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후기 — 서사 깊이는 아쉬우나, 화려한 애니메이션으로 팬이라면 충분한 오락영화
게임 원작 영화는 왜 항상 망한다는 법칙을 2023년 봄, 닌텐도가 정면으로 뒤집었다. 비평가들은 혹평했고, 관객들은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냈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이 역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잭 블랙의 쿠파가 "Peaches"를 부르는 장면 하나가 이 영화 전체를 구한 것일지도 모른다.
배관공 형제가 세계를 구해야 한다면
브루클린에서 독립 배관 사업을 시작한 마리오와 루이지 형제. 아버지의 반대와 전 직장 동료의 조롱 속에서도 꿋꿋이 버티던 두 형제는 도시의 수도관 누수 사고를 해결하러 갔다가 정체불명의 파이프에 빨려 들어간다. 형 마리오는 피치 공주가 다스리는 버섯 왕국에, 동생 루이지는 쿠파가 지배하는 다크랜드로 분리된다.
쿠파는 피치 공주에게 청혼하고, 거절당하자 버섯 왕국을 침략하려 한다. 루이지가 쿠파에게 납치된 것을 알게 된 마리오는 피치 공주, 두꺼비와 함께 동생을 구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동키콩의 왕국을 거쳐 마리오 카트 경주로, 그리고 최종 결전까지 — 영화는 게임의 주요 스테이지를 빠르게 통과하듯 진행된다.
92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 체감되지 않을 만큼 속도감이 있다. 형제가 재회하는 감정선이나 마리오가 성장하는 과정은 다소 압축됐지만, 대신 지루할 틈이 없다는 점은 가족 관람객에게 실질적인 미덕이다.
닌텐도의 이름을 걸었다는 것이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애니메이션 품질이다. 일루미네이션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이지만 버섯 왕국의 질감, 빛, 파티클 효과 등 세부 묘사에서 픽사 수준에 근접한 공들임이 느껴진다. 게임의 시각 언어를 3D 공간으로 충실하게 번역해냈다는 점은 닌텐도의 직접 감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일 것이다.
사운드트랙도 두드러진다. 브라이언 타일러가 작곡한 오리지널 스코어는 게임 원작 테마들을 오케스트라로 재편곡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특히 잭 블랙이 직접 쓰고 부른 "Peaches"는 단순한 개그 넘버가 아니라 빌런의 내면을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인 캐릭터 서사였다. 비평가들이 이 곡의 골든글로브 노미네이션 누락에 실망했을 만큼 완성도가 있다. 팬 서비스도 촘촘하다. 게임을 아는 관객이라면 배경 구석구석에 심어진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재미가 본편만큼 크다. 그러나 이 모든 훌륭한 요소들이 서사의 얕음을 덮지는 못한다.
팬서비스가 서사를 대신할 때
비평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명확하다: 닌텐도 이스터에그 백과사전은 될 수 있지만, 캐릭터 드라마로서는 약하다. 마리오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는 영화 초반에 설명되지만, 그것이 실제로 극에서 갈등과 성장을 견인하는 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루이지는 납치된 채 대부분의 상영 시간을 보내고, 피치는 능동적이지만 마리오의 성장을 오히려 가린다. 결국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빌런 쿠파다.
각본의 구조도 비슷한 한계를 보인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듯 장면이 전환되는 방식은 게임 원작에 충실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화적 서사로는 에피소드의 연속처럼 느껴진다. 닌텐도가 세계관 설정에 강하게 개입한 만큼 각색의 자유도가 제한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 결과 영화는 '닌텐도가 승인한 마리오 세계 소개서'로는 완벽하고, '완결된 이야기'로는 아쉽다.
- 잭 블랙의 쿠파 — 이 영화 최고의 캐릭터. "Peaches"를 포함한 빌런 서사가 주인공보다 더 인상적이다.
- 닌텐도 원작에 충실한 시각 언어. 게임 팬이라면 배경과 이스터에그만으로도 관람 가치가 있다.
- 브라이언 타일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트랙 — 게임 원작 테마를 영화 언어로 완성도 있게 번역했다.
- 92분의 빠른 템포 — 지루할 틈이 없고, 가족 단위 관람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 잡아두는 속도감이 있다.
- 마리오의 캐릭터 서사가 얕다. 두려움과 성장이 설정되지만 실제 극의 드라이빙 포스로 이어지지 않는다.
- 루이지의 비중 부족 — 제목이 '브라더스'이지만 루이지는 납치된 채 대부분을 보낸다.
- 스테이지 클리어식 서사 구조. 영화로서의 흐름보다 게임 세계관 소개에 치중된 느낌이 든다.
- 크리스 프랫의 마리오 성우는 캐릭터 개성과 거리가 있어, 영화 내내 '마리오 목소리'라기보다 '크리스 프랫 목소리'로 들린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기억나는 건 마리오가 아니라 쿠파가 피치를 부르며 건반을 치던 장면이었다. 그게 이 영화의 정직한 성적표다.
흥행 1위와 작품성 사이
역대 게임 원작 영화 역대 최고 흥행, 국내 239만 관객. 이 숫자들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 전 세계 수억 명이 마리오라는 캐릭터에 품어온 감정이 얼마나 두꺼운지. 그리고 그 감정의 두께가 서사의 얕음을 얼마나 쉽게 상쇄하는지. 비평가 59%라는 숫자는 틀리지 않다. 서사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은 정확하다. 동시에 관객 96%도 거짓이 아니다. 닌텐도 팬이라면 이 영화가 주는 시청각 체험과 팬서비스의 밀도는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다. 나의 3.6점은 두 진영 모두에게 공정하려 한 결과다. 게임을 해봤다면 0.5점을 더 줄 수 있고, 영화적 서사를 우선시한다면 0.5점을 뺄 수 있다. 그 사이 어딘가에 이 영화가 있다.
스토리 2.5, 영상미 4.5 — 이 두 숫자가 공존하는 영화가 세계 역대 게임 원작 영화 1위라는 게 오히려 마리오다운 결말이다.
- 어린 시절 슈퍼 마리오 게임을 해본 분 — 화면 곳곳의 이스터에그와 게임 테마 OST가 감정을 건드린다.
- 아이와 함께 극장에 갈 영화를 찾는 분 — 폭력성 없고 빠른 템포로 전연령이 편하게 볼 수 있다.
- 잭 블랙 팬 — 쿠파의 성우 연기와 "Peaches" 장면 하나만으로 관람 가치가 충분하다.
- 넷플릭스에서 가볍게 보고 싶은 분 — 92분, 집중 안 해도 즐겁고 끝나고 후회 없다.
- 완성도 있는 서사와 캐릭터 성장을 원하는 분 — 비평가 59%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닌텐도 IP에 전혀 애정이 없는 분 — 팬서비스가 영화 감흥의 핵심인 만큼 맥락 없이 보면 밋밋하다.
- 크리스 프랫의 캐스팅이 여전히 거슬리는 분 — 영화 내내 '마리오 목소리'보다 '크리스 프랫 목소리'로 들릴 수 있다.
- 2시간 이상 분량의 묵직한 애니메이션을 기대하는 분 — 이 영화는 철저히 가볍고, 그게 의도다.
세계 13억 달러를 번 영화가 비평가 59%를 받았다. 그리고 그 다음 편도 나왔다. 결국 관객이 옳았다 — 적어도 흥행의 언어로는.
마리오 영화 시리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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