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도 오해도 없는 연상연하 중드, 아적린거장부대 몇부작과 결말 정리
이별도 오해도 없는 로맨스가 왜 화제였을까
중국 로맨스 드라마를 몇 편 보다 보면 익숙해지는 패턴이 있습니다. 스무 몇 화쯤에서 주인공이 상대를 위한다며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한마디만 하면 풀릴 오해가 몇 화를 잡아먹고, 재벌 부모가 나타나 반대합니다. 이 작품이 공개 당시 반응을 얻은 이유는 그 목록을 거의 다 비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는 후반부 이별 구간이 없습니다. 삼각관계가 있긴 하지만 중반쯤에 정리되고, 이후로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인물이 사실상 사라집니다. 문제가 생기면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직접 말하고 결정합니다. 해외 시청자 평에서도 ‘중드 클리셰가 없다’는 점이 가장 많이 언급됐고, MyDramaList 평점 8.2점은 그런 평가가 쌓인 결과에 가깝습니다.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여자 주인공 쪽 설계입니다. 극본가는 이 작품을 서른 넘은 평범한 여성의 시점으로 잡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래서 린양과 친구 두 명, 세 사람이 각자의 막힌 지점을 안고 살아가는 이야기가 로맨스와 나란히 굴러갑니다. 연애만 보러 들어왔다가 친구 세 명의 대화 장면이 더 좋았다는 감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곱 살 차이 소꿉친구가 다시 만나면
린양은 서른한 살입니다. 광고회사 비서로 일하며 상사 신뢰도 두텁지만, 삶 자체는 고여 있습니다. 집은 월세고, 연애는 몇 번의 상처 이후 아예 접었습니다. 겉으로는 단단한데 속으로는 어디 기댈 데 하나 있었으면 하는 사람입니다.
거기에 스물네 살 루정안이 돌아옵니다. 어린 시절 옆집에서 함께 자란 동생이고, 유학을 마치고 촉망받는 음악가가 되어 귀국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열다섯 살 무렵부터 린양만 좋아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돌아오자마자 그는 린양의 집으로 들어가고, 회사 일에도 얼굴을 들이밀며 생활 전체에 자리를 잡습니다.
갈등은 바깥이 아니라 린양 안에 있습니다. 일곱 살 차이, 그리고 ‘동생’이라는 오래된 호칭을 스스로 넘어설 수 있느냐가 전부입니다. 주변이 반대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본인이 자기 마음을 인정하기까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흔한 연상연하물과는 결이 다릅니다. 결말에는 시간을 몇 년 건너뛰는 장면이 있고, 두 사람의 그 후까지 정리해 준 뒤 끝납니다.
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
가장 큰 미덕은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고구마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남자 주인공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여자 주인공도 물러설 때와 나설 때를 스스로 판단합니다. 두 사람 모두 상대를 위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속이지 않는데, 이 한 가지만으로도 시청 피로도가 크게 내려갑니다.
배우 조합도 잘 맞습니다. 이계예는 웃다가 한순간 표정을 내려놓는 연기로 서른한 살의 피로감을 만들어 냅니다. 하여는 이 작품이 사실상 첫 대표작인데, 계산 없이 직진하는 인물을 부담스럽지 않게 소화합니다. 두 사람이 나이 차를 억지로 강조하지 않아서, 보다 보면 연상연하라는 설정 자체를 잊게 되는 순간이 자주 옵니다.
달달함 외에는 기대를 낮추셔야 합니다
먼저 사건이 크지 않습니다. 갈등 대부분이 마음 안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반전이나 긴장을 원하시면 29부작이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반 이후는 이미 정리된 관계가 달달하게 반복되는 구간이 이어집니다.
제작 규모도 감안하실 부분입니다. 2021년 웹드라마라 화면이 화려한 편은 아니고, 회사와 집을 오가는 배경이 대부분입니다. 광고 삽입이 눈에 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초반 몇 화는 남자 주인공의 적극성이 다소 과하게 보일 수 있는데, 이 부분에서 판단이 갈리는 편입니다.
