다. 특히 비올라 이모(로레인 투생)의 존재는 자경단물에 가정극의 온기를 불어넣는 영리한 장치다.
여기에 일관된 사회적 메시지 — 시스템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 — 이 작품에 단순 오락 이상의 명분을 부여한다. 다만 그 명분이 매번 비슷한 구조로 반복되면서, 후반 시즌에서는 그 미덕이 오히려 예측 가능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공식의 반복이라는 숙명
네트워크 프로시저럴의 태생적 한계가 가장 큰 약점이다. 에피소드 구조가 정형화돼 있어, 몰아보기를 하면 "사건 발생 → 로빈 개입 → 해리의 해킹 → 응징 → 훈훈한 마무리"라는 패턴이 금세 눈에 들어온다. 특히 시즌 4 무렵부터 이 반복이 피로감으로 다가온다는 평이 많다. 평단의 RT 62%, 메타크리틱 54점, IMDb 5.6이라는 미지근한 점수도 이 지점을 가리킨다. 액션의 리얼리티나 빌런의 깊이를 진지하게 따지는 시청자에게는 분명 헐거운 구석이 많은 작품이다.
- 퀸 라티파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캐릭터 소화력
- 가족극과 자경단물을 결합한 따뜻한 톤
- 매회 분명한 도덕적 만족감을 주는 에피소드 구조
- 편안하게 틀어놓기 좋은 안정적인 시청 경험
- 후반 시즌으로 갈수록 두드러지는 공식의 반복
- 원작·영화판의 묵직함을 기대하면 어긋나는 톤
- 다소 헐거운 액션 합과 평면적인 빌런
- 74부작이라는 분량의 부담 (진입 장벽)
단점을 다 알면서도, 피곤한 밤에 아무 생각 없이 한 편 틀기엔 이만한 드라마가 또 없었다. 잘 만든 작품과 곁에 두기 좋은 작품은 다른 종류의 미덕이다.
명작은 아니지만, 제 역할을 아는 드라마
이퀄라이저(2021)는 야심작이 아니다. 장르의 판을 바꾸려 들지 않고,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 — 카리스마 있는 주인공이 매주 약자를 구하는 안정적인 위안 — 에 충실했다. 그래서 평가도 명확하다. 긴장감 넘치는 수작 스릴러를 찾는다면 다른 작품으로 가는 게 맞다. 하지만 편안한 일요일 저녁 시청용, 혹은 강인한 여성 주인공의 매력을 즐기고 싶다면 이만한 선택지도 드물다. 5년을 버틴 데에는 이유가 있다.
숫자로는 3점대 중반이지만, 체감 만족도는 그보다 따뜻한 쪽이다. 기대치를 낮추고 들어가면 후하게 줄 수 있는 드라마라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 강인한 여성 주인공의 매력을 즐기는 분
- 부담 없이 한 편씩 보는 프로시저럴을 좋아하는 분
- 퀸 라티파의 팬
- 매회 권선징악의 만족감을 원하는 분
- 덴젤 워싱턴 영화의 묵직함을 기대하는 분
- 치밀한 플롯·반전을 중시하는 분
- 액션의 리얼리티를 따지는 분
- 74부작 분량이 부담스러운 분
결국 이 드라마가 5년을 버틴 비결은 거창한 데 있지 않았다. 매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누군가가 약자의 편에 선다는 안심. 그 단순한 약속을 끝까지 지켰다는 것, 어쩌면 그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다.
당신은 이런 '편안한 루틴' 같은 드라마를 곁에 두는 편인가요, 아니면 매번 새로운 충격을 찾는 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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