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시천하 몇부작? 흑풍식·백풍석 인물 관계와 평점이 갈린 이유
방영 4년이 지나도 검색이 끊이지 않는 작품
2022년 4월 텐센트 비디오에서 공개돼 한 달 만에 40화를 완주한 작품입니다. 공개 당시 플랫폼 누적 재생이 10억 회를 넘겼고, 곧바로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로 나가면서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알려졌습니다. 지금도 검색이 꾸준한 이유는 대체로 세 가지로 모입니다. 하나는 양양의 첫 고장 로맨스 주연작이라는 점, 둘은 조로사가 특유의 발랄한 배역에서 벗어나 검을 든 여협을 맡았다는 점, 셋은 유우녕이 부른 주제가 <무쌍>이 드라마와 별개로 오래 회자됐다는 점입니다.
다만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가장 먼저 당황하는 지점이 따로 있습니다. 해외 커뮤니티 평점과 중국 현지 평점이 정반대에 가깝게 벌어져 있어서, 어느 쪽 말을 믿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아래에서 따로 정리해두었습니다.
이름이 넷인 두 사람, 관계부터 정리하면 편합니다
배경은 대동제국이라는 이름뿐인 종주국 아래 여러 주(州)가 각자 힘을 키우던 시대입니다. 옥새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강호와 조정이 동시에 흔들리고,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두 사람이 만납니다. 여기서 초반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인물 이름입니다. 주인공 둘 모두 이름을 두 개씩 쓰기 때문입니다.
양양이 맡은 인물은 옹주의 둘째 황자 풍란식입니다. 계모인 백리 왕후에게 눈엣가시로 찍힌 처지라 오래 병약한 척 지냈고, 그 사이 강호에서는 흑풍식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정보 조직을 키워왔습니다. 조로사가 맡은 인물은 청주의 공주 풍석운이며, 강호에서는 흰 옷을 입고 백풍석으로 불립니다. 즉 흑풍식과 백풍석은 강호에서 쓰는 이름이고, 풍란식과 풍석운은 각자의 본래 신분입니다. 이 대응만 머릿속에 넣고 1화를 보시면 초반 혼선은 거의 사라집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진짜 신분을 모른 채 옥새를 쫓다 엮이고, 사건을 함께 해결하며 동행이 됩니다. 그러다 각자의 나라가 대립 구도에 놓이면서 이야기가 갈라집니다. 개인의 마음과 주(州)의 이해가 어긋나는 자리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결국 이 질문을 40화 내내 여러 각도로 반복하는 구조입니다. 옥무연을 비롯한 강호 인물들과 옹주 궁정의 형제 다툼이 그 위에 겹겹이 얹힙니다.
화면과 액션에는 확실히 값을 치렀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화면입니다. 흑과 백으로 갈린 두 주인공의 의상 대비를 시각 축으로 삼아, 강호 장면은 수묵화에 가깝게, 궁정 장면은 무겁고 어둡게 나누어 찍었습니다. 무술 장면은 <금의지하>와 <유리>를 맡았던 액션 감독이 붙어서, 무협극에서 흔히 늘어지는 합이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후반의 대규모 전투 장면도 이 장르 평균 이상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인물이 많은 것도 이 작품에서는 단점보다 장점 쪽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둘만 붙잡고 가는 대신, 강호 사공자와 옹주 궁정의 형제들, 가문을 이끄는 여성 인물까지 각각의 자리를 만들어두어 옛 무협 영화 특유의 군상극 질감이 살아 있습니다.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세 가지
첫째, 배우들의 목소리가 본인 목소리가 아닙니다. 중국 사극에서는 전문 성우가 대사를 다시 입히는 방식이 오랜 관행이고, 이 작품도 전원 후시 더빙입니다. 배우의 실제 발성으로 감정을 읽는 데 익숙하신 분에게는 초반에 걸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둘째, 후반부 밀도가 떨어집니다. 초중반의 강호 활극이 재미있게 굴러가다가, 중반 이후 권모술수 비중이 커지면서 전개가 늘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셋째, 원작 소설을 읽으신 분이라면 여주인공의 비중 조정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소설에서 백풍석은 스스로 판을 뒤집는 쪽에 가까웠지만, 드라마에서는 위기 상황에서 구원받는 장면이 늘어났다는 원작 독자들의 아쉬움이 컸습니다.