- 후반 이별, 답답한 오해, 부모 반대 같은 구간이 없습니다
- 주인공 둘 다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합니다
- 여자 주인공과 친구들의 30대 이야기가 따로 살아 있습니다
- 결말에서 시간 점프로 그 후까지 확실히 닫아 줍니다
- 큰 사건이 없어 29부작이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 2021년 웹드라마라 화면 규모는 소박한 편입니다
- 중반 이후 달달한 장면이 반복되는 구간이 있습니다
- 초반 남자 주인공의 직진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내 이웃’ 시리즈 1편을 먼저 봐야 할까
검색해서 들어오시는 분들이 자주 묻는 부분이라 정리합니다. 이 작품은 2019년 ‘아적린거수불착: 내 이웃은 불면증’에 이은 시리즈 두 번째 편입니다. 1편은 24부작에 회당 30분 안팎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피아니스트와 옆집으로 이사 온 여학생이 같이 잠드는 ‘베개 계획’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시리즈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 인물도 이야기도 이어지지 않습니다. 실질적인 연결 고리는 두 편의 극본을 모두 맡은 작가 호몽 한 명입니다. 이웃이라는 소재와 도시 청춘 로맨스라는 결을 공유하는 별개의 작품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순서를 지킬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이쪽부터 보셔도 이해에 아무 문제가 없고, 마음에 드셨다면 그때 1편을 찾아보시면 됩니다. 1편도 왓챠와 웨이브,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시청자 반응 중에도 이 작품을 보다가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동안 1편을 찾아봤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국내 시청 경로도 함께 정리합니다. 2021년 12월 중화권 드라마 채널 CHING에서 국내 첫 방송을 했고, 지금은 왓챠, 웨이브, 티빙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제목은 ‘내 이웃은 꼬맹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서, 원제만으로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경우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여를 알린 작품, 그리고 4년 뒤
이 드라마는 하여라는 배우의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2019년에 데뷔해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에 이 작품 주연을 맡았고, 여기서의 다정하고 밝은 연하남 이미지가 한동안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그 이미지를 정면으로 뒤집은 작품이 4년 뒤인 2025년의 ‘쌍궤’입니다. 그쪽에서 그는 방콕 뒷골목에서 지하 격투와 레이싱으로 살아가는, 말수 적고 어두운 인물을 맡습니다. 같은 배우인지 헷갈린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결이 다릅니다. 두 작품을 이어서 보면 배우 한 명이 4년 동안 어디까지 움직였는지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순서는 이쪽을 먼저 보시는 편이 낙차가 큽니다.
어떤 사람에게 맞는 작품인가
이 드라마는 새로운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흔히들 쓰는 나쁜 습관을 쓰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게 전부인 작품이라 볼 수도 있고, 그것만으로 충분한 작품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실제 감상도 그 두 갈래로 갈립니다.
기준은 이렇게 잡으시면 됩니다. 퇴근하고 별생각 없이 틀어 두고 싶은 드라마를 찾고 계신다면 잘 맞습니다. 반대로 몰입할 사건과 긴장을 원하신다면 다른 작품이 낫습니다. 밥 먹으면서 틀어 놓기 좋은 종류의 드라마이고, 그 자리를 꽤 잘 채웁니다.
이 작품은 갈등을 없앤 게 아니라 갈등의 위치를 옮겼습니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의 갈등은 바깥에서 들어옵니다. 오해를 만드는 인물, 반대하는 부모, 사고와 이별. 이 작품은 그 장치를 대부분 쓰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29부작이 버팁니다. 갈등을 없앤 게 아니라 자리를 옮겼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저항은 전부 여자 주인공 안에 있습니다. 린양이 넘어야 하는 것은 상대의 마음이 아니라 ‘내가 이 감정을 가져도 되는가’라는 질문입니다. 일곱 살 차이, 오래 붙어 있던 동생이라는 호칭, 그리고 이전 연애에서 남은 자기 검열이 그를 붙잡습니다. 상대는 이미 다 준비돼 있으니, 진행 속도를 결정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린양 한 명입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밖으로 뻗지 않고 안에서 오래 머무릅니다.
친구 두 명을 함께 배치한 것도 같은 설계입니다. 일찍 결혼했다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친구, 자유를 택했지만 나이와 가족의 압력에 밀리는 친구. 세 사람은 서로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대신 각자의 막힌 지점을 옆에 두는 것만으로 린양의 망설임이 개인의 소심함이 아니라 그 나이대의 공통된 조건으로 읽히게 만듭니다. 극본가가 이 작품을 서른 넘은 여성의 이야기로 잡았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이 설계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갈등이 안쪽에 있으니 시각적으로 볼 것이 적고, 린양이 마음을 정한 순간 이야기의 동력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중반 이후가 늘어진다는 지적은 연출 실수라기보다 이 구조에서 예상 가능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흔한 장치를 안 쓴 대가로 편안함을 얻었고, 대신 후반의 긴장을 내놓았습니다. 어느 쪽이 본인에게 중요한지가 이 작품의 만족도를 가릅니다.
- 고구마 구간 없이 편하게 볼 로맨스를 찾고 계신 분
- 연상연하, 소꿉친구 설정을 좋아하는 분
- 연애만이 아니라 30대 여성들의 일상 이야기도 보고 싶은 분
- 쌍궤로 하여를 알게 되어 이전 작품이 궁금해진 분
무언가에 크게 몰입하고 싶지 않은 날, 부담 없이 켜 두기 좋은 종류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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