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후기 — 채종협 일본 진출작, 볼까 말까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데, 그게 알아듣지 못하는 외국어라면 어떨까. 텔레파시 능력 때문에 사랑을 포기한 여자가, 하필 한국어로만 속마음이 들리는 남자를 만난다. 〈아이 러브 유〉는 이 한 줄짜리 설정의 매력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하지만, 채종협이라는 배우 하나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묘한 작품이다.
채종협의 '대형견 에너지'는 과장이 아니다. 웃을 때 화면이 환해진다는 흔한 말이 이 사람에겐 정말로 들어맞는다.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닌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것도 놀랍다.
한국어로만 들리는 속마음
사고 이후 모토미야 유리는 눈을 마주친 사람의 속마음을 듣게 됐다. 듣고 싶지 않은 진심까지 흘러 들어오는 탓에 그녀는 사람과 거리를 두고, 연애 따위는 진작 접었다. 초콜릿 가게를 운영하며 자기 마음을 숨기는 데 익숙해진 30세 여자다.
어느 날 그녀는 26세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와 우연히 눈이 마주친다. 그런데 들려온 속마음이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다. 처음으로 '들려도 이해되지 않는' 상대를 만난 유리는, 역설적으로 그 앞에서만 마음이 편해진다. 능력이 무력화되는 유일한 사람에게 끌리는 구조다.
전반부의 설계는 영리하다. 태오의 속마음은 시청자에게도 한국어 그대로 들리되 한동안 일본어 자막이 제공되지 않아서, 유리가 답답해하는 감정을 시청자가 함께 체험하게 만든다. 한일 로맨스라는 기획을 설정 차원에서 끌어안은 영리한 선택이다.
채종협이 끌고 가는 케미
이 드라마의 8할은 두 주연의 케미다. 처음 부딪힌 순간부터 태오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흐름까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거의 매번 사랑스럽다. 니카이도 후미의 크고 표현력 좋은 눈과 채종협의 환한 미소가 만들어내는 비주얼 케미가 작품을 떠받친다.
한국 음식, 한국어, 한국식 직진 화법이 일본 드라마의 문법 안으로 들어오는 과정도 흥미롭다. 유리가 한국어를 배우려 애쓰는 장면은 따뜻하고, 서로의 문화를 한 조각씩 익혀가는 묘사는 이 작품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다만 이 매력이 회를 거듭할수록 옅어진다는 게 문제다.
설정을 못 따라가는 후반부
중반 이후 이야기는 눈에 띄게 흔들린다. 텔레파스라는 핵심 설정을 한동안 잊은 듯 굴다가, 막판에 갑자기 멜로의 비극 장치로 끌어와 무리하게 봉합한다. 그림책 한 권을 예언서처럼 떠받들고 박사급 인물들까지 그걸 믿어버리는 전개는 솔직히 설득되지 않는다. 두 번이나 반복되는 이별, 갑작스러운 화해는 일본식 멜로 특유의 과잉 연출과 맞물려 피로감을 준다.
- 채종협 단독으로 작품을 끝까지 보게 만드는 흡인력
- 두 주연의 비주얼 케미가 매 장면 사랑스럽다
- '한국어 속마음 + 자막 미제공'이라는 영리한 설정 장치
- 한일 문화가 서로 스며드는 디테일이 따뜻하다
- 중반 이후 판타지 설정을 방치하다 막판에 무리하게 회수
- 그림책을 예언서로 떠받드는 비논리적 전개
- 이별 2회 반복 등 일본식 과잉 멜로 연출의 피로감
- 서브 로맨스가 곁다리처럼 붕 떠 있다
이상하게도, 단점을 줄줄이 적고 나서도 태오가 한국어로 "이뻐, 귀여워" 중얼대던 장면들이 계속 떠오른다. 머리로는 아쉬운데 마음에는 남는, 그런 종류의 드라마다.
결점을 알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냉정하게 보면 각본의 완성도는 평범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미워하기 어려운 건, 처음 한일 GP대 연속극에 한국 배우를 남주로 세운 기획의 진심과, 그 기대를 혼자 짊어진 채종협의 매력 때문이다. 부담 없이 키스신 없는 설렘만 즐기고 싶은 날, 아무 생각 없이 틀어두기 좋은 작품. 명작은 아니지만 '볼까 말까' 묻는다면, 채종협이 궁금하다면 볼 만하다.
스토리 3.0은 후반부 붕괴의 정직한 대가다. 그런데도 종합이 3.5에 안착하는 건, 케미와 OmoinotakeのOST가 만든 분위기가 그 구멍을 끝까지 메워주기 때문이다.
- 채종협의 매력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싶은 분
- 부담 없이 설레는 한일 로맨스를 원하는 분
- 키스신 없는 순한 멜로를 선호하는 분
- 한일 문화 교차의 디테일을 즐기는 분
- 탄탄한 서사와 개연성을 중시하는 분
- 판타지 설정의 일관된 회수를 기대하는 분
- 일본식 과잉 멜로 연출에 거부감 있는 분
- 현실적인 캐릭터 행동을 원하는 분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다. 그런데도 누군가 "채종협 어때?"라고 물으면, 나는 결국 이 작품부터 틀어주게 될 것 같다. 결점을 다 알면서도 추천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호감이 있다.
당신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들려오는 누군가의 진심을,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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