- 흑백 대비를 축으로 잡은 의상과 미술이 40화 내내 흔들리지 않습니다
- 무협 합이 깔끔하고, 후반 전투 규모도 장르 평균 이상입니다
- 조연 인물들에게 각자의 사연과 자리를 만들어 군상극 맛이 납니다
- 주제가를 비롯한 음악이 장면을 잘 밀어줍니다
- 전원 후시 더빙이라 배우 본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습니다
- 중반 이후 권력 다툼 비중이 커지며 전개가 늘어집니다
- 원작 대비 여주인공의 주도권이 줄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30시간을 누구에게 권할 수 있을까
정리하면, 이 작품은 이야기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쪽이 아니라 장면의 밀도로 승부하는 쪽입니다. 강호와 조정을 오가는 활극을 보고 싶고, 화면이 예쁘면 두어 화쯤 늘어져도 넘어가실 수 있는 분이라면 40화가 아깝지 않습니다. 반대로 촘촘한 권모술수와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지는 서사를 기대하고 들어가시면 중반부터 답답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완주가 부담스러우시면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초반 열 화 정도를 보고 판단하시는 것입니다. 이 구간이 강호 활극의 비중이 가장 높고 두 주인공의 호흡도 가장 살아 있는 대목이라, 여기서 마음이 붙지 않으면 뒤로 갈수록 더 힘들어집니다. 반대로 이 구간이 즐거우셨다면 나머지는 대체로 끝까지 가실 수 있습니다.
같은 드라마를 두고 해외는 8점대, 현지는 5점대를 매긴 이유
해외 드라마 사이트 마이드라마리스트에서 이 작품은 2만 명 넘는 평가로 10점 만점에 8.6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최대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서는 10만 명이 넘는 평가로 10점 만점에 5.7에 머물러 있습니다. 같은 작품에 이만한 차이가 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원인은 작품 자체보다 작품 바깥에서 벌어진 일들에 더 많이 걸려 있습니다.
가장 큰 것은 방영 중에 불거진 각본 논란입니다. 2022년 4월 말, 이 드라마의 조정 권력 다툼 부분이 2019년 방영작 <학려화정>의 전개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지적이 중국 온라인에서 크게 번졌습니다. 과거시험 부정 사건과 군마 매매 사건이 이어지는 순서, 계모와 형제 구도까지 겹친다는 비교가 돌았고, <학려화정> 제작사가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원작 소설 작가 경령월은 자신은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소설에는 그런 대목이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실제로 문제가 된 전개는 소설에 없는, 드라마가 새로 만든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에 촬영 중 말이 다치는 장면을 두고 동물 학대 의혹이 제기됐고, 제작진의 해명에도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평가의 기준선 자체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더우반 이용자층은 중국 사극을 수십 편씩 비교해온 사람들이라, 같은 해 방영된 <몽화록>처럼 잘 나온 작품과 곧바로 견줍니다. 반면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중국 무협극을 접한 해외 시청자에게는 비교 대상이 거의 없습니다. 후시 더빙이나 궁중 암투의 관습적 전개도, 익숙한 사람에게는 감점 요소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그저 이 장르의 문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실제로 마이드라마리스트의 호평은 화면과 액션, 두 주인공의 합에 집중돼 있고, 각본을 세밀하게 따지는 글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물론 현지 5.7이 순수한 작품 평가가 아니라는 반론도 가능합니다. 논란이 한창일 때 몰린 별점은 작품을 끝까지 본 사람의 판단이라기보다 사건에 대한 반응에 가깝고, 이런 방식의 점수 하락은 중국 드라마 평점에서 드물지 않게 반복됩니다. 결론을 내자면, 두 점수 중 하나만 골라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8.6은 "처음 보는 사람이 즐기기에 충분하다"는 뜻에 가깝고, 5.7은 "이 장르를 많이 본 사람에게는 아쉽고, 만드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두 문장 모두 이 작품에 대해 사실입니다.
- 중국 무협 사극을 처음 접해서 대표작 한 편부터 보고 싶은 분
- 이야기의 허술함보다 화면과 액션의 완성도를 먼저 보시는 분
- 양양이나 조로사의 다른 작품을 보고 필모그래피를 넓히고 싶은 분
평점이 갈리는 작품일수록 어떤 부분에서 갈렸는지를 먼저 아는 편이 낫습니다. 그 지점만 미리 알고 보시면, 40화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