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각본 넷플릭스 가스인간, 몇부작에 재밌을까? 원작·결말 관전 포인트 정리
연상호가 각본을 쓴 일본 시리즈라는 조합
공개 전부터 가장 많이 회자된 지점은 제작진의 구성입니다. 「부산행」과 「지옥」, 「기생수: 더 그레이」로 장르물의 감각을 인정받은 연상호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와 각본을 맡았는데, 그 무대가 한국이 아니라 일본입니다. 한국 제작사 와우포인트가 일본 도호와 손잡고 일본 배우 중심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든 형태라, 한국 크리에이터가 일본 대표 IP를 어떻게 다시 짜는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습니다.
연출은 디즈니+ 「간니발」과 영화 「벼랑 끝의 남매」·「실종」으로 인간 내면의 어둠을 그려온 가타야마 신조 감독이 맡았습니다. 각본의 장르 감각과 연출의 심리 묘사가 어떻게 맞물리는지가 이 작품을 보는 큰 축이 됩니다. 여기에 「고질라 마이너스 원」으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받은 시로구미가 VFX를 담당해, 가스로 변한 인간이라는 설정을 화면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도 자연스럽게 화제가 됐습니다.
생방송 살인 예고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이야기는 TV 생방송 도중 출연자의 몸이 갑자기 부풀어 폭발하는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범인은 "내가 이 살인을 계획했다"고 자백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다음 살인을 예고하고, 흔적 없이 사라집니다. 살인을 저지르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바로 '가스인간'이고, 그 배후에는 취약한 사람들을 이용하고 버린 비밀 프로젝트가 은폐돼 있습니다.
사건을 쫓는 축은 형사 오카모토 겐지와 기자 코노 쿄코입니다. 여기에 사건의 실마리를 쥔 영상 크리에이터 남매, 암흑가 세력, 권력층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단순한 추적극을 넘어섭니다. 경찰과 언론, 개인 방송, 범죄 조직, 정치권력이 각자의 목적으로 같은 사건에 달려드는 구조라, 누가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원하는지가 회를 거듭하며 드러납니다.
이 작품이 잘한 부분
가장 든든한 것은 배우입니다. 오구리 슌과 아오이 유우는 실사 작품에서 2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고, 두 사람이 형사와 기자로서 사건을 다른 방향에서 파고드는 구도가 극의 무게를 잡아 줍니다. 여기에 히로세 스즈·하야시 켄토 남매와 타케노우치 유타카가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감을 더해, 캐릭터가 많은데도 인물들이 납작해지지 않습니다.
음악의 쓰임도 눈에 띕니다. 사잔 올 스타즈의 명곡 'Ellie My Love'가 단순 삽입곡이 아니라 이야기의 감정을 관통하는 핵심 장치로 쓰였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후반부 대본을 쓰는 내내 이 곡을 들으며 작업했다고 밝힐 만큼, 곡의 정서가 극 전체의 결과 맞물려 있습니다. 괴수 장르에서 출발한 원작을 인간의 감정을 다루는 이야기로 끌고 온 방향성과도 잘 어울립니다.
보기 전에 감안할 점
먼저 수위입니다. 넷플릭스 기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살인과 폭력 묘사가 직접적으로 등장합니다. 어둡고 긴장감이 지속되는 톤이라 가볍게 틀어 놓기보다는 집중해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또 하나는 제목이 주는 인상과 실제 결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가스인간'이라는 이름과 SF 설정 때문에 특수효과 중심의 괴수물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방향이 어긋날 수 있습니다. 오구리 슌 본인도 제목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휴먼 드라마에 끌렸다고 밝혔듯, 크리처의 스펙터클보다 사람들의 관계와 사회 구조를 파고드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여러 세력이 얽히는 만큼 초반에는 인물 관계를 따라가는 데 약간의 집중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어떤 사람에게 맞을까
가스인간은 화려한 설정을 앞세운 오락물이라기보다, 그 설정을 빌려 인간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각본이 어떤 인물 군상을 그리는지, 일본 배우들과 제작 시스템이 그 위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8부작으로 완결된 구조라, 한 번에 몰아 보며 전개를 따라가기에도 부담이 적은 편입니다.
- 오구리 슌·아오이 유우의 23년 만의 실사 재회, 그리고 탄탄한 조연진
- 사잔 올 스타즈 'Ellie My Love'를 감정의 축으로 삼은 음악 활용
- 추리극에 사회 구조를 얹은 연상호식 인간 군상 각본
- 청불 등급. 살인·폭력 묘사가 직접적이고 톤이 무겁습니다
- 괴수 스펙터클보다 휴먼 드라마 중심이라 제목의 인상과 다릅니다
크리처 설정을 지운 자리에 '사람'을 채워 넣은 리부트
원작 「가스인간 제1호」는 「고질라」를 만든 혼다 이시로 감독의 1960년 특촬영화입니다. 몸이 가스로 변한 남자가 등장하는 기상천외한 설정이지만, 당시에도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오락으로 풀어낸 SF 스릴러로 평가받았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그 뼈대에서 '가스로 변한 인간'이라는 핵심 설정만 남기고, 나머지를 완전히 새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각본이 특수효과가 아니라 인간을 축으로 삼았다는 점입니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의 본질을 SF나 스릴러가 아니라 휴먼 스토리로 봤다고 밝혔고,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무게를 뒀다고 했습니다. 가타야마 감독 역시 현대 일본 사회에서 강자와 약자의 관계를 그려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즉 괴물 설정은 사회 구조를 비추는 장치로 쓰이고, 이야기의 진짜 관심은 그 구조 안에서 이용당하고 버려지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사잔 올 스타즈의 'Ellie My Love'가 감정의 중심으로 들어옵니다. 괴수물의 스펙터클 대신 한 곡의 정서를 이야기의 심장에 둔 선택은, 이 리부트가 어디를 향하는지 분명하게 보여 줍니다.
물론 이런 방향을 아쉬워할 시청자도 있습니다. 원작의 특촬 감성이나 크리처의 시각적 쾌감을 기대했다면 결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반세기 넘은 IP를 단순 복원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로 다시 번역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왜 지금 다시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나름의 답을 내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연상호 감독의 「지옥」·「기생수: 더 그레이」 같은 장르 각본을 즐긴 분
- 추리·범죄에 사회 스릴러가 얹힌 무게감 있는 전개를 좋아하는 분
- 오구리 슌·아오이 유우의 연기를 오랜만에 함께 보고 싶은 분
화려한 설정 뒤에 사람 이야기를 숨겨 둔 작품이라, 다 보고 나면 괴물이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이 더 오래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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