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 군 전역 후 복귀작 하이드 지킬 나, 킬미힐미에 왜 밀렸을까? 원작과 시청 포인트
현빈의 복귀작은 왜 기대만큼 날지 못했을까
2015년 1월, 이 드라마는 그해 가장 기대받는 복귀작이었습니다. '시크릿 가든'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현빈이 군 복무를 마치고 처음 고른 드라마였고, 데뷔 후 처음 도전하는 1인 2역이라는 점까지 더해 방영 전 화제성은 충분했습니다. 첫 회 시청률도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8.6%로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시청률이 회를 거듭하며 미끄러지더니 19회에는 자체 최저인 3.4%까지 내려갔고, 최종 평균은 5.3%에 그쳤습니다. 전작 '피노키오'가 기록한 평균의 절반 수준입니다.
하필 일주일 먼저 시작한 MBC '킬미, 힐미'가 같은 다중인격 소재의 로맨스였다는 점이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습니다.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소재의 두 작품이 나란히 방영되니 비교를 피할 길이 없었고, 화제성 대결에서 밀리자 "비슷한데 저쪽이 더 재밌다"는 평이 굳어져 버렸습니다. 여기에 방영 초기 원작 만화의 이충호 작가가 '킬미, 힐미'를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표절 공방 논란까지 불거졌는데, 정작 이 논란이 드라마 자체보다 더 화제가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차가운 지킬과 다정한 하이드 — 줄거리
원작과 드라마가 고전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뒤집은 지점이 이 작품의 출발선입니다. 보통 하이드는 내면의 악을 상징하지만, 여기서는 반대입니다. 본래 인격인 구서진(현빈)이 감정을 차단한 차가운 남자고, 또 다른 인격 로빈이 사랑과 선의로 가득한 따뜻한 남자입니다. 서진은 한국 최대 테마파크 원더랜드의 상무로, 어린 시절의 사고 이후 심박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로빈이 깨어나는 비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 비밀의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사람이 원더랜드 전속 서커스단 단장 장하나(한지민)입니다. 수익성을 이유로 서커스단을 내보내려는 서진과 정면으로 맞서던 하나는, 어느 날 자신을 구해 준 같은 얼굴의 다른 남자 로빈을 만나게 됩니다. 같은 몸을 쓰는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삼각관계라는 독특한 구도 위에, 서진의 과거를 아는 최면 전문의 윤태주(성준)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납치와 실종이 얽힌 미스터리로 확장됩니다. 낮과 밤을 나눠 살기로 한 두 인격이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줄다리기가 극의 중심축입니다.
천천히 보면 보이는 것들
방영 당시의 혹평과 별개로, 이 작품에는 분명한 매력이 있습니다. 첫째는 현빈의 연기입니다. 분장이나 과장 없이 눈빛과 자세, 말의 온도만으로 서진과 로빈을 구분해 내는데, 화면에 이름이 안 떠도 지금 누가 나와 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둘째는 공간입니다. 한겨울 테마파크와 서커스라는 무대가 주는 동화적인 화면은 이 드라마만의 자산입니다. 셋째, 한 몸의 두 인격이 쪽지와 영상으로 서로 협상하고 질투하는 디테일은 다중인격 로맨스라는 설정을 가장 문자 그대로 밀어붙인 재미가 있습니다. 후반부 두 인격이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여 가는 과정은 잔잔하지만 곱씹을수록 애틋합니다.
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점
전개 속도는 확실히 느립니다. 사건보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시간을 쓰는 드라마라, 빠른 전개와 회차마다 터지는 사건을 기대하면 중반부터 루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1회의 무리한 설정이 방영 당시에도 진입 장벽으로 지적됐으니, 초반 한두 회는 평가를 보류하고 지나가시는 편이 좋습니다. 또 '킬미, 힐미'를 먼저 본 분이라면 일곱 인격의 변화무쌍함과 비교해 두 인격의 대비가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부분입니다. 두 작품은 같은 소재를 정반대 온도로 다룬 드라마라, 비교보다는 다른 장르처럼 접근하시는 게 만족도가 높습니다.
- 분장 없이 눈빛과 온도만으로 두 인격을 가르는 현빈의 1인 2역
- 겨울 테마파크와 서커스가 만드는 동화 같은 화면
- 한 몸의 두 인격이 쪽지로 협상하고 질투하는 설정의 디테일
- 사건보다 감정선 위주라 전개가 느립니다 — 1회의 무리한 설정도 진입 장벽입니다
- '킬미, 힐미'를 먼저 봤다면 두 인격 구도가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패자의 기록이 아니라 다른 온도의 드라마로
이 작품을 '킬미, 힐미에 진 드라마'로만 기억하는 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시청률 대결에서 진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두 작품이 같은 경기를 한 게 아니었습니다. 저쪽이 일곱 인격의 변주로 매회 볼거리를 만든 버라이어티라면, 이쪽은 한 남자가 자신의 반쪽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는 멜로입니다. 빠른 호흡의 드라마가 넘쳐나는 지금 다시 보면, 오히려 이 느린 호흡이 휴식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현빈이라는 배우의 결을 좋아하는 분, 그리고 자극보다 여운을 고르는 분에게는 10년 전 평가보다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입니다.
- 현빈의 연기와 분위기를 보러 가는 분 — 두 인격의 미세한 차이를 음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 사건 중심보다 감정선 중심의 잔잔한 멜로를 선호하는 분
- '킬미, 힐미'를 본 뒤 같은 소재의 다른 해석이 궁금해진 분
맞대결 상대였던 킬미, 힐미 리뷰도 블로그에 있으니, 두 작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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