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맛 리뷰 — 전주 파인다이닝 셰프와 레시피 사냥꾼, 2025 넷플릭스 23개국 1위 로코
D.P., 약한영웅으로 날 선 장르물을 연달아 선보인 한준희 크리에이터가 처음으로 로맨스에 도전했다. 연출은 박단희 감독, 극본은 정수윤 작가 — 세 사람의 첫 번째 로맨스 합작품이 당신의 맛이다. 강하늘과 고민시라는 믿음직한 두 배우를 얹어 2025년 5월 ENA와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 공개 이틀 만에 23개국 1위를 찍었다. 전주 한옥마을 파인다이닝이라는 배경, 그리고 TV 드라마 최초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이라는 타이틀까지 — 식욕과 함께 기대감도 자극하는 작품이다.
간판 없는 식당, 레시피 사냥꾼이 문을 두드리다 — 줄거리
전주 한옥마을 골목 어딘가, 간판도 없고 예약도 받지 않는 원테이블 파인다이닝 '정제'. 셰프 모연주는 그날의 재료와 그날의 손님에 맞춰 오직 한 상만 차린다. 한 끼를 완성하는 데 쓰는 집중과 정성이 그녀의 전부다. 서울에서 온 식품 대기업 상속자 한범우는 그 식당의 레시피를 손에 넣으려 전주에 발을 들인다. 쓰리스타를 향한 야망으로 맛집의 레시피를 빼돌리는 일을 업처럼 해온 그가, 이번엔 좀처럼 뚫리지 않는 벽을 만난다.
처음에는 레시피를 둘러싼 티격태격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한범우는 '레시피'로 요약할 수 없는 요리의 세계 — 사람과 재료와 계절이 만나는 순간 — 를 처음으로 목격한다. 모연주는 침범자를 경계하면서도 그의 진심이 쌓이는 것을 외면하지 못한다. 섭산적부터 코코뱅까지 매 회마다 정성스럽게 담긴 요리들이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 놓인다.
작품의 배경인 전주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남부시장, 한옥마을, 전주의 실제 음식점들이 드라마 안에서 살아 숨 쉬며 도시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처럼 기능한다. 음식을 매개로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에 스미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정수윤 작가 + 한준희 크리에이터의 조합이 통했다 — 장점
강하늘과 고민시의 첫 드라마 호흡이 예상 이상으로 잘 맞는다. 강하늘은 거칠고 계산적인 야망남에서 조금씩 허물이 벗겨지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고민시는 스릴러 특유의 날카로움 대신 처음 시도하는 로코의 언어 — 투닥거림, 당혹감,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 를 놀라울 만큼 능숙하게 표현했다. '서진이네2'와 흑백요리사 셰프들을 참고해 준비한 요리 연기의 완성도도 높다.
미(味)장센이 이 드라마의 진짜 경쟁력이다. 매 회 등장하는 요리들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그 회차의 감정과 직결된다. 섭산적이 등장하는 장면과 코코뱅이 등장하는 장면은 각각 다른 감정적 무게를 가진다. 요리가 서사와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 정수윤 작가의 세밀한 필치와 어우러져 드라마 전체의 밀도를 높인다.
10화라는 분량이 이 이야기에 딱 맞다. 군더더기 없이 두 사람의 감정선이 채워지고, 전주라는 공간이 충분히 소화된다. 한준희 크리에이터가 로맨스 장르에서도 서사의 호흡을 잘 조율했다는 점은 D.P., 약한영웅의 팬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아쉬운 점
한준희 크리에이터의 이전 작품들이 가진 장르적 예리함 — 사회 구조를 파고드는 날 선 시선 — 을 기대한 시청자에게는 로코라는 장르적 한계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빌런 구도가 다소 단순하게 처리되어 후반부 갈등이 앞부분의 감정선만큼 긴장감 있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평도 있다. 또한 전주를 배경으로 삼았음에도 로컬 음식 문화가 파인다이닝 중심으로만 다뤄져 아쉬움을 남기는 부분도 있다.
- 강하늘 x 고민시 첫 호흡 — 예상 이상의 케미
- 고민시 첫 로코 도전, 이질감 없는 완성도
- 매 회 감정선과 연동된 요리 미장센
- 전주라는 공간이 배경이 아닌 캐릭터로 기능
- 10화 군더더기 없는 서사 밀도
- 한준희 크리에이터 이전작 대비 장르적 예리함 부재
- 후반부 빌런 구도의 단순한 처리
- 전주 로컬 음식 문화가 파인다이닝 위주로 국한
총평
당신의 맛은 2025년 한국 로코의 수위를 올려놓은 작품이다. 음식과 감정이 한 접시에 담기는 방식, 전주라는 도시가 그 접시를 받치는 방식 — 두 가지가 모두 성공한 드라마다. 한준희가 로맨스를 만들면 이렇게 된다는 걸 증명했다.
레시피는 훔칠 수 없다 — 맛의 진짜 의미
한범우가 레시피를 훔치는 행위는 단순한 악행이 아니다. 그것은 음식을 정보로 환원하는 태도의 메타포다. 재료 배합과 조리법을 알면 맛을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 — 식품 기업의 논리이기도 하고, 효율과 복제를 미덕으로 삼는 현대의 논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연주의 '정제'는 그 논리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같은 재료로, 같은 과정을 거쳐도 그날의 손님, 그날의 날씨, 그날의 마음 없이는 같은 맛이 나지 않는다.
드라마는 한범우가 그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 과정을 로맨스의 형식으로 풀어낸다. 사람에게 스미는 것은 레시피처럼 빼앗을 수 없다. 모연주의 요리가 그에게 침투하는 방식과, 모연주라는 사람이 그에게 침투하는 방식이 동일한 구조를 공유한다. 그래서 당신의 맛에서 요리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유일한 언어다.
- 강하늘·고민시 팬, 또는 두 배우의 첫 호흡이 궁금한 분
- 음식이 감정의 언어로 작동하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
- 10화 안에 깔끔하게 끝나는 완성도 높은 로코를 원하는 분
- 전주 한옥마을, 파인다이닝 비주얼이 취향인 분
- D.P., 약한영웅 같은 한준희 표 장르물을 기대한 분
- 로맨틱 코미디 장르 자체가 맞지 않는 분
- 후반부 갈등 구도가 단단하지 않으면 실망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